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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홍 Aug 12. 2018

갑자기 찾아온 타인의 친절

원치 않는 행복


익숙해지지 않기 위한 노력도 쉬운 건 아니야.
예를 들면 갑자기 찾아온 타인의 친절 같은 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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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찾아온 타인의 친절’
소설집 ‘클로르프로마진’이 단독으로 나가기엔 익숙지않고 어려운 단어라 부제목을 정할 때 ‘나의 끝나지 않는 하루’와 끝까지 남아 고민하게 했던 후보군이다.
만약 이걸로 결정이 났다면 표지도 바뀌었을테고, 따라서 목차와 내지 디자인도 함께 바뀌었을 부제.

개인적으론 굉장히 아쉬움이 남는다. 문장의 울림도 좋고, 밀려난 표지와 기타 부수적인 것들과도 찰떡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의견과는 너무나 예상밖인 ‘무섭다’는 의견이 나왔으니까.
이유를 듣자하니 요즘 세상이 흉흉하여 갑자기 친절을 베풀면 의심부터 해보게 되는것도 사실이고, 혹시라도 불미스러운 사건에 말려들게되면 감당해야 할것이 너무 많았다.
결국 나는 반대의 의견을 납득했고 깔끔하게 포기했다.
내가 생각했던 뜻밖의 호의가 누군가에겐 공포의 대상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사실 관계에 있어 경계심을 잘 풀지 않는 사람들은 이미 실망을 했거나, 실패했다고 생각하거나, 회복되지 않은 상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것들을 극복할 수 있는 말 그대로 ‘행운’같은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기대심마저 나는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함부로 기대하게 만들고 기대치에 미치치 못하고 다시 무너져 내리는 상처는 고스란히 기대한 사람에게 무책임하게 넘기는 꼴이 된다.
이미 상처투성이인 마음에 친절을 가장한 칼을 휘두룰 순 없다. 누구도 그럴 자격이 없다.

‘원치 않는 행복’이라는게 있을까?
처음 저 어색한 문장을 들었을때 나는 멈칫 했던 것 같다.
‘원치 않는 행복이 올 수도 있어.’ 라는 말에 ‘철학적이네.’라는 말로 넘겼지만 사실 내 안의 어딘가에선 그런게 있을까 분주히 원치 않는 행복이라는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론 두려움에 오지도 않는 손님을 돌려보내고 싶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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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단상
클로르프로마진-나의 끝나지 않는 하루
앙상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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