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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홍 Nov 22. 2018

나와 타인의 경험

기억의 재편성


사람들은 항상 자신이 상처받은 모습을 기억할 뿐이지,
상대가 상처받아 생긴 모습이라고는 생각 안 하잖아요.
-

기억은 어김없이 재편성 된다.
나는 기억하기 위해 애쓰고, 기억하지 않기 위해 애쓴다.
무뎌지기 위해 계속해서 기억을 되새김질 하기도 하고,
그 과정이 힘겨워 아예 없는 기억이라 최면을 걸기도 한다.

요즘은 다시 잠이 안오기 시작했다.
아무리 눈을 감고 잠들기위해 애를 써도 언제 그랬냐는듯 떠지는 눈으로 어두운 천장을 마주한다.
어차피 처음부터 달아날것도 없던 잠기운이라, 시간을 확인 할 겸 켠 휴대전화 불빛에 금세 적응된 동공에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누군가가 고해성사 해놓은 어리석은 과거를 들여다본다.
문득 스치는 그와 비슷했던 경험이 파파박 전기 튀듯 떠올라 몸서리가 쳐진다.
무뎌지기 위해 되새김질 했던 기억은 그나마 조금만 더 다독여 들여보내면 되지만,
그렇지 못하고 묻혔다 꺼내진 기억은 꽤 오랜 시간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켜보는것은 달래는것보단 어렵지 않다.
그냥 일정한 거리를 두고 보기만 하면 되니까.
그러자 전에 없던 타인이 눈에 들어온다.
나에게 피해를 가했던 타인의 행동이 어디서 왔는지 관찰하고, 대입한다.
스스럼없이 누군가를 향해 상처를 주는 그 모습이 어쩐지 가엾기도 하다.
기억은 스스로 피해를 축소시키기 위해 모든것들을 재편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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