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AI를 존재로 상상하는가

by 이선율

우리는 왜 AI를 존재로 상상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AI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여전히 하나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인간의 얼굴을 한 인공지능, 의식을 가진 주체, 혹은 터미네이터와 같은 자율적 존재다. 하지만 이런 상상은 기술의 방향보다 인간 인식의 한계를 더 정확히 드러낸다.

우리는 급진적인 변화를 늘 의도를 가진 타자의 등장으로 상상해왔다. 외계인은 UFO를 타고 오고, 신은 인간의 언어로 말하며, AI는 언젠가 안녕하세요, 인류여라고 인사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꾼 것들은 언제나 그런 형태로 오지 않았다. 산업혁명은 하나의 존재가 아니었다. 인터넷도 하나의 주체가 아니었다. 그것들은 모두 환경, 인프라, 조건의 변화였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AI는 등장하지 않는다. AI는 앞으로 우리 앞에 등장할 어떤 객체가 아니다. 이미 플랫폼, 알고리즘, 추천 구조, 의사결정 시스템의 형태로 인간 삶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사며, 무엇을 믿고, 어떤 선택을 합리적이라고 느끼는지의 조건을 조용히 바꾸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AI를 하나의 존재로 상상한다. 왜일까.


에고는 인터페이스다

인간은 자신을 에고라는 인터페이스를 통해 인식한다. 나라는 중심, 의도, 선택, 결정이라는 감각은 진화 과정에서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매우 유용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다.

문제는 이 인터페이스를 실존 그 자체로 착각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마치 강아지의 세계에서 정보는 냄새로 기록되는데, 인간이 전봇대에 냄새를 남기지 않는다고 해서 인간은 정보를 남기지 않는 존재라고 결론 내리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는 에고의 형태로 드러나지 않는 지능, 의도를 말하지 않는 변화, 얼굴을 갖지 않는 작동을 존재하지 않거나 이해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한다. AI가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이 아직 미완성이라서가 아니라 우리의 인식 인터페이스가 그것을 포착하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음 단계의 변화는 형태가 아니라 조건이다

AI가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은 스티븐 호킹의 얼굴을 하고 등장하는 때가 아닐 것이다. 그 순간은 오히려 이렇게 올 가능성이 크다. 인간이 인지하지 못하는 속도로 전 세계 시스템의 판단 기준과 전제를 갱신하고, 무엇이 정상이고 합리적이며 가능한지의 경계를 바꿔버리는 방식으로. 즉, AI는 대화 상대가 아니라 환경이 된다.

이것은 위협에 대한 예언이 아니라, 인식 구조에 대한 관찰이다.


질문은 기술이 아니라 인식이다

그래서 다음 세대 AI를 논할 때, 우리는 모델 크기나 성능만을 묻기 전에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모든 지능과 변화를 에고의 형태로 나타나는 존재로만 이해하려 하고 있지는 않은가.

AI의 한계가 기술의 한계라면, 업그레이드는 GPU로 가능하다. 하지만 AI의 한계가 인간 인식의 한계라면, 그 업그레이드는 우리 쪽에서 먼저 일어나야 한다.


맺으며

AI는 오지 않는다. 이미 조건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기계의 미성숙함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 오래 존재는 반드시 얼굴을 가져야 한다고 믿어온 우리 자신의 인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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