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세홍 Apr 22. 2019

소비와 경험

여행소비의 순기능



여행만큼 가성비가 좋은 소비 형태가 또 있을까 싶다.
몇 번을 겪어도 당최 익숙해지지 않는 경험 앞에 휘청인다. 역시 끝날 때 까진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을 되새기며 까맣게 잊고 있던 여행의 기억에 침울했던 기분도 잊고 한참을 떠들고 웃어댔다.
여행은 잠깐을 가든, 오랜 시간 가든 이동 비용과, 생활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하기에 당장은 지출이 크다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 그 비용을 지불하고 여행이 끝남과 동시에 잊히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겐 한동안의, 또 누군가에겐 평생을 그 기억으로 삶을 지탱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경험과 소비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기업이 단지 물건을 파는 행위에서 소비자에게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보여주는 브랜딩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상할 것도 없다. 기업은 물론 소상공인도 마찬가지로 고객으로 하여금 새로운 경험을 주고, 그 경험이 고객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다면 자연스레 소비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물건, 같은 음식, 같은 음료를 내놓더라도 소비자가 느끼는 ‘다름’을 놓치지 않고 생각해야 한다.
하나의 트렌드가 된 ‘가치소비’에서 알 수 있듯 소비자는 단지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서만 값을 지불하지 않는다. 같은 물건을 더 비싼 값을 주고 구매하는 경우 또한 그 물건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브랜드가 주는 경험의 값을 더 지불하는 것이다.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일련의 과정은 소비자를 철저하게 속이고 기만하는 것이 아닌, 브랜드와 소비자 모두가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는 투자 소비의 심리일 것이다. 유행하는 말로 쓸데없지만 예쁜 물건의 시장이 죽지 않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로, 그 물건을 구입함으로써 얻게 되는 만족의 경험이 비슷한 소비를 반복하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 경험 투자 소비 심리의 순기능이 가장 극대화된 형태가 바로 여행인 것 같다. 여행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특히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본인이 관여해 정해진 여행이라면 더욱더, 누구도 제시하지 않았던 독자적인 경험을 얻는다. 지금껏 여행에 대해 가타부타 부정적인 측면을 내세워 나의 여행에 딴죽을 거는 경우도 더러 있었지만, 그 상대의 의견에 크게 동요하지도, 수긍하지도 않았던 이유는 상대가 지금까지 겪었던 경험에 여행에 관련하여 공감할 경험이 없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경험은 오롯이 나만의 것이고, 함께 같은 장소에서 같은 경험을 해도 건져내는 것은 다르다. 제각각의 소비 형태와 소비를 결정하는 방식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소비와_경험 #여행의가성비
#소비의순기능 #그_기억으로_사는거야

작가의 이전글 내가 모르는 그대의 세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