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를 찾아서
언젠가 내 마음이 불이 다 타버린 숲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모를 산불이 점점 번지고 바람이 휙 하고 불어 숲 전체를 태운 커다란 산불.
화마가 지나간 자리는 까맣게 탄 재만 남았고, 그 숲에 살아가던 동물들은 어쩔 수 없이 숲을 떠나거나 혹은 피하지 못해 불에타 죽어 시체도 찾을 수 없이 까만 숲. 온 세상이 붉은색과 회색 그리고 타고 남은 재로만 가득한 숲.
내 마음 숲 속 어딘가에 아주 작은 불씨가 번졌다. 그게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 모르지만 그 불씨는 아주 작은 어린아이의 몸에 생겨났던 것 같다. 아이는 불이 난 줄도 모르고 마음이 뜨겁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다. 가끔 짜증 나고 힘들 때가 있었지만 마음속으로 묵묵히 참고만 살았다.
어른이 된 아이의 몸 안에 불씨도 같이 커졌다. 아이는 불이나 타버린 곳들이 어딘지, 아니 그런 곳이 있는지 조차 모른 채 살았다. 불이 도 번졌는지도 몰랐던 것 같다. 너무 오랫동안 함께 있어 그냥 그렇게 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가끔 술을 마셨다. 여행을 가고,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했다. 그럴 때마다 뜨거운 가슴이 시원해졌고, 그렇게 조금씩 불을 끄며 잘 살았다. 잘 살았나??
조금씩 조금씩 타오르던 불이 갑자기 번진 건 결혼을 하고 나서였던 것 같다. 아이를 가지기로 하고 일도 술도 담배도 모두 끊었다. 불을 진화할 장비를 다 버리고 나니 불이 번졌다.
아이를 낳고, 행복했다. 아주 잠시 그랬다. 아이가 크고 아이의 울음소리도 커졌을 때부터 힘들었다. 주변에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를 키우는 건 다 힘들다는 말에 나도 그냥 그런 줄 알았다. 아이가 미운적이 있고, 아이를 다들 한 번은 침대로 던졌다는 말들. 아이가 울어서 나도 울었다는 말들. 화낸게 미안해서 아이를 안고 펑펑 울었다는 말들. 그래서 나도 그냥 산후 우울증이 온 줄 알았다.
아이를 낳기 전부터 상담을 받았다. 내가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서 괜찮을 거라고 했다. 출산 전 호르몬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고, 출산 후 너무나 괜찮았기 때문에 그냥 넘겼다.
아이를 낳고 힘들 때 시부모님과 부모님의 도움으로 밖에 나가 이것저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일도 다시 할 수 있었고, 나가서 일을 하니 괜찮은 것 같았다. 나와 모두는 역시 산후 우울증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아이가 크고 일을 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동안에도 마음속 불씨는 계속 타오르고 있었다. 나도 몰랐고 남편도 몰랐다. 지금 한참 타고 있는 숲에 난 불만 끄고 나서 산불이 드디어 잡혔다고 안심했다. 그래서 이제는 새로운 나무를 심자고, 아직 다 타버리지 않은 재 위에 우리는 나무를 심었다. 그렇게 둘째가 태어났다.
몰랐다. 내 안에 타고 있는 불이 이렇게 깊고 컸던 것을. 이건 그저 작은 산불이 아니었음을…
나는 다시 불이 붙어 걷잡을 수 없게 된 나의 산을 되살리고자 한다. 더이상 숲에 사는 아이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숲을 바라보는 사람이 불길로 뛰어드는 일이 없도록.
오늘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깜짝 놀랐다. 내 마음속 불똥이 아들에게 튄 걸 모르고 계속 화를 내고 있었다. 튀어간 불똥이 큰 불이 되어 타오르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이제는 내 마음속에 타오르는 불을 끄고, 아이들 마음을 진화해야 할 때다. 나처럼 마음에 불을 안고 살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그러기 위해 발화점을 찾아 불씨를 없애야만 한다.
아이들을 유유히 흐르는 강처럼 키우고 싶었다. 끝없이 변화하고 흐르며 강가의 모든 생명에 도움을 주는 사람. 계속 계속 흘러 흘러 바다로 갈 수 있는 사람으로.. 아이들의 숲은 그렇게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나는 그 숲의 한가운데에 불씨를 뿌렸다. 더 번지기 전에 잡아야 한다. 아이들의 숲은 아직 축축한 야생의 것이므로 불길을 잡기 쉬울 것이다. 그리고 불에 타버린 그곳에 다시 꽃이 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