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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홍 Aug 11. 2018

멜랑콜리의 멜

돌고 도는 우울





근데 왜 멜이야?
뭐라더라, 멜랑콜리의 멜이라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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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ancholē 멜랑콜리 혹은 멜랑꼴리 고대 그리스ㆍ로마에서 의학용어로 사용된 것이 시작이며, 멜랑콜리아(melancholia)라고 불렀다.
melan(검다)와 cholē(담즙)의 합성어로 흑담증병으로 유례되었으나, 장기적이고 흔히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감 즉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의 일종으로 정착된 단어.
다시 말하면 멜랑콜리는 특정한것을 가리키는 단어가 아닌 감정을 서술하는 단어로 쓰인다.

내가 기억하기로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때는 2000년 대 초반 부터인데, 너무 생소하기에 더 호기심을 자극하는 단어였다.
일단 외래어에서 오는 특이함, 시각적으로 예쁜, 쉬운 발음의 단어.
책을 교열하며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멜랑콜리로 쓰긴 했지만, 사실 멜랑꼴리가 더 익숙하다.

처음 멜랑콜리를 알게된건 아는 선배가 메신저 상태메세지로 써놓은것을 보게된 일이었다.
이게 무슨말이냐 물었더니 얼버무리며 ‘그런게 있다’ 라는 말을 했는데, 찾아보며 왜 말을 얼버무렸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설명할 수는 없으나 감각적으로 대충 알 것 같은 단어. 그 당시 멜랑콜리는 특정 지을 단어도 없고, 사실 그 말이 뭔지 정확히 몰랐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멜랑콜리’라는 단어가 재밌다고 생각한다.
나의 개인적인 감상으로 탄생한 앙상세의 ‘멜’이라는 캐릭터 설정에도 여과없이 드러나기에 멜랑콜리를 풀어볼까 한다.

13세기 프랑스에서 부터 사용되기 시작하여 19세기 말에는 유럽 전역으로 퍼지며 ‘멜랑콜리’라는 단어는 천재들을 대변하는 말로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철학이든, 정치, 문학, 예술이든 모든 뛰어난 인간은 우울한 것 같다”
라는 말을 남긴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18세기의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다시 한 번 언급하며 적극 동의한다.
그리고 21세기를 살아가는 내가 그들의 말을 읽고 일정 부분 동의하는 것 처럼.
15세기엔 '레오나르도 다빈치', '코페르니쿠스', '구텐베르크', '보티첼리'등의 천재들이 많았고, 그들의 공통적인 필수 요건이 멜랑콜리함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은 우울을 느끼지 않아도 우울한 척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둠을 과장되게 보이는것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특히 예술적인 감각은 고립된 감점을 집요하게 들춰내는것에서 부터 나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사회인들이 단체로 15세기로 텔레포트하면 우울을 숨기느라 끙끙대지 않고, 대놓고 뽐낼 수 있다는 말이다.

패션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우울이라는 단어를 숨기고 싶은 이면인 지금이 언젠가는 자랑거리가 될 시대가 다시 올지도 모르기에 조금 더 자부심을 가지고 멜랑콜리라는 단어의 가치가 다시 상승하는 순간을 기대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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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단상
클로르프로마진-나의 끝나지 않는 하루
앙상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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