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상담치료가 시작됐다. 결국 약 처방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조금 비용이 부담이 되더라도 상담치료를 병행하기로 했다. 상담치료를 이전에 일 년 정도 받았었는데, 지금 생각으로는 별 효용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당시에 남편과 많이 연결되어 있는 곳에서 상담을 받았기 때문에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기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역시, 이야기를 주저 없이 하기에 모르는 사람이 최고다.
상담을 받으러 가기 전 수백억 개의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그리고 때론 그 생각들이 다른 데로 튀어가기도 하고, 저 밑으로 가라앉기도 했다. 물 위로 머리를 내밀어 숨을 쉬었다가 다시 아래로 끌려가는 느낌... 어떤 날은 내가 어디쯤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지금 물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 누군가 내 발을 끌어내리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허우적 대고 있기 때문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내 생각들은 자기 멋대로 몸집을 부풀리고 있었다. 그만하자. 이제는 물속에서 그만 허우적대고 나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깊고 깊은 호수를 빠져 나와 이제는 그만 쉬고 싶었다. 따듯한 햇살아래 편안히 누워있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우선 생각을 멈추었다. 아이들 방학도 있었고, 다른 할 일도 많았다. 하지만 생각은 제 마음대로 커져 결국에는 나를 다시 물속 깊은 곳으로 데리고 왔다. 이번엔 생각들이 물속으로 나를 다시 끌어당겼고, 나는 그 생각들을 잘라내지 않았던 것 같다.
오늘 첫 번째 상담치료에서 어릴 적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야기를 시작하니 신기하게도 새롭게 기억나는 일들이 많았다. 그런데 더 신기한 건, 그 이야기들 중에 신나고 재미있었던 기억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상담치료라는 특성상 그런 걸까... 아니면 정말 좋은 기억이 없는 걸까.. 내가 비관적인 사람이라서? 아니면 정말 그런 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다시 파헤치는 동안 집까지 걸었다.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는데 생각들이 멋대로 날뛰니 멀지 않게 느껴졌다. 오늘 비가 왔는데, 도대체 언제 비가 그쳤는지도 모르고 걸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지치고 피곤하다. 나는 그동안 어떻게 살아내고 있었던 걸까.
오늘 첫 상담에서 선생님이 이 상담을 통해 무엇을 바라는지에 대해 물었다.
선생님. 저는 그만 이 물에서 나가고 싶어요. 더 이상 숨을 참을 필요도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고통도 싫어요. 저를 물속에 빠뜨리지 않으려고 스스로 나무판이 되어준 남편을 놓아주고 싶어요. 땅 위로 걸어 나가 누워서 쉬고 싶어요. 그리고 수영을 배우고 싶어요. 다음에 혹시 물에 빠지더라고 더 이상 물속에서 허우적거리지 않고 자유롭게 수영하며 스스로 걸어 나올 수 있도록이요....
내가 빠진 물이 정말 깊은 호수인지, 아니면 발이 땅에 닿는 낮은 연못에서 나 혼자 허우적 댄 것인지. 알고 싶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깊이든 간에 나는 이번에 물에서 빠져나간다면 꼭 수영을 배울 것이다. 다음에 깊은 물에 빠지게 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