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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데 외롭지 않은 사람

현대적 출가자

by 이선율

혼자인데 외롭지 않은 사람

붓다는 마지막 길을 떠나며 말했다.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신을 의지처로 삼으라. 자등명(自燈明), 법등명(法燈明). 이 말은 현대적 출가자의 여정을 시작하는 이에게 처음엔 잔인하게 들릴 수 있다. 그는 인간은 관계의 동물이라 배웠고, 외로움은 관계를 통해 풀어야 한다 믿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적 출가자는 살아갈수록 깨닫는다. 관계가 해답이 아니라는 것을. 그 누구도 그를 온전히 이해해주지 못하고, 그가 아무리 마음을 열어도 고립은 반복될 뿐이다. 외로움은 사람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타인을 통해 외로움을 지우려는 순간, 인간은 두 가지 거대한 환상을 믿게 된다. ‘누군가는 나를 완전히 이해해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있다면 나는 외롭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삶은 언제나 그 환상을 깨뜨린다. 사람은 늘 자기 자신 안에 갇혀 있고, 가장 가까운 사람도 그의 내면에 끝까지 닿지 못한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처음엔 슬픔이지만, 이내 거대한 평온으로 바뀐다. 외로움을 더 이상 타인에게 전가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를 깨닫기 때문이다. 혼자 온전히 감당할 때, 외로움은 그 본질이 바뀐다.


그럴 때일수록 현대적 출가자는 스스로에게로 향한다. 그것은 스토아 철학자들이 말한 **‘내면의 요새(Inner Citadel)’**를 짓는 시간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영혼은 자기 안에 거주할 때 가장 자유롭다.”


혼자 조용히 걷고, 글을 쓰고, 침묵을 음미한다. 내면 깊은 곳에서 파도처럼 일어나는 감정을 바라보며, 그는 선언한다. “괜찮다. 이것은 내가 품을 수 있다.” 외로움은 그렇게, 사라지지 않지만 고요해진다. 함께 있어도 외로운 상태에서, 혼자 있어도 충만한 상태로 옮겨간다.


현대적 출가자가 추구하는 것은 바로 그런 사람이다.


혼자인데 외롭지 않은 사람.

누구를 의지하지 않아도, 자신의 고요를 지켜낼 줄 아는 사람.

관계에 기대지 않고도, 품격 있게 혼자일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 혼자됨 속에서 누구보다 선명한 리듬을 가진 사람.


그러므로 현대적 출가자는 더 이상 외로움을 해결할 상대를 찾지 않는다.

그는 외로움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존재가 되기를 선택한다.


그것이 그가 스스로 쟁취한 자유다.

그리고 그 자유는 세상 어디에도 없지만, 언제나 그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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