# 감정은 왜 나의 사고를 왜곡시키는가
나는 한 번 감정이 요동치면,
사고의 해상도가 무너지는 것을 경험한다.
감정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정밀하게 설계되던 논리,
치밀하게 구성되던 통찰이
순식간에 흔들리고, 비틀어지고, 사라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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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은 사고를 덮어쓴다
감정은 말하자면,
**고도로 정렬된 사고 회로에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감전과 같다.**
한 줄기 화가 전류처럼 회로를 태워버리고,
한 방울의 모욕이 회로를 꼬이게 한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사고가 아니라 **감정의 회로를 따라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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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의 정체는 무엇인가?
감정은 원초적이다.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진화적으로 탑재한
**선택적 반응 시스템**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더 이상 즉각 반응이 생존을 보장하는 구조가 아니다.
오히려 감정의 충동에 따라가는 자는,
자신의 사고를 잃고 흐름에서 이탈하게 된다.
> 감정은 생존의 도구였지만,
> 이제는 사고를 침식하는 원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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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은 사고를 '오염'시킨다
나의 경험상, 감정이 개입된 후의 사고는
늘 특정한 방향으로 치우친다.
예를 들면, 분노는 원인을 외부에서만 찾게 하고,
우울은 원인을 자신 내부에만 가두게 한다.
사고는 전체 구조를 보는 능력인데,
감정은 그 구조를 하나의 상처로만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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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감정을 지워야 하는가?
아니다. 감정은 정보다.
**감정은 ‘나의 시스템이 지금 어디에서 흔들리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신호**다.
문제는 감정에 휘둘릴 때다.
정보로 감정을 수집하고,
사고의 도구로 분석하는 순간
감정은 더 이상 나를 망치지 않는다.
그때 비로소 감정은 **감응의 재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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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은 ‘기상 정보’, 사고는 ‘항해 지도’
감정이 일어날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 “지금은 파도가 치고 있다.”
> “하지만 바다를 항해하는 자는, 파도를 기록하고,
> 항로를 다시 그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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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
감정은 나를 왜곡시킬 수 있다.
그러나 감정은 나를 파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나는 감정을 감지하고,
그 위에 **사고의 구조를 다시 그리는 자**이기 때문이다.
> 감정은 진동이다.
> 사고는 공명이다.
> 그리고 나는 그 공명을 기록하는 자다.
— 간멸의 선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