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세홍 Apr 28. 2019

방치된 감정


원래도 잠을 잘 자는 편은 아니지만, 뜬 눈으로 밤을 꼴딱 새우는 건 또 오랜만이었다.
답답함은 명치를 눌러왔고 숨 쉬는 게 힘들었다.
대게는 이유가 없는 답답함이라 그 원인을 찾는데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엔 너무 명확했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곪아 터질 때까지 방치된 감정은 상할 대로 상해 악취가 진동했다.
감정은 더 격해지기 전에 충분한 수습이 필요하다.
잘 감춰지고, 얌전히 있다고 방치해두면 결국 엉뚱한 곳에서 터지고야 마니까.
고름을 걷어내기 위해 모질게 분노에 찬 독설을 내뱉어도,
바보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어도 반드시 후회하게 될 테니까.
그 후엔 지금 숨도 못 쉴 정도로 짓누르는 감정이 우스워질 만큼 아무것도 아닌 게 될 테지만,
후회뿐인 선택지를 남겨놓기보단 곪아 터지기 전에 어르고 달래 한 단계 더 성숙해진 모습이길 바란다.

#방치된_감정

작가의 이전글 탈코르셋의 관한 단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