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은 그럼 어디에 기댈 수 있는 것인가

언택트 시대 예술 디알로그 No. 19

by 엘로디 옹그

크리에이터라는 말의 등장이 벌써 십 년 남짓 역사를 갖습니다. 아티스트라는 말로 지칭하는 범주가 불충분하여 이 단어가 외래어 그대로 등장하면서 예술가의 범주를 넓히려는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요. 누구를 예술가로 칭할 수 있을까 예술가는 어떤 것을 업으로 할 때 오롯이 예술가라고 불릴 수 있을까요. 명쾌하게 정의할 수는 없지만 존재하는 개념이 있습니다. ‘사명’이라는 단어도 이것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요?


서울문화재단 입사동기로 만나 십 년이 지난 인연을 유지하며 화딱지가 날 때면 이따금 통화하는 수다쟁이 지인이 있습니다. 다짜고짜 ‘예술이 이래도 돼?’ ‘원래 예술이 이런 거야?’라는 질문으로 대화는 시작됩니다. 예술가의 사명은 없다고 말하지만 주어진 사명에 따라 충실히 사는 금천예술공장 김진호 매니저와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합니다.




질문 1 > 어떤 일을 하고 계시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후 어떻게 예술을 보여주고 계신가요?

답변 1 >

문화예술 행정 일을 하고 있고 국제레지던시 운영 업무를 하고 있어요. 입주작가 결과물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는 것으로서 금천예술공장에서 예술을 보여주고 있는 건데 코로나로 오늘 폐쇄령이 내려와서 예술가들 레지던시는 운영을 하지만 일반인들 출입은 금하고 있어요. 오픈스튜디오도 두 가지 안으로 논의 중인데 하나는 내부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외부에 알리는 정도, 두 번째는 입주작가들만 참여하여 얘기하는 것을 실황 중계하는 걸로요.


질문 2 > 현재 하고 계신 일로 제일 힘들거나 곤란한 점은 무엇인가요?

답변 2 >

어떻게 프로그램 준비를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일단 관은 이런 일로 문제가 커지면 문부터 닫아버리니까 현장 실무진으로서 따라야 하지만 제 생각은 이러한 관이 제일 안전해요. 철저하게 방역 방침에 따라 출입을 하고 있는데 관이 이렇게 폐쇄를 해버린다면 ‘예술가들은 그럼 어디에 기댈 수 있는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지게 되죠. 이번 오픈 스튜디오의 기획전시도 사실 그러한 고민이 있는 내용이에요. 금천예술공장 내 자기 스튜디오를 개방하는 것이 오픈 스튜디오 프로그램인데 문을 닫아버리니 그렇다면 예술가들이 다른 곳에 나가서 예술활동을 펼치며 시민들을 만나러 가자는 것이죠 이것 또한 한계가 있지만 말이죠.

금천 올해 입주작가가 공교롭게도 3분의 2가 미디어아티스트이고 조소, 회화 작가가 계신데 코로나 이후에도 작업에는 큰 지장이 없는 분들로 다수 구성이 되어있기는 하지만 서로 작업 발표를 보면서 생각을 많이 하고 영향을 받기도 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그러한 교류를 만들기는 어려운 상태입니다.


질문 3 > 언택트 시대가 되어 예술 측면에서 나아진 점이나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요?

답변 3 >

세대차이를 느끼는 것과 연결이 되어있는데 예를 들어 우리가 회화에서 손으로 그릴지 붓으로 그릴지 고민하며 미적 요소들을 표현했다면 저들은 패널 안에서 의미를 찾아요. 언택트 시대가 되고 예술 분야를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긴 하지만 굳이 가능성을 본다면 기존에 해왔던 예술이 패널 안으로 들어왔을 때 그 감각을 모두가 너무 쉽게 그러한 것을 읽어나갈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눈들이 생긴 것 같아요. 또한 이러한 현상들이 더욱 빠르게 눈에 띄게 앞당겨질 것 같습니다.


질문 4 > 코로나 이전부터 우리는 예술 측면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을까요?

답변 4 >

사실 작품은 여러 번 보고 느끼면서 그 작가의 이야기,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것의 공통분모를 발견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물감의 두께와 표현방법이나 터치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느꼈어요 그 사람의 감정, 상태를 알아봤는데 그런 것들이 끊긴 상황 같아요. 이 현상은 작가가 사라진 것 같다는 것이죠. 그러한 배경, 그러한 표현방법, 그런 설치들이 연결이 되고 이미지와 연결이 되고 그래서 이건 내 얘기라는 것이 성립이 되었었는데 지금 세대는 젊은 영상 작가들이 남의 얘기를 리서치를 하고 그것을 개인적으로 바라볼 때 리서치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표현하는 것인지에 대해 차단이 된 경우를 발견한다. 리서치했던 것을 조합해서 만든 것이 부잣집 사람 같다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자기가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흥미로운 것을 화면에 담아 조합을 한 것을 계속 바라보다 보면 리서치한 내용에 관심이 생긴다기 보다는 그것을 만든 작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예술은 어떤 것인가 라고 말이죠.


질문 5 > 아쉽게도 실현하지 못한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답변 5 >

실현하지 못한 프로젝트는 굉장히 많습니다. 최근에 못한 주제에 대해 말씀드릴께요. 독에 감염을 시키는 게임 ‘와우’라고 있어요. 인던이라는 특정 유저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그 곳으로 귀환을 하면 물건을 교환해주는 곳이에요. 그 공간에서 교류하며 독으로 사람을 감염시키는 형태에요. 그 감염자를 클릭하는 순간 감염이 되고 또 클릭하면 감염되고 서서히 모두 다 감염이 돼서 인던 전체가 감염으로 뒤덮이게 돼요. 그럴 때 생존을 위해 나오는 습성들이 재미나는데요. 예를 들어, 독을 자기 몸에 감염시켜 구석으로 도망가던지 물약을 먹으며 끝까지 버티든지 아수라장이 되었는데 게임의 끝은 현실에서도 해결을 못해서 일주일 전으로 상황을 돌리면서 일단락 종료되는 상황이 와요. 사실 이미 1990년대 게임 상에서 이러한 팬데믹 상황이 있었죠. 당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이 게임과 관련된 감염병에 대한 연구를 했던 기억이 나요. 이러한 주제로 금천의 다빈치 프로젝트에서 ‘감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재작년부터 계속 해오던 바이오아트에 이어 ‘질병’에 관련된 이야기를 생명, 삶, 과학, 하이테크를 중심으로 예술과 접목하여 진행해보고 싶었죠. 그러던 가운데 코로나가 발생되었고요.

이러한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주제 말고도 지금 일하고 있는 서울문화재단의 미션 안에서 아쉬운 지점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각 구마다 문화재단이 생긴 지금, 서울문화재단의 작품 제작비용 지원에 대해서는 반대를 합니다. 제작비용 지원을 해서 발표를 권장한다면 차라리 별도의 미술관을 만들어서 순수예술 작품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오히려 서울문화재단은 예술가 작업실 임대료를 지원하는 등 작가가 작업하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장치를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더 주고 예술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지원 층위를 달리하여 지원해주는 형태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죠.


질문 6 > 지금의 위치에 있기까지 영향을 받은 예술가나 인물이 있나요?

답변 6 >

홍명섭 작가의 <숨의 무게/솜의 무게>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으로 제가 현대미술을 알게 해주고 공감하게 해 준 작품이에요. 전시장 바닥에 더럽고 오래된 이불을 두고 그 속에 모터를 달아두고 들썩 거리게 만든 형태에요. 작품을 건조하게 보고 돌아오는 길에 작가 노트가 적힌 엽서를 봤는데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어릴 적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는데 솜틀집을 오래 하시다보니 천식이 심해져서 숨을 못 쉬어 고통스러워하는 어머니를 볼 때 ‘살모’(殺母)를 느낀다는 얘기에요. 당장 부엌으로 달려가서 천식으로 힘들어하는 어머니의 가슴 팎을 갈라 주면 어머니가 좀 더 편해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에요. 이 작품으로 지금까지도 울림을 가지고 있죠. 한번은 작가가 조용히 잠자는 어머니를 들고 침대로 눕히려는데 솜털과 같이 너무나 가벼웠다는 노트가 있어요. 힘겹게 숨 쉬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표현한 이 설치작품으로 지금까지도 인상을 갖고 있고 이러한 것이 현대미술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질문 7 > 예술가의 사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답변 7 >

예술가의 사명은 없어요. 사명을 말하는 순간 사명은 의무가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가 이러한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을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보고 감동 받을 사람의 역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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