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없이 보낸 일주일

우울증 진행 중

by 나인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들... 글도 그림도 일도 육아도 청소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가 지나간다. 그저 의미 없이 인스타그램을 스크롤하거나 넷플릭스에서 내가 집중해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른다. 그리고 고른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면 안도한다.. 휴..... 며칠은 또 보낼 수 있겠어.


아침에 일어나면 8시. 아니 6시 반. 이건 내가 일어나는 시간이고 8시는 아이들이 일어나는 시간이다. 유난히 잠귀가 밝고, 옆에 사람이 없으면 금세 잠을 깨버리는 아이들이라 양팔에 아이들을 끼고 누워 가만히... 정말 가만히 눈만 꿈벅인다. 가끔 잠이 들 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누워서 시간을 보낸다.

아침잠이 많은 내게 아주 좋은 일이지만, 그 시간을 쪼개어 운동을 하고 책을 본다는 엄마들을 볼 때마다 우리 애들은 왜 이런가 싶기도 하다. 하긴... 시간이 있어도 어차피 할 일은 없다. 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 같다.


8시에 일어나면 아이들과 10분 정도 침대에서 뒹군다. 도대체가 몸이 움직이질 않기 때문이다. 내가 나무늘보가 된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 날은 거실까지 나가는데 30분 이상이 걸린다. 그러다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고 하면 주섬주섬 먹을 걸 챙긴다. 아침에 밥을 먹지 않는 아이들의 성향도 있지만, 사실 귀찮은 게 그 이유이다. 아침을 대충 먹이고 나면 아이들 가방을 싸면서 옷을 입으라고 재촉한다. 하지만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엄마 말이 말인지 방귀인지 모르는 아이들은 둘이서 신나게 신나게 신나게 놀기만 한다. 나갈 시간 5분 전에 아이들을 꼬셔서 옷을 입히는데, 어떤 날은 잘 꼬셔지지 않아 결국엔 화를 내고, 집을 나선다. 그 와중에 둘째는 옷을 안 입겠다고 떼를 써서 첫째 둘째 옷이랑 가방이랑 둘째를 들고 집을 나선다.


겨우겨우 시간에 맞춰 버스를 태우고 어린이집을 보내면 나는 쏜살같이 집으로 돌아가 문을 열고, 소파에 눕는다. 그리고 넷플릭스..... 심할 때는 일도 하러 가지 않고 집에서 누워서 넷플릭스만 볼 때도 있었다. 지금은 조금 나아져서 넷플릭스를 보다가 보다가 보다가 나가야 할 시간에 씻기 시작한다. 애들이 누굴 닮았는지 알 것도 같다.


일을 하러 나오면 컴퓨터를 켜고, 넷플릭스를 본다. 할 일이 있음에도 넷플릭스를 켜고 딱 요것만 보고 그만 보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아시다시피 잘 되지 않는다. 그러면 마음이 점점 무거워지는 걸 느끼면서 티브이를 보다가 결국엔 내일해....로 무거운 마음을 멀리 던져버린다. 꼭 오늘 당장 해야 되는 일이 없음으로.

그러다 퇴근 30분 전 부랴부랴 할 일을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래도 오늘은 일을 했다.라고 말이다. 어떤 날은 넷플릭스를 아주 끝장나게 보다가 아이들 픽업에 뛰어서 갈 때도 있다.


지난주 병원에 가지 못했다. 아차차.. 약이 없다. 약을 안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도 조그는 괜찮은지.. 괜찮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며칠이 지나고 오늘이 수요일 약을 안 먹은 지 3일째. 약을 먹지 않은 나는 그대로였다. 하나의 변화도 없이... 월요일에 누워서 하루를 보내고, 아이들과 남편에게 다시 짜증을 냈다. 아이들이 요구하는 것들에 대응하지 못하고, 화를 내고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결국엔 그대로.


내가 변한 건 없었다. 암이 더 퍼지지 않도록 조치만 취했을 뿐. 나아진 것이 없다. 오늘은 마음이 불안하고 두근거렸다. 이러다가 내일을 버티지 못할까 봐 무서운 생각이 든다. 내일 하루만 버티면 병원에 간다. 제발 하루만... 버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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