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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홍 Feb 19. 2019

현상 읽기

거세당한 욕망


며칠 전, 좋아하는 뮤지션의 앨범이 나왔다.
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접한것이 새로운 앨범의 여성혐오 논란이었다.
여성혐오라는 문구를 보자마자 사실 겁이났다.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혐오 관련 기사와 뉴스의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대책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규제만 난무하다. 서로의 혐오는 더욱 불타오른다.

예전과는 다르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단이 많아졌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건 매우 환영할 일이지만, 성대에 칼을 가져다 대는것도 더욱 쉬워졌다.
논란을 바라보는 대다수의 초점이 공격에만 맞춰져 있다는건 매우 유감이다.

지금도 매우 격렬해지고 있는 두 성(性)간의 싸움은 사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건드려야 할지도 모를정도로 과열되어있다. 그래서 한 번에 이 주제를 풀 자신은 없고, 범위를 정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예전 포스팅 중 패스트 연애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https://m.blog.naver.com/sarkyu0110/221003555467
근데 알고 보니 사람들은 그것을 ‘인스턴트 연애’라고 부르더라.

논란이 된 앨범 속에는 이 인스턴트 연애를 주제로 다루고 있는걸로 보이는 노래가 있었다.
그리고 그 가사들을 통해 개인적으로 느낀점은 혐오라든지, 선동을하고 있다기 보단 그 현상에 노출 된 모습을 이야기하는것처럼 보였다.

사실 인스턴트 연애라는것이 요즘사람들에게 생소하진 않을것이라고 판단한다. 또한 이미 주변에서 그 형태의 연애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논란이 된다는건, 다수에게 그 현상이 위협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일것이다.
내가 원하든, 원치않든 시대의 흐름이 만들어낸 연애 형태이고, 그 흐름 속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그 형식의 연애를 마주하게 되는 날이 온다.
나는 그렇지 않을거야라고 다짐한다해도, 연애는 혼자하는 것이 아니며, 사람의 감정은 그리 쉽게 조리되지 않는다. 이미 깊숙이 자리 잡은 하나의 연애 형태는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불편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현상을 지긋이 관찰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넓게 퍼져있는 불순하다고 생각되는 가치관이 위험하다며 다짜고짜 규제하고 차단하는것은 아무런 도움도, 설득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좋아한다. 특히 성(性)적인 이야기라면 더욱 더.
하지만 현실은 동화 같지 않다. 그리하여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내려면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나타난 현상들을 애써 외면한채 수면 아래로 내리려 더욱 강한 규제로 맞서면, 억압되고 거세당한 이야기들은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더욱 거칠고 폭력적인 모습으로 표출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비공식적으로) 금지된 이야기를 하는 현상을 읽고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결핍된 부분을 해소시킬 대안을 내놓는것이 훨씬 현실적이진 않을까?

소설가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일 뿐이다 -안톤 체호프

물론 대안을 내놓는다면 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현상 읽기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목소리를 내는 수단이 많아지고 쉬워진 만큼 안톤 체호프의 말은 소설가에게 국한되는것이 아니라 모든 화자에게 적용되는 말 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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