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세홍 May 15. 2019

안도 타다오, 2019

꿈을 창조하는 자

안도 타다오, 일본의 건축가 다큐멘터리다.
지루하지 않게 이 사람의 철학과 이력을 잘 녹여냈다고 생각했는데, 러닝타임도 73분으로 짧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젊은날의 패기와 본능적으로 타고난 예술성이 지금의 안도 타다오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단편적으로 성공한 건축물들을 위주로 보여주기에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하나의 건축물이 올려지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계산 그리고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결코 쉬워 보이지 않았던 그의 여유로운 웃음소리가 영화가 끝난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그냥 툭 턴지듯 내뱉는 말에 그가 삶을 대하는 철학이 보이기도 한다.
우리도 흔히 죽기 살기로 하는거야. 죽기야 하겠어? 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이 영상에서 “실패한다 해도 죽진 않으니까.” 라는 말을 그의 입에서 나온 단어로 직역하면, “실패한다 해도 죽임을 당하진 않으니까”라고 말한 점도 인상이 깊다. 아마 그가 하는 작업은 혼자서는 절대 이뤄낼 수 없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협력하는 일이기 때문에 저렇게 생각하며 일을 진행하진 않았을까 한다.

영화의 말미에 안도 타다오가 췌장에 암이 발견되어 췌장과 비장을 떼어내야 한다고 선고를 받았다는 말에 일전에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는 마르틴 루터의 말을 서문으로 쓰며 나는 당장 무엇을 해야한다고 생각할지가 궁금하다고 썼던 말이 겹쳐 떠올랐다.
당장 죽는것과 기간을 정해놓고 죽는것은 또 다른 이야기가 되니까.
기간을 1년이라고 잡고 나에게 딱 1년 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가정한다면 내가 진심으로 즐기는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어느 정도 지금의 내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잡았달까? 조금의 진척이 생긴것 같아 이 영화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라도 망설이고 있는 누군가에게, 갈피를 못잡고 방황하고 있는 누군가의 결정 장애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위의 말은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온 거장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겠지만, 여유로운 말투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흔적이 보인다.
안도 타다오 역시 거절당한 경험이 있고, 실패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겁먹지 않고 끊임없이 용감하게 도전해 왔기에 할 수 있는 말이라고도 생각한다. 어린시절 권투를 하다 방향을 옮긴 일화에서도 “포기하는 것도 중요하니까, 아닌건 바로 관뒀어.” 라는 말조차 너무나 어렵지만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자신에게 갖는 신뢰의 척도라고 생각한다.
그가 하고 싶은 일을 대하는 태도, 배우려는 의지. 그것을 어떻게 곁에 두는지까지도 무언가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거절의 경험과 실패의 경험이 자신의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나 거절 당하고, 실패를 맛본다. 그 후 다시 일어나서 나아가는것 또한 자신의 몫임을 스스로 깨달았으면 한다.
2014년 췌장에 암이 발견되어 췌장과 비장을 떼어내야 한다는 말에 앞이 깜깜했지만, 일을 반으로 줄이라는 말에 병에 걸리면 편하구나~ 라고 생각했다는 안도 타다오는 여전히 새로운 일에 도전 중이다. 계속해서 그의 철학과 가치관 그리고 투지가 담긴 건축물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안도타다오 #빛의교회 #다큐멘터리
#어차피한번사는인생 #진심으로 #즐기는일을하자

작가의 이전글 가만 가만히, 문이 열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