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인2

by 이선율

260205_승인2


"3만원이면 구매하셔도 됩니다"


지피티의 답변이 왔다.

언젠가부터 구매 직전 지피티가 승낙을 내린다.

얼굴 측면을 다시 찍었다.

잘 어울린다는 답변이 다시 돌아왔다. 신탁을 받은양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안경을 샀다. 검은색에 윗부분이 두번 각지고, 금테가 달린 제품이었다.

핏한 느낌이 좋았다.


사람들 사이에서 몸을 빼서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저쪽에서 뭐? 라는 표정으로 한 여성이 쳐다봤다. 구매하려구요. 라는 입모양을 했다. 담당자는 s가 집어든 안경의 일련번호를 확인하더니 똥누는 자세로 한참 걸터 앉아 문곽을 뒤졌다. 오육분이 지났다. 비닐에 대충 싸인 안경이 저 구석에서 끌려나왔다.


"엘포인트 적립하세요?"


아직 써보지도 않았는데 담당자는 카드결제기를 s의 눈높이까지 들이밀었다. s는 물건은 확인해봐야 한다며 비닐 봉투 입구를 비비적 거렸다. 말은 능숙했는데 손가락이 버벅거렸다. 비맞은 쿠팡 봉투 마냥 입구가 미끄러지며 계속 빗나갔다. 궁둥이 쪽을 힘주어 뜯어냈다.


담당자는 카드 결제기를 계속 들고 있었다. s는 더 느리게 안경을 썼다 벗었다. 잘 어울리세요라는 말 한마디 없었다. s가 됐다는 표정을 하자, 무슨 파프리카 한송이 봉지에 넣어주듯 대충 안경을 건넸다. s는 공연히 안경닦이를 한장 더 얻어냈다. 검정 안경닦이 한장이 통에 더 들어갔다. s는 좀 이쁜걸로 줘요 라고 항의하듯 말했다. 검정색 1종이예요 라는 말이 돌아왔다.


===


s는 알도 없는 안경을 쓰고 그다음날 출근을 했다.

아무도 안경 바꼈네 라고 하지 않았다.

별로 말섞고 싶지 않은 옆자리 동료h가 피부 좋아졌다는 말을 했다.

자리에서 로션을 자꾸 바르니까요 라고 건조하게 답했다.


점심시간 오침을 포기하고, 근처 안경점을 갔다.

안경이 얼굴에 눌러붙은것 같은 여자가 s를 맞았다.


"안경알좀 해넣으려고요"


s는 다짜고짜 시력을 재야 할것 같다고 나섰다. "난 노안과 짝눈이다"라고 말했다.

안경사는 구멍속 초원의 집을 양눈을 번갈아가며 보라 했다. 초딩 담임처럼 숫자를 연거푸 가리켰다.


"오사육삼이. 사삼안보여요.안보여요.육?"


막대기는 곤란한것만 찍었다.


"짝눈은 아니예요. 약간 노안 초기긴 한데

이정도면 괜찮아요"


왼쪽이 이렇게 흐린데 짝눈이 아니라 했다.

안경 끼고는 노트북 시리얼 넘버도 읽지를 못하는데 괜찮다 했다.


그녀는 냉장고안에 일주일 묵은 콩나물 냄새를 감별해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20분쯤 걸릴거예요"


"네. 저 커피 한잔 마실수 있나요?"


"저희는 커피가 없어요. 냉장고에 요구르트는 있어요"


냉장고를 열어보니 진짜 요구르트가 50개쯤 가림막도 없이 쌓여져 있었다. 장사하는 사람이 자기는 안마시더라도 믹스커피 정도는 가져다 놓는게 도리 아닌가 속으로 말했다.


"그럼 저 요 앞에 커피 한잔 뽑아서 오겠습니다"


"그러세요. 다녀오세요"


===


"좀 작은것 같은데요?"


여자 안경사가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눌러붙은 안경과 눈알이 카멜레온의 눈주름처럼 두개의 원처럼 보였다.


세공이 완료된 안경이었다. 거울을 보며 만족해하던 s의 입꼬리가 방향을 잃었다.


"이걸 어디서 사셨어요?"


"여기 잠실 롯데몰 가다가요"


"아니 저희 가게에서 사시면 사이즈 조언도 해드릴 수 있는데..그냥 이걸 이쁘다고 사시니.."


그녀는 말끝을 흐렸다.


"전 핏한걸 좋아해서요"


목소리가 뒷구간에서 떨렸다.


"얼굴에 살이 좀 빠지면 되겠죠"


마음만 먹으면 오육킬로는 단숨에 뺄것 같은 자신감으로 말했다.


"얼굴 살하곤 관계 없어요"


여자가 판사처럼 다시 말했다.


"재미로 한번씩 쓰죠 뭐. 메인은 따로 있으니"


말이 계속 길어졌다.


안경을 맞추러 온 것이 아니라,

며칠쨰 승인을 받으러 헤메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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