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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홍 Sep 27. 2018

다행이야, 시간은 공짜라서.

그들의 시간도 나의 시간도 같은 속도로 흘러간다


다행이야, 시간은 공짜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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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애매한 시간에 지하철을 탔다.
나는 지금 구직중이고, 면접 복장으로 양 손 가득 짐을 들고 오랜 시간 걸어다녔던 터라 지쳐있는 상태였다. 다행히 승강장은 붐비지 않았고 의자도 비어있었다.
지하철이 들어오고 있다는 알림에 다시 짐을 들고 열차를 기다리는데 한 청년이 짐을 잔뜩 든 손으로 음료수를 쏟아내고 있었다. 순간 ‘뭐 하는 짓이지?’ 라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옆 사람에 저지당한 청년의 행동은 멈췄다.
쳐다보고 있던 나와 청년의 눈이 마주치자 머쓱한 마음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나와 같이 양 손 가득 짐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젊은 사람도 있었고 나이드신분들도 적지 않았다.
맞은편에 앉으신 어르신이 꾸벅 꾸벅 졸며 수신인의 정보가 붙어있는 박스를 떨꾸자 나와 눈이 마주친다. 어르신은 내가 들고 있는 짐과 나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잠시 측은한 표정을 지으셨던 것 같다.(뭔지모를 느낌상) 그러더니 이내 꾸벅 꾸벅 고개를 떨구고, 다시 상자가 떨어졌다. 정신을 깨워 박스를 주울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일정 연세가 넘은 어르신의 무료 대중교통 요금을 이용한 배달 서비스가 유행이라던 옛 기사가 머리를 스친다. 후속 기사로 건 당 요금이 지불되기 때문에 사실상 벌어들이는 수익이 얼마 안된다는 기사도.

미국의 억만장자 빌게이츠는 초당 벌어들이는 수익이 140달러이기 때문에 땅에 100달러가 떨어져있어도 그것을 줍기위해 허리를 굽히는것이 손해라는 농담이 있단다.
나는 얼마로 매겨질지 모르는 나의 시간을 팔기 위해 나선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세상이다.
값어치는 다르지만 그들의 시간도 나의 시간도 같은 속도로 흘러간다.
한편으론 시간이라도 공짜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목구멍으로 삼키는 침이 쓰다.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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