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 '아트서울 기부투게더' <언택트 시대의 예술 디알로그> 속내
백수로 잘 살아보기를 하는 것은 회사를 관두지 못하고 다니는 일보다 몇 백배 어려운 일이다. 몸에 단련되어있는 회의시간, 수면시간, 11시 50분이면 몸이 알아채는 밥때. 모든 것이 익숙해있어 그 흐름에 흘려보내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프리랜서=반백수'로서 산다는 것은 지금까지 관리해 온 경력이라는 맥락 선상에서 전문적인 일을 만들어야 하고 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스케줄을 조절해야 하고 온전히 스스로 아무런 사회적 약속 없이 실행해야 한다. 몸에 익어버린 ‘타인에 의한 마감시간’이 없는 것을 해내기란 참 힘든 일이다. 길들여진 몸을 다르게 훈련시키는 과정이 당장 필요하다.
가려는 길이 맞는 것인지 소신을 가지고 꾸준히 안 보이는 길을 걸어간다지만 이는 개념적인 말일뿐 실제 체감은 걷고 있는 것인지 조차 아니라고 부정할 때가 많다. 스스로 불충분하다고 느껴지는 일상에서 오는 불만과 무기력증을 다른 시간대로 설정하여 건강하게 동작시키기 위해 무던 애를 써야 하는 삶이 바로 '프리랜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로 세상은 강제 정지상태가 되었고 그 가운데 프리랜서라는 반백수 삶의 기본적인 정막은 한 꺼풀 더해져 더욱 스스로 노력하는 삶을 요구한다. 일상적인 삶에서 타자와 사회적 약속이 생략되어 점점 더 편한 자세를 취하게 되고 이를 안정감이라는 착시로 나를 위안한다. 동기가 있지 않는 한, 집 밖으로 한 발자욱 나가지 않고 전화 한 통화 하지 않는 온전히 내 의사에 의한 삶을 충실히 살고 있다.
40대 이전에 꼭 퇴사하고 프리랜서의 삶을 살겠다며 꿈꿔온 나는 과연 무엇을 원한 것이었을까.
길을 잃은 듯 아니면 제 길을 찾은 듯 혹은 타임머신을 탄 듯 고등학생 때처럼 장래희망을 생각한다. 길을 잃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 상황에서 주는 장점이다. 선택지가 생긴 것이다. 가던 길을 걷는 게 아니라서 시간은 좀 더 걸리겠으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시 헤맬 기회가 생긴 것이다.
기존의 삶을 이어 갈 것인가 전혀 다른 업종으로 바꿔 살아갈 것인가. 사실 예술 바닥을 떠나려는 생각은 한달넘게 연이어 괴이하게 쏟아내리는 비의 모양새와 같이 온갖 변주를 부린다.
미술 전시를 계속 만드는 것이 재미있기는 한데 과연 의미가 있을까.
미술시장이 폭망한 가운데 갤러리를 운영하고 싶은 건 무엇을 위한 마음일까.
거버넌스 속 예술 프로젝트가 자신의 생존에 부딪힌 걸 보긴 했는데 증언해야 하는 가.
징후학은 예술의 일거리(들뢰즈)라고 했는데 현재 이 징후들을 어떻게 보여야 하나.
취향에 의존해야 하나 사회적 의무를 실행해야 하나.
코로나 가운데 큐레토리얼 실천은 전시 말고 무엇으로 표출될 수 있는 가.
이런 어지러움들이 예술계 종사자 인터뷰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내 속의 시끄러운 저 목소리들 볼륨을 줄여두고 남의 소리부터 '듣기' 시작한다. 듣고 받아쓰기를 반복하고 받아둔 수많은 문장들을 정리하며 다시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다. 예술을 중심으로 예술 종사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이다. 나는 기록하고 배포하는 역할로 한정 짓는다. 인터뷰 후 튀어나오는 내 혼잣말을 조금씩 메모하며 때로는 공중에 음성으로 날려보내며, 오롯이 그들의 목소리를 살려 문자로 담아내는 프로젝트이다. 짧은 질문이지만 말의 씨앗이 그들의 마음에 나무가 되어 자라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정답은 없지만 잠들기 전 혹은 작업할 때 문뜩문뜩 들려오는 일곱 가지 질문들이기를 바라며 정성껏 추출하여 질문을 만들었다. 말 걸기용 질문을 버튼 삼아 그들 자신의 이야기로 편안하게 펼치는 시간으로 보낼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스무 명 정도에서 일단락 마무리를 지을 생각이고, 그들 목소리 울림의 무게로 내가 갖고 있는 둥둥 떠다니는 저 시끄러운 어지러움증이 중력을 되찾기를 바랄 뿐이다. 예술종사자로서 나와 같은 어지러움증을 겪고 있는 분들 또한 이 인터뷰집을 통해 우선 각자가 망망대해에 일엽편주가 아님에 반가운 연대감을 느끼길 바라며 어디로 가야 할지, 갈 수 있을지 방향과 가능성을 예측해보길 바랄 뿐이다. 비슷한 고민을 하지만 각자 다른 위치에서 서로를 잡아끌어주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예술생태계는 결코 창작에 충실한 예술가만이 살 수 있는 곳도 아니며 기획자, 예술행정가, 도시활동가라고 해서 예술생태계 밖에 산다고도 할 수 없다. 예술을 두고 우려하고 있는 지점,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성찰해야할 지점들을 공유하고 상기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어쩌면 코로나 덕분에.
현재 서울문화재단 <아트서울 기부 투게더> 기부금을 받고 있는 프로젝트 링크는 아래와 같다.
프로젝트 소개가 상세하니 읽어보시길.
기부로 이어지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쁨!
소소한 기부받아요~ 크나큰 기부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