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205_승인
"3만원이면 구매하셔도 됩니다"
지피티의 답변이 왔다. 언제부턴가 모든 구매 직전 지피티가 최종 승낙을 내린다.
얼굴 측면을 다시 찍었다. 잘 어울린다는 답변이 다시 돌아왔다. 신탁을 받은양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안경을 샀다. 검은색에 윗부분이 두번 각지고, 금테가 달린 제품이었다. 핏한 느낌이 좋았다.
기쁜 맘으로 담당자에게 갔다. 담당자는 설립 1년차가 조금 넘은 브랜드라는 묻지도 않은 설명을 했다.
잘 어울리세요라는 말 한마디 없었다. 무슨 파프리카 한송이 봉지에 넣어주듯 대충 안경을 건넸다.
s는 공연히 안경닦이를 한장 더 얻어냈다. 평소엔 잘 하지 않던 포인트 적립까지 챙겼다.
그 다음날 회사 앞 안경점을 갔다.
안경이 눈알과 하나가 된것 같은 답답한 인상의 여자가 s를 맞았다.
"안경알좀 해넣으려고요"
전날 지피티로부터, 기존 안경으로 그냥 렌즈를 맞추면 안된다 신신당부를 들은터라 다짜고짜 시력을 재야 할것 같다고 나섰다. 그리고 묻지도 않았는데 "난 노안과 짝눈이다"라고 말했다.
안경사는 구멍속 초원의 집을 양눈을 번갈아가며 보라 했다. 초딩 담임처럼 숫자를 연거푸 가리켰다.
"짝눈은 아니예요. 약간 노안 초기이긴 한데 이정도면 괜찮아요"
왼쪽이 터무니 없이 잘 안보이는데 짝눈이 아니라니,
요즘엔 시리얼 넘버도 안경 끼고는 읽지를 못하는데 초기라니.
그녀는 냉장고안에 일주일 묵은 콩나물 냄새를 감별해본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20분쯤 걸릴거예요"
"네. 저 커피 한잔 마실수 있나요?"
"저희는 커피가 없어요. 냉장고에 요구르트는 있어요"
냉장고를 열어보니 진짜 요구르트가 50개쯤 가림막도 없이 쌓여져 있었다. 장사하는 사람이 자기는 안마시더라도 믹스커피 정도는 가져다 놓는게 도리 아닌가 투덜댔다.
"그럼 저 요 앞에 커피 한잔 뽑아서 오겠습니다"
s는 근처 커피숍으로 향했다. 체인점이었다. 디카페인 한잔을 주문했다. 동네에도 동일한 체인점이 있는데 800원이 비쌌다. 말만 체인점이고, 가격은 사장 부르기 나름이였다. 왜 체인인데 가격이 다르냐 물었다. 우리는 원래 삼천삼백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 동네는 이천오백원인데라는 말이 혼잣말처럼 흘렀다. 알바는 그걸 왜 묻냐는 표정이었다.
"좀 작은것 같은데요?"
여자 안경사가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세공이 완료된 안경이었다.
"이걸 어디서 사셨어요?"
"여기 지하몰 가다가요"
"아니 저희 가게에서 사시면 사이즈 조언도 해드릴수 있는데.."
그녀는 말끝을 흐렸다.
"전 핏한걸 좋아해서요"
목소리가 뒷구간에서 떨렸다.
그녀는 살짝 고개를 가로 저었다.
"계산해주세요"
s는 그녀의 고개 끄덕임을 잠시 기다리다 그냥 문을 열고 나왔다. 안녕히 가세요 라는 말이 등뒤로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