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앞서 생성형 인공지능이 고정된 사실의 저장소가 아니라, 확률적으로 요동치는 가능성의 바다라는 점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이 파동의 바다 앞에서 인간이 입력하는 문장, 즉 프롬프트의 본질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롬프트를 검색어로 오해한다. 마치 도서관에서 책의 위치를 묻듯, 인공지능에게 정답을 꺼내오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으면 모델이 멍청하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내부가 입자가 아닌 파동이라면, 프롬프트는 검색이 아니라 양자역학적 관측에 가깝다.
우리가 엔터 키를 누르기 전까지 답변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수많은 맥락이 확률적으로 중첩된 상태로 잠재해 있을 뿐이다. 어떤 문장이 화면에 나타날지는, 모델의 성능보다 입력을 통해 설정된 관측 조건에 더 크게 좌우된다. 이 지점에서 많은 논의가 빗나간다. 답변이 이상한 것은 모델이 틀려서가 아니다. 사용자가 지나치게 낮은 해상도의 관측 조건을 주고, 높은 정밀도의 입자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관측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정리하자면, 프롬프트는 자연어 질문이 아니라 출력 분포를 제한하는 조건 설계다. 인공지능 시대의 지식인은 다음 세 가지의 재현 가능한 프로토콜을 이해해야 한다.
첫째, 관측 좌표계의 이동이다.
많은 이들이 양자역학에 대해 설명해줘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것은 좌표가 없는 막연한 관측이다. 이 경우 인공지능은 학습 데이터의 평균값, 즉 밋밋한 교과서 요약을 반환한다.
하지만 양자역학을 비전공 7살 아이에게 설명하는 동화 형식으로 작성하라 또는 양자역학을 노자 도덕경의 개념을 사용해 재해석하라라고 입력하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이것은 질문을 바꾼 것이 아니라, 관측 좌표계를 이동시킨 것이다. 좌표가 바뀌면 출력 분포의 중심도 이동하며, 우리는 전혀 다른 입자를 얻게 된다.
둘째, 엔트로피의 의도적 주입이다.
인공지능이 뻔한 말만 한다면, 그것은 당신이 가장 확률이 높은 안전한 길로만 가도록 놔두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최선의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요청은 모델을 가장 평범한 확률의 봉우리로 몰아넣는다.
대신 이 문제를 경제학적, 윤리학적, 생물학적 관점에서 각각 주장하게 하고, 세 관점의 충돌을 비교한 뒤 결론을 도출하라라고 명령해 보라. 단일 해답을 요구하는 대신, 내부에 확률적 충돌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때 모델은 단순 검색기가 아니라 사고 시뮬레이터로 작동한다.
셋째, 맥락 해상도의 명시적 선언이다.
개발자가 코드를 짤 때 변수를 선언하듯, 프롬프트에도 명확한 변수를 주입해야 한다. 막연히 보고서를 작성해줘가 아니라, 너는 20년 차 전략기획 전문가다, 독자는 예산 삭감을 검토 중인 재무팀 임원이다, 방어적 설명이 아니라 투자 필요성을 설득하는 공격적 톤으로 작성하라라고 지시해야 한다. 역할, 청자, 톤이라는 변수를 선언하면 출력되는 문장의 입자는 즉시 선명해진다.
결국 프롬프트 능력은 말을 잘하는 문장력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조건에서 어떤 출력을 허용할 것인지를 설계하는 능력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비어 있는 거울에 가깝다. 그 거울에 비친 모습이 흐릿하다면, 원인은 거울이 아니라 그 앞에 선 당신의 관측 설계도가 정밀하지 못한 탓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