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실견이 안 되는 상태

언택트 시대 예술 디알로그 No.9

by 엘로디 옹그

대학생 신분으로 호기롭게 인턴을 나간다. 사회로의 첫 발걸음.


화이트 큐브에 환상이 있던 그 시절 갤러리는 어떤 곳일까 글로만 배운 난 2002년 대학교 3학년 사간갤러리에서 인턴을 시작한다. 추억은 감상과 같이 우선적으로 아름답게 적힌다.


당시 미술계를 떠올려보면 한국 현대미술 대안공간으로서 첫 스타트를 알린 '루프'가 홍대 지하에서 함진과 같은 신진 작가를 등단시키고 있었고, 모래 흙길로 먼지 풍기던 인사동 거리 안국역 방향 약방 골목 지하에는 '사루비아 다방'이 대담하게 실험적인 예술을 잉태하고 있었고, 인사동 반대편 초입 판화방 골목 뒤켠에는 '풀'에서 예술을 통해 굳은 발언을 하고 있었다. 홍대 언덕에 걸쳐있는 '쌈지스페이스'는 차학경과 같이 우리가 들여다봐야 하지만 국외에 자료가 더 많은 작가를 주목해주었고, 타 대안공간에서 볼 수 없는 인디음악문화를 미술계에 녹아들게 수용하고 있었다. 현재는 진관동에 사비나미술관으로 한적하게 위치해있지만 당시에는 인사동 약국 골목으로 들어서면 '사비나갤러리' 전시를 꼭 챙겨보게 되는 인사동의 주요 관람 동선이 존재했었다.


미술관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미술 교육 기능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갤러리들이 관장 취향으로 주목하는 작가의 개인전들을 열어주며 미술 유통을 주도하고 마니아 컬렉터를 양산하고 지속적으로 소속 작가를 지원, 관리하고 비영리 대안공간은 마치 든든한 형제들 아래 사랑받는 막내와 같이 자기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사정이었다. 미술계에 등단하려면 대안공간을 거쳐야 하는 암묵적 단계와 제 역할을 위한 경계와 룰이 존재하던 바야흐로 현대미술계 르네상스인 이천년대였다.


유학 전까지 긴 인턴생활을 했던 몽인아트센터 모사업체이던 사간갤러리는 폐관을 했다. 삼청동 은행나무길 초입의 사간갤러리까지 걸어가면서 갤러리현대, 금호미술관 전시를 마치 무엇을 확인이나 하는냥 빠른 걸음으로 보고, 국제갤러리에서 일하던 선배 언니와 인사하며 출근하던 그 인턴생활은 앞서 언급한 미술계 자발적인 축이 되어주던 전시공간들과 함께 추억으로 저장되어있다. 미술계는 2008년 이래 아트버블을 겪고 2019년 이래 인간의 역병인 코로나까지 함께 겪고 있다.


한결같이 줄곧 커머셜 갤러리에서 일을 해 온 소중한 인연과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그의 성정을 느낄 수 있는 짧은 인터뷰였다. 인턴 시절 사수가 되어준 양찬제 갤러리스트이다. 작품 포장의 중요성을 배웠고 도록이 왜 작가에게 중요한지 처음 알게해준 큐레이터이자 요즘은 사람들에게 날 20년 지기라고 소개해주는 아저씨이다.


을지로와 문래동에 위치한 상업화랑 대표인 그는 지금도 발로 수십킬로를 걷고 작품 설치를 하기 위해 망치를 쥔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은 장착하지 않는 '찐'아날로그랄까. 그에게 비대면 시대는 어떻게 다가와있는지 궁금했다. 각종 아트페어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작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삶을 사는 갤러리스트는 보기 드물다. 갤러리에서 일한다고 누구나 갤러리스트도 아니다. 표정과 말은 투박하지만 작가 어쩌면 우리가 믿는 예술을 섬기는 자세를 이 아저씨를 통해 본다.


상업화랑 홈페이지 : https://www.sahngupgallery.com/current




질문 1 > 어떤 일을 하고 계시고, 포스트코로나 시대 이후 어떻게 예술을 보여주고 계신가요?


답변 1 >

전시 기획 일을 계속 하고 있죠. 코로나 시대라서 오프라인 행사가 어려우니 온라인 기반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새로 개발하는 것을 통해 예술을 보여주려고 해요. 지금 진행 중인 방법으로는 ‘온라인 뷰잉(viewing) 갤러리’가 있어요.


질문 2 > 현재 하고 계신 일로 제일 힘들거나 곤란한 점은 무엇인가요?


답변 2 >

상업화랑을 운영하고 있기는 하나 고질적으로 즉각 자본으로 환원되는 동네는 아니잖아요. 미술시장 불경기에 더해서 코로나로 인한 이중고라고 말할 수 있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고 엄청난 예산을 쓰고 있지만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하잖아요.

미술계도 마찬가지로 지원사업을 확충하는 것으로는 결코 해결되기 어렵다고 봐요. 제도를 개선하는 게 그나마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전 국민한테 작품 사라고 돈을 준다고 미술시장이 활성화 될까요? 문제는 제도 개선이라고 봐요. 온라인 안 해도 상관없고 작품을 사면 세금을 감면이나 비용처리를 확충하는 방법이나 세금 감면 같은 방법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난지원금 받아서 경제가 잠깐 반짝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잖아요. 작가미술장터, 아트페어 아무리 해도 (이와 같은 이중고 개선에 있어) 소용없다고 봐요.


질문 3 > 언택트 시대가 되어 예술 측면에서 나아진 점이나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요?


답변 3 >

접근성이 개방적이고 다변화된 지점들이 있죠. 그 전에는 시간이나 공간 측면에서 제한적인 오픈이었다면 작품 소개를 온라인 형태로 진행하면서 전 세계 누구나 이것을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시공간에 관계없이 24시간 오픈된 상황이 됐죠. 분명 온라인의 장점이기는 하나, 작품 실견이 안 되는 상태에서 미술이 갖고 있는 특징을 얼마나 전달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에요.

예를 들어 달력 속에서 고흐 작품을 접하는 것과 같이 이미 우리는 이미지 복제를 해봤지만 그 이미지를 재현한다고 할 때 원전이 갖는 오리지널리티는 극복할 수 없죠. 버추얼 리얼리티(VR)이니 3D촬영이니 온라인 갤러리를 위해 현재 활용되는 기술도 이 지점은 전혀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죠.

질문 4 > 코로나 이전부터 우리는 예술 측면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을까요?


답변 4 >

질문 자체가 답변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굉장히 방대한 질문이기도 하고요.


질문 5 > 아쉽게도 실현하지 못한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답변 5 >

오프라인으로만 가능할 수 있었던 것들 예를 들어 작가와의 대화같이 현장에서 소통이 되어야하는 문제들 그러한 프로그램이 무산될 수밖에 없어요. 대면으로 풀어내야 하는 프로그램들을 진행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워요. 줌(Zoom)과 같이 화상으로 진행한다는 것은 대면이 가지는 현장의 긴밀함은 무너진다는 것이죠.


질문 6 > 지금의 위치에 있기까지 영향을 받은 예술가나 인물이 있나요?


답변 6 >

중학교 미술 선생님이 나의 멘토는 되지만 인생의 방향 설정은 스스로 개척을 했다고 생각해요. 특별하게 롤 모델이 있거나 영향을 받은 인물이 있지는 않아요.

질문 7 > 예술가의 사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답변 7 >

예술가라고 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 길이 남기려는 의도를 갖는다든지 예술가만의 특별한 사명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예술을 처음 할 때 그 마음을 계속 간직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죠.

저의 경우는 사람들에게 울림이 있는 전시를 만드는 것. 초심을 가지고 있는 작가를 찾아내서 상업화랑에서 보여주는 것. 이런 것이 제가 하는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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