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세홍 Dec 04. 2018

완벽한 타인, 2018

사람은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거든. 완벽한 사람은 없어요~!
그런데 이 핸드폰은, 수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완벽한 기계거든!
-

개봉부터 재밌다고 난리가 났던 이재규 감독의 ‘완벽한 타인’은 2016년에 perfect strangers라는 이름으로 이탈리아 영화를 리메이크한 영화다.
한정된 공간에서 감정선을 집요하게 따라가며 펼쳐지는 심리 게임같은 설정을 매우 좋아하는 나이기에 처음부터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있었고, 또 늦게 본만큼 그 기대도 증폭되어있는 상태로 영화를 관람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만족감을 가지고 나왔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휴대전화고, 최악의 발명품 또한 휴대전화라고 말한다.
당신은 휴대전화에 얼마나 의지하고 있나요?

영화는 시작하기 앞서 남자 주인공들이 절친한 사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어린시절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새로 합류하게된 그들의 배우자들의 세월을 보여주며 서로에게 느끼는 편안함의 정도를 대립 구도로 보여준다.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공기가 흐르며 진행되는 그들의 만남은 식사가 끝날때까지만 서로의 휴대전화를 모두에게 오픈하자는 심리 상담 치료사 예진(김지수)의 제안으로 본격적인 사건들이 진행된다.
처음엔 그저 색다른 게임 제안이라 생각했지만, 진행되면 될수록 하나 둘씩 밝혀지는 그들의 관계속에 예진의 목적은 다른곳에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시작부터 가슴 성형의인 성모(조진웅)의 배우자 예진이 다른 의사에게 가슴 수술을 예약하려했다는 사실을 들키며 서로의 직업을 은근 무시당하고 있다 생각한 성모가 상황을 마무리하려한 대사가 기억이 난다.
“어차피 우린 같은 곳을 치료하는 의사야. 너는 내적의 가슴을, 나는 외적의 가슴을.”
다들 쿨한척, 비밀은 없는 척 게임에 동참하지만 자신의 휴대전화가 울리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며 무리에서 떨어져 개개인의 모종의 거래를 하기 시작하는데, 태수(유해진)과 영배(윤경호)가 서로의 휴대전화를 바꾸면서 이 영화는 단지 개인의 휴대전화를 오픈해도 되는가 안되는가 라는 주제와 분리되기 시작한다.

아무리 특별한 사이라 하더라도 누구나 밝히고 싶지 않은 은밀한 비밀은 있다.

그들은 결국 ‘특별한 나’에게까지 숨기고 있는 비밀이 뭔지 집요하게 추궁한다.
태수의 배우자 수현(염정아)은 가부장적인 태수의 모든 말에 고분고분 순종하는 태도로 임한다. 일련의 사건 후 부부관계가 소원해진것도 애써 괜찮은척 대수롭지 않는척 넘어왔지만, 태수의 휴대전화가 되어버린 영배의 휴대전화가 울리며 잘못된 퍼즐이 모두의 앞에서 맞춰지며 폭주하고, 모든 상황을 요리조리 잘 피해가던 준모(이서진)는 함께한 세월이 얼마인데 어떻게 나에게까지 숨길수 있냐며 숨겨왔던 열등감까지 보이며 분노한다.
그렇게 열을 삭히고 있던 준모는 얼마있지 않아 울리는 휴대전화 울림에 현장에 있던 배우자 세경(송하윤)을 포함한 두명의 여자에게 동시에 외면당한다.
그리고 자신의 휴대전화 때문에 곤혹을 지르고 있던 태수를 잠자코 지켜보던 영배는 형식적인 다정함으로 포장된 우정의 본 모습에 혀를 내두른다.
이렇게 사소하든 사소하지 않든 숨기고 싶었던 진실이 파헤치며 개인의 정보는 판도라의 상자처럼 열리고 더 이상 당사자만 묵인한다고 해결할 수 없는 공공의 문제가 되어버린것이다.

영화에서는 이 모든 상황을 가정해서 보여주는걸로 끝을 내지만, 관객의 입장으로 모든것을 경험한 나는 나를 포함해 형식적인 사회성을 유지하고 있는 누구나의 모습에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또한 상황에 따라 세심하게 바뀌는 배우들의 표정연기와 배우들의 연기, 완벽한 대사.
영화가 끝나고 포스팅을 하기 위해 가져온 포스터 속 각 배우들의 시선 처리까지. 모든 설명을 해주는 영화이기에 어렵지는 않지만, 보기 전 이 포스터 속 배우들이 향하는 시선만 기억하고 있어도 흐름을 이해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는 처음부터 영화에 완전 몰입했고, 감독이 의도한 모든 부분에서 반응했다.
원작에서의 각색을 얼마나 했는지는 몰라도(찾아보니 거의 다 가져왔다고는 하지만) 대사도 많고 그에 따라 표정도 계속해서 변하기때문에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리메이크작이 이리도 만족스러우니, 원작도 보고싶은 욕심도 생기고.
또 보라면 나는 얼마든지 또 볼수 있을만큼 주목해야하는 부분이 많았던 영화다.


작가의 이전글 어떤 질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