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 하느님

by 이선율

#기승전 하느님

카페 옆자리 50대 중반 아줌마와 40대 초반 아줌마가 앉았다.
40초반 아줌마는 미국물을 좀 먹은것인지 말에 영어를 많이 섞어 썼다.

- 애가 색을 아주 잘쓰네

그 말에 50 아줌마가 시동이 걸린듯 자기 손바닥에 핸드폰 갤러리를 막 넘기며 말했다

- 교수님들도 다 색감이 좋다고, 뛰어나다고 그래요. 우리 애가.
- 흠 이정도라면 미국에 가야지. 미국 가서 공부해야지. 돈도 많으신데 미국에 보내셔야지.
- 미국에 꼭 가야할 이유가 있을까요?
- 미국 가면 좋죠. 좋고.

40 아줌마는 유명한 디자인 스쿨 출신인양 갑자기 다리를 꼬며 50아줌마의 딸에 대한 진로상담을 시작했다. s는 색감이 좋기떄문에 미국에 가야한다는 말이 잘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50아줌마의 질문에 대한 답을 같이 기다렸다. 하지만 그냥 좋다고만 했다.

- 우리 애가 근데 혼자 뭘 결정을 못내려요. 약해요
- 나이가 스물 여덟인데 그래도 이제 혼자 해야지. 왜 지금 미국에 안가? 가야지!

내가 니 딸이었으면 좋겠다 처럼 들렸다.

- 내가 애한테 정신과약을 1년 받아다 먹였어요.
- 남자친구는 있어요?

40아줌마는 정신과약이라는 말에 장난기가 싹 가신듯 했다. 갑자기 딴소리를 했다.

- 한번 지 남친이라고 데려왔었는데, 난 인상도 좋고 너무 맘에 들더라구. 근데 또 헤어지고 다른 남자 몇번 만나다 지금은 없는 모양이예요
- 나이 생각하면 부지런히 만나야지
- 본인도 좋은 사람 있으면 더 망설이지 말고 그냥 결혼할 마음도 있나봐요.
- 그렇지 그게 맞지.

50 아줌마는 갑자기 딸 이야기가 하기 싫었던지 본인 사기 당한 이야기를 꺼냈다. s는 어떤 수법으로 사기를 당했는지 몹시 궁금했지만 그냥 "내가 사기 최근에 당했잖아"만 있고 누가 뭘 어떻게 편취했는지 이야기가 도통 나오지 않았다.

- 내가 여기서 별 소리를 다하네. 우리 엄마가 예전에 큰 사고를 쳤잖아.

딸, 사기에 이어 갑자기 엄마로 넘어가는 이야기였다. 엄마가 구축 아파트 1층에 살다 겨울 수도관에 끓는 물을 부었는데 그게 폭발하며 아파트 전체가 동파되었다는 이야기였다. 40년된 아파트 1층에 살고 있는 s는 그 장면을 상상해보았다. 수도관이 폭탄처럼 터졌다는 장면은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 s는 끓는 물을 붓는 순간 50 아줌마의 엄마가 느꼈을 당혹스러움과 표정에 대해 생각했다.

50 아줌마는 무엇떄문인지 갑자기 물티슈를 꺼내 코를 만지며 울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맞은편에 앉은 40 아줌마도 눈물을 훔쳤다. s는 여자들 간에는 남자들이 느끼지 못하는 어떤 감정동화선 같은게 있을것이라고 상상했다. 마치 영화 아바타에서 주인공 제이크가 동물들에게 머리꽁지를 삽입하면 동물들 눈동자가 확 커지면서 제이크의 감정을 순간적으로 확 읽는것처럼 말이다.

- 그 순간마다 우리 하느님 아버지가 계셨어요.
- 계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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