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세홍 Oct 21. 2018

프리다의 그해 여름.

처음 상실을 마주할 때.



지난 16일. 팟캐트스 GV로 25일 개봉인 프리다의 그해 여름을 조금 일찍 보고 왔다.
감독은 나와 같은 해에 스페인에서 태어난 86년생 카를라 시몬.
정보없이 간 탓에 당연히 프리다 칼로의 영화일거라 생각했으나,
여섯살에 부모를 잃고 외숙모집에 살게된 프리다의 이야기다.
영화는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고, 감독은 생애 처음으로 본인이 느낀 생소한 감정을
처절하리만큼 그대로 서사한다.
그래서 였을까? 극적인 요소를 위한 과장이 없다. 영상만 보고 있노라면 홈비디오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심심하면 심심할 수 있고, 이야기 중 나를 대입할 수 있는 장면이나, 감정묘사가 주를 이루는 영화를 좋아한다든지, 영상의 온도 자체가 취향이라면 누구든 재밌게 볼 수 있을것 같다.
영화가 끝난 후 GV시간에 프리다는 자신의 감정이나 욕망을 숨기고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던것 같다.(사실 영화가 끝난 후 너무 피곤해서 거의 정신을 놓고 있었던 터라 정확히 어떤 단어를 사용했는지까지는 기억 못하겠다.)
하지만 나의 개인적인 관점으론 프리다는 그 어떤 감정도, 욕망도 숨기지 않았다.
단지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고, 서툴렀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프리다는 매 순간 자신의 원하는 것을 요구하고, 사랑받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프리다가 참은건 한 가지, 하고 싶은 모든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던 것 뿐. (일부만 내뱉은것.)
그렇다고 외숙모와 외삼촌이 어린 프리다가 사랑을 갈구하도록 내버려 두었는가를 따지자면,
제 3자의 입장으론 친 부모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최선을 다했다.
특히 외숙모의 태도는 처음부터 가엾게만 보고 남의 집 귀한 자식 웬만하면 좋게 좋게 넘어가야지~ 라는 태도가 아닌 친 자식과 동일하게 혹은 아주 조금 더 잘해주는 정도로 프리다를 대한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라는 것이 있고, 여섯살이라는 나이에 상실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프리다에겐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일어났을 것이다.
감독은 이 과정을 가감없이 그대로 찍어냈고,
프리다를 연기한 라이아 아르티가스는 훌륭하게 연기해냈다.
GV가 끝나고 저 포스터를 나눠줬는데, 너무 예뻤고, 어설프게 화장한 프리다가 무언가 하고픈 말을 입 안으로 머금고 있는 표정이 사무쳤다.


+스포주의
약 스포를 더하자면,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포인트는.
프리다가 엄마 흉내를 내며 사촌동생과 노는 장면과,
“여긴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라는 프리다에게
동생이 “나는 언니 사랑해”라고 답하자, 영화 초반부터 애지중지 여겨온 인형을 하나 건네는 장면.
그리고 모든것이 평화로워진 어느 날, 프리다로선 설명할 수 없는 상실의 기운에 무너져 울며,
왜 우냐는 질문에 “모르겠어요”라고 답하는 마지막 장면이다.

작가의 이전글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