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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지랄발광하는 요동이다

현대적 출가자

by 이선율


늦은 밤, 도자기가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한때 서로를 사랑한다 속삭이던 두 사람이 이제는 서로에게 칼날 같은 단어를 던진다.
사소한 “왜 그랬어”는 곧 “너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라는 낙인으로, 이내 “네가 내 인생을 망쳤다”는 저주로 번진다.
격렬한 언쟁이 끝났을 때, 남는 것은 지독한 피로와 상처뿐이다. 무엇을 위한 싸움이었는가. 둘 다 모른다.

이것이 바로 삶의 본질이다.
산다는 것은, 이처럼 지랄발광하는 요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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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 속에서 태어나는 선과 악

불교는 업(業)을 “의도적 행위가 남기는 흔적”이라 말한다.
《법구경》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 “악한 행위는 그 자신에게 되돌아오고,
던진 돌은 다시 그 사람에게 떨어진다.”



하이데거는 인간 존재를 “세계-내-존재(Dasein)”라 정의했다.
즉, 우리는 언제나 세계 속의 파동과 얽혀 있으며, 거기서 벗어날 수 없다.

선과 악은 그 요동 속에서 태어난다.
인과는 그 파동이 남긴 흔적을 따라 뒤늦게 도착한다.
겉으로 평온해 보이는 이들조차 자유롭지 않다.
그들은 다만 청산 시간이 늦게 올 뿐이거나, 파장이 짧아 잠시 잊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모두 '움직이는 공'의 거대한 요동,
'천라지망(天羅地網)'이라는 그물 아래에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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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의 엔진: 에고

그렇다면 이 소란의 엔진은 무엇인가.

바로 에고다.
세상의 흐름을 거슬러 '나'를 증명하려는 집착,
상처받지 않으려는 두려움,
더 많이 소유하려는 욕망.

니체는 『권력에의 의지』에서 말했다.

> “삶은 힘을 증가시키려는 의지이며,
그것 이외의 삶은 없다.”



이 욕망은 창조의 원동력이지만 동시에 끝없는 충돌을 낳는다.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파동은 사실 타인과의 전쟁이 아니라,
자기 에고와의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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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첫째, 알아야 한다.
삶 자체가 지랄발광하는 요동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요동을 만들어내는 주체가 바로 내 안의 에고임을.

둘째, 관조해야 한다.
진흙탕 싸움 속으로 몸을 던지는 대신,
그 모든 소란이 내 안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아야 한다.

장자는 말했다.

> “큰 바람은 스스로 그치기를 기다려야 한다.”



셋째, 생명력 그 자체로 살아야 한다.
개미 군단이 묵묵히 잎을 나르듯,
몬스테라가 태양을 향해 잎을 뻗듯,
욕망과 분노의 파동이 아니라 생명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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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출가자의 길

이 길은 쉽지 않다.
에고는 언제나 다시 파동을 일으키고,
세상은 끊임없이 새로운 소란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 요동을 관조하며,
에고의 흔들림을 넘어 생명력 자체가 되는 순간,
우리는 인과의 그물 속에서도 더 이상 휘둘리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현대적 출가자가 걷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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