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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홍 Aug 14. 2018

누가 나 좀 안아줬으면 참 좋겠네

with 쇼펜하우어


문득 내 모습이 가여워보일 때, 가엾이 여기는 누군가를 볼때,
혹은 내가 가엾이 여기는 누군가에게 나의 모습을 발견 했을 때.
잠시 잠깐이라도 안겨있는 온기를 전달받기를.
-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의 대표적인 인물로 알려져있다.
나는 항상 그 부분이 안타까웠다.
염세주의라는 말 자체를 부정하는것은 아니지만, 부정적인 단어로 구분이 되는것이 말이다.
열정이라는것이 얼마나 값이 싼지 ‘열정 페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나는 특히나 좋은 환경에서 맘껏 양껏 누린 후 성공한 사람들이 강의를 통해, 미디어를 통해 안되면 되게하라. 열번이고 백번이고 도전하라. 당신은 고작 한 번 넘어졌을 뿐이다.
라는 말이 폭력적이게 다가와, 몰려오는 회의감을 감출 수 없다.
당신에겐 고작 한 번 일 뿐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겐 그 고작 한 번의 기회를 체험 하기위해  얼마나 많은것을 잃을 각오로 모든것을 소비해아하는지 모를테니까.
물론, 가시 박힌 말은 아닌걸 알고 있다. 단지 겪어보지 못한 영역을 모르는것 뿐.
지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힘을 누군가 받았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말일것이다.
쇼펜하우어는 원하는것을 하기 위해 영혼을 갈아먹을정도로 궁핍한 삶을 살지는 않았다.
부유한 집안에 태어나, 일찍이 재산을 상속받았으며, 본인이 원하는 공부를 순탄히 하고, 강단에 서서 본인이 하고싶은 말만 내뱉다가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지켜내야 했던 재산, 충분치 못한 부모의 관심, 환호 받지 못하는 고약한 성깔의 비인기 강사, 사랑하는 여자로부터의 차가운 외면에 모든것에 회의적인 시선을 갖게 됐다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뻔한 이야기.
아마도 직업쪽에서라도 인기가 있거나 그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는 추종자들이 있었다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있는 콧대를 더 높이 쳐들고, 고약한 성질머리의 철학자로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쇼펜하우어의 인생론’이라는 책을 남긴다.
이 책을 보면 쇼펜하우어가 얼마나 삶에 애착이 강했는지, 그것들을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 잡히지 않는 사랑과 관심을 얼마나 끊임없이 갈구했는지 알 수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처럼, 그의 책의 구구절절 군중 속 고독에서 나오는 절규를 들으며 염세주의라는것은 그만큼의 애착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쇼펜하우어를 통해 들었다.
어찌보면 유행처럼 번지는 ‘나만 아니면 돼.’ 라는 현상을 더 경계하고 무서워해야하는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더불어 과거의 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나는 주저없이 쇼펜하우어를 찾아가 있는 힘껏 안아주고 싶다. 따뜻한 온기가 온 몸으로 퍼지도록. 적어도 그 누구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마음으로 생을 마감하지는 않도록 말이다.
http://sarkyu0110.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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