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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틈새의 버섯에게 삶을 묻다

현대적 출가자

by 이선율

​비가 내린 다음 날, 잠실 근처 인도의 깨진 석재 틈으로 솟아오른 한 무리를 보았다. 버섯이었다. 한두 개가 아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이 제자리인 양, 흙과 먼지가 뒤섞인 공간 위로 조용히 피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들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너무 작고, 너무 낮고, 너무 조용하다. 하지만 나는 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들이 던지는 침묵의 질문을 들었다. “왜 우리는 여기에 있는가?”


​버섯은 우리가 보는 형상이 전부가 아니다. 진짜 버섯은 땅 아래, 보이지 않는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균사체는 오랜 시간, 죽은 것들을 먹고, 에너지를 축적하며, 고요히 때를 기다린다. 비가 오고, 온도가 맞고, 습도가 최적인 단 하루를 위해 이 세계에 잠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소임이 끝나면 미련 없이 녹아내리듯 사라진다.


​우리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가 세상에 보여주는 성공, 성취, 명예는 모두 화려하게 피어난 버섯의 자실체일 뿐이다. 그 아래에는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실패와 노력, 인내의 시간이 거대한 균사체처럼 깔려 있다. 모든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이루어져 있다가, 조건이 맞는 단 한순간에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사람들은 화려한 버섯만을 보고 열광하거나 시기한다.


그러나 현대적 출가자는 그 아래의 거대한 균사체를 본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비와 온도와 흙을 함께 본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으며, 홀로 피어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안다.

​버섯은 나에게 말했다.


“너의 사유도, 너의 삶도, 이미 오랜 시간 너의 안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이제 잠시 모습을 드러낼 때가 되었을 뿐이다.”


​버섯은 단 하루를 살고 죽는다. 하지만 그 하루에 수십만 개의 포자를 퍼뜨려 자신을 세상에 되돌려준다. 욕심도 없이, 자기주장도 없이. 그저 본질을 남긴 채.


​나는 오늘 작고 조용한,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그 생명을 통해 나의 길을 보았다. 더 이상 무언가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이미 내 안에 축적된 모든 것은, 가장 적절한 때에,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피어날 것이다.

​콘크리트 사이의 버섯은, 집착을 내려놓고 그저 흐름에 맡기라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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