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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홍 Nov 05. 2018

아름다움의 소유욕(feat.초상권)

왜 어떤 사진은 예술이 되고 어떤 사진은 범죄가 되는걸까?


길가에 피어 있는 들꽃을 허락도 없이 꺾는 것도, 이름 모를 누군가의 그림을 몰래 촬영해 가는 것도
다 아름다움의 소유욕 아니야?
-

지난 포스팅에 못다한 초상권(자기의 초상이 허가 없이 촬영되거나 또는 공표되지 않을 권리)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얼마 전,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일반인의 사진이 버젓이 프린팅 된 티셔츠가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는 기사가 났다.
그리고 한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여성의 뒷 모습이 찍힌 사진 두 장을 비교하며 어느정도까지가 몰카 범죄에 해당하는가 다루는것을 봤다.

시간을 거슬러 십년 전 쯤? 디자이너로 한참 일하고 있을 당시, 편집 디자인을 주로 해왔던터라 내용에 맞는 사진은 언제나 필요했다. 하지만 그때도 저작권과 초상권은 매우 예민하게 다뤄야하는 문제이기에 인물 사진이 필요하면 인터넷에 검색해 외국인의 사진을 사용하는것이 공공연한 관행같은걸로 자리잡혀있었다.
그리고 여행을 다니며 찍었던 사진들을 정리하고 포스팅하며 본격적으로 초상권에 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내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허락받지 않은 인물사진이 내 카메라에 차고 넘치는 것.
개중엔 매우 마음에 드는 사진도 더러 있다. 이 사진을 써야하는것인가 말아야 하는것인가.
물론 지금은 이런 고민도 없이 쓰지 않게 되었지만, 여행 포스팅을 시작했던 초반엔 많은 고민을 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외국인은 초상권이 없는것이 아니라, 지금보다 인터넷의 활용범위가 좁았기에 걸릴 위험이 적다는 이유에서 알면서도 모르는척 써왔던것이고, 인식이 부족한 상태의 배움에서 비롯된 무지한 행동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렇지만 이 고민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사진작가의 사진을 보면, 허락을 받고 찍은것인지 아닌지 구분이 되지 않는 찰나의 모습이 담겨있는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왜 어떤 사진은 예술이 되고 어떤 사진은 범죄가 되는걸까? 그 기준은 무엇일까?
나 또한 이제 카메라를 들때, 무턱대고 찍기보단 사람이 없을때까지 기다리거나, 혹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이거나, 얼굴이 나오지 않는 사진들 혹은 후 보정을 통해 얼굴을 가려 포스팅을 하곤 한다. 그렇지만 이젠 그것마저 조심스러워지는 이유는, 혹시라도 일그러진 자신의 형태를 발견하고, 얼굴만 가려졌지만 나 인것 같은 사진을 어딘가에서 보게되면 나 조차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을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다르게 생각하면 그렇게 우연히 찍힌 사진이 내 마음에 든다면? 그건 또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같은 중의적인 생각들이 어쩔 수 없이 들게된다.

물론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썼지만, 후자쪽은 거의 없을것이고 있다 하더라고 함께 놀러간 지인의 카메라에나 있을법 한 것이고, 그것이 타인의 카메라에 있다면 좀 무서울것 같다. 어쨌든 모르는 사람에게 피사체로 찍힘을 당한것이니 말이다.
이렇게 악의 없이 우연히 타인의 카메라에 찍히는것도 기분이 나쁜데,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타인을 찍는 사진에 유무죄를 가릴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이 있는가 싶다.

이 초상권 관련한 기사 중 한 식당의 주방장이 자신이 만들어 낸 음식도 하나의 예술 작품이니, 사진을 찍는것을 제지한 내용이 인상이 깊다.
개인적으론 아직 시판되지 않는 음식 사진이라면 이해는 하지만, 이미 상품화 된 음식 사진을 찍지도 못하게 하는건 좀 모순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딱 무어라 정의내리기는 애매한 부분이 너무도 많다.
전 국민이 기본 카메라 한 대 씩은 가지고 다니고, 손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다.
그로인해 개인의 초상권은 존중받지 못한 채 몸살을 앓고 있다.

요즘 연일 화제인 ‘완벽한 타인’이라는 영화가 생각이 난다.
아직 보진 못했지만, 모든 부분을 막론하고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던 지인 조차 일정부분에선 완벽한 타인이 된다. 나는 괜찮을 지언정 타인은 괜찮지 않을 수 있다.

따지고 보자면 순간의 사진을 찍는 것 조차 그 시간을 소유하고 싶은것일 수도 있다. 지나가다 예쁜것, 아름다운것을 보면 사진을 찍어 소장하고 싶을 수 있다.
그 욕구는 잘 알겠지만,
소유욕 이라는것은 개인이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어하지 않고 모두 가져야겠다면 그건 개인의 이기밖에 되지 않는것이다.
이기도 개인의 자유라며 타인의 권리를 해친다면 그것은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더 큰 몸살을 앓기전에, 더 큰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어서 애매한 부분들을 캐치하고,
그에 적당한 기준을 잡아두는 법이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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