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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홍 Nov 25. 2018

어떤 질문

달랏의 사장과 구둣방의 할아버지


요즘 나의 주된 화두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이다.
이 고민에 지금은 목적과 수단이 조금 비중이 크지만, 그에 못지않게 태도도 포함이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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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동남아를 여행하고 있을때 계획에 없던 ‘달랏’에 들르게 되었다.
당시 베트남은 가장 긴 연휴기간이었고, 생소한 지명의 이곳은 좀 덜할까 싶어 방향을 틀었던곳이었다. 하지만 달랏은 나에게나 생소한 지명이었지, 기후가 후텁지근한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고산지대에 위치한 인기좋은 여행지였다.
결국 달랏에서도 이리 저리 치이다 운좋게 가오픈 중인 한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게 되었고, 연휴를 맞이해 놀러온 게스트 하우스 사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젊은 부부였는데, 3개월 정도 여행하고 있다는 나의 말에 어떤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냐고 물었다.
아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지 않았던 나에게 좀 타격이 컸던 질문이었다.
질문을 받고 적절한 대답을 서너가지 생각해내긴 했지만, 말 그대로 질문자가 납득할만한 이유를 생각해낸것일뿐 그 질문의 진짜 의도는 나의 삶의 목적을 묻는듯 느껴졌다.
나는 결국 우물쭈물하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신발을 고치기 위해 시내를 돌아다니다 발견한 구둣방의 할아버지를 만났다.
하고계시던 일을 마저 끝날때까지 어색하게 앉아있는 낯선 여행자를 위한 몇 번의 눈짓.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으니 환화게 웃으며 작은 구둣방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해주신다.
물론 말은 통하지 않지만 존재에서 느껴지는 역사와 자부심.
아마 오랜시간 이곳에서 수많은 구두를 만들며 터를 닦고 기술을 전수하며 지금도 이 자리를 지키고 계시겠지.
한번도 관심가져본적 없는 구두장이란 직업이 나에게 각인된다.
나는 무엇으로 나의 역사라고 할 만한것들을 만들어내고, 지키며 살아갈 것인가.
나는 나를 찾아오는 낯선 존재에게 나를 확인시키고 설명할 수 있을까?
달랏의 사장과 구둣방의 할아버지는 아직도 나에게 대답을 재촉한다.



가능하다면 누군가에 귀감이 될만한 질문이 되는 사장처럼,
내 것을 지킬 수 있는 할아버지처럼 살아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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