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by 이선율

260128_빈집


덜컹덜컹. 지하1층에 위치한 헬스장 후문이 열리지 않았다. s는 계속해서 얼굴인식기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3개월 회원이라는 승인이 떨어지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지만 정작 문은 뭐에 걸린건지 열리지 않았다. 지근거리에 여자트레이너가 교육중이기에 일부러 눈을 마주치려 노력했다. 그녀는 일부러 눈을 피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서너번을 문을 밀고 당겨도 열리지 않아 유리창문을 검지관절로 세번 때렸다. 그제야 여자트레이너가 짜증스럽다는 표정과 몸짓을 하며 문을 당겨 열었다. 여는 순간 위아래로 눈을 흘겼다. s는 문득 허공에 대고 못된 년이네 라고 말을 했다. 그 말은 오늘 날씨 좋네 혹은 피곤하네 처럼 너무나 일상적인 톤이었다. s는 지난달 이 헬스장을 등록한것을 올해 들어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등 맛집이었고, 덕분에 모르던 등근육들이 조금씩 자라났다. 그리고 온수가 콸콸 나왔다. s가 사는 구축 아파트는 온수를 틀려면 수압의 3분 1정도로 세기를 낮춰야 겨우 등 뻐근함을 달래줄 물이 졸졸 나왔다. s는 등이 결릴떄면 그 야산에서 졸졸 흘러내리는것 같은 감로수로 통증을 달래고자 한참을 샤워장에 서있어야만 했다. 헬스장에서 살이 데일것 같은 온수로 샤워를 하고 나면 매번 온몸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이 헬스장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오늘 문득 이 좋은 헬스장이 빈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8층 건물의 건물주가 직접 운영하는 이 헬스장에는 점원만 있고 주인이 없었다. 점원들은 완장찬 선도부마냥 굴었다. 특히 팬티만 입은 사진을 바디프로필로 하고 있는 여자 트레이너는 내가 문앞에서 세네번을 덜컹거릴떄에도 목에 일부러 힘을 주며 외면했었다.그 몸의 아름다움이 표독스러운 내면과 겹쳐지며 1초의 눈길도 그쪽으로 향하고 싶지 않은 감정이 일었다. 정당하게 돈을 내고 돈을 낸 체육관의 문을 열려고 하는데 열리지 않는다. 그런데 지근에 있는 트레이너가 그걸 일부러 의식하면서도 열어주지 않는다. 좀 기다려. 내가 이거 하고 열어줄게라고 생각했을까? 그리고 문을 열어주며 위아래로 훓던 그 눈빛이 괘씸하게 느껴졌다. 이후 남자트레이너의 눈은 s가 한마디 더하면 하면 함 해볼래 라고 바로 할만큼 이상한 빛으로 희번덕 대었고, 근육이 마치 무슨 벼슬인양 굴었다.


s는 잠시 쏘아보다 시선을 돌렸다. 온수로 등을 지지고, 샤워장에서 긴 오줌을 싸면서 하루동안 쌓인 감정이 내려가길 바랐다. 혹시 오줌색이 노란색이라 옆사람에게 한 소리 들을까 싶어 성기위에 오른 손바닥을 덮어 소변이 다리를 타고 흐르도록 조심히 쌌다. 희노끼 향이 나는 로션을 왼팔, 오른팔, 그리고 가슴,배, 옆구리, 종아리 양쪽 그리고 엉덩이에 바르고 s는 아까 먹다 남은 참치깁밥 한줄을 탈의실에서 먹었다. 그제서야 공기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s는 사물함에 세면도구를 다시 집어넣고 후문으로 향했다. 아까 희번덕 대던 남자트레이너가 약간 불편한 얼굴을 하며 고개를 살짝 숙이는듯 했지만 s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등뒤로 그의 자존심 상한듯한 느낌이 전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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