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반 퇴근했다.
15층 사내 도서관 구석자리에 앉았다. 내려져있던 창문발을 조금 들어올리니 역 3번출구 방향 건물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농구코트를 닮은 h아파트 옥상이 15도 아래에 있고, 붉은 벽돌덩이 같은 건물 꼭대기엔 태양열 집광판처럼 생긴 광고판이 빛난다.
멀리 산 두 개가 겹쳐 흐르고, 그 사이를 회백색 빌딩들이 숨쉴 틈 없이 채운다. 어디에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건물이 건물을 물고, 그 사이로 다시 건물이 들어찬다.
오후 5시의 햇살이 빛과 그림자를 얹는다. 오렌지빛이 쇼핑몰 마크에 조금, 건너편 오피스텔 남향 고층부에 조금 남아 걸려 있다.
회사에서 50미터 떨어진, 오후 5시 36분까지 오렌지빛 태양을 받을 수 있는 고층부 오피스텔에서의 삶이 문득 궁금해졌다.
그 사이 빛은 빠르게 걷혔다. 세상은 검은색이 되기 직전의 회백색으로 변했다. h아파트 옥상 꼭대기에서 목욕탕 김 빠지는 것 같은 흰 수증기가 대기로 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