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예술 디알로그 No. 20
간혹 예술이 아트마켓에서 자본재로서만 그것의 가치가 매겨질 때가 있지요. 미학은 결여된 채 시장원리에 의해서 작품 가격은 매겨지고 대중의 이슈를 불러일으키는 에피소드를 지니면 작품이 지닌 가치와는 다른 논리가 작동하여 그것의 가격은 상승하거나 하락합니다.
예술을 향유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직접 작품을 만들어보는 경험을 갖기도 하고 작품을 구입하는 적극적인 방법도 있겠죠. 관객이 작가의 소지품을 골라서 그것을 그려보고 그 그림을 작가가 소장하고 그 그림의 대가로서 작가의 소지품을 가져가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교환재로서의 예술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작가를 만난 것이죠. 한국을 떠날 계획을 진행 중인 작가인 줄은 모른 채.
팬데믹으로 우리가 익숙해진 단어 중에 ‘거리두기’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어떤 것을 더욱 잘 보기 위해서는 곁에서도 관찰하고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나서 볼 때 그 전체적인 모양새를 더 잘 파악할 때가 있지요. 전시장에서의 작품 감상도 이 스텝과 닮아 있습니다. 작품 앞으로 다가섰다가 뒤로 물러서는 이 우아한 동작을 예술 시선으로 적용한다면 이 일련의 동작은 예술을 사유하는 발걸음일 수도 있습니다.
예술을 지속적으로 사유하기를 소망하며 기약 없이 한국 미술계와 거리두기를 선언하고 캐나다행 비행기를 타는 박혜민 작가와의 소중한 인터뷰 내용을 담아냅니다.
질문 1> 어떤 일을 하고 계시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후 어떻게 예술을 보여주고 계신가요?
답변 1>
시각예술가로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의 사람들과 만남, 우리네 삶에 대한 기억이나 관계에 대해 초점을 맞춰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허구와 실재를 넘나드는 퍼포먼스를 통해 이야기를 하고, 사람들과의 만남을 매체로 작업합니다. 사실, 코로나 이후 사람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진행하는 작업에 어려움을 많았고, 그래서 고민도 많이 하고 있어요. 어떻게 작업을 지속해서 진행해야 하는지 말이죠.
온라인 전시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제 작업과 잘 맞지 않아서 다른 방식을 찾다가, 코로나 초반에 ‘우편’이라는 비대면 매체를 이용한 프로젝트를 실험해봤어요. 우편으로 관객과 그림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하는 프로젝트 <함께 하기>를 진행했었죠. 제가 그림을 잘라서 보내면 큰 종이에 다시 그리고 그린 것을 돌려보내는 방식이었어요. 사실 코로나를 사람들이 어떻게 이 시기를 보내고 계신지 궁금하기도 해서 ‘함께 그리기’를 통해 말을 거는 느린 우체국도 상상해봤어요. 프로젝트의 마지막 단계에 사람들이 함께 그린 완성 작품을 엽서로 만들어서 다시 다 보내줬어요.
기존에 진행했던 프로젝트 <Clearance Exchange 클리어런스 익스체인지>, <밥 먹고 가세요>도 사람들과 함께하는 만들어가는 작업입니다. <밥 먹고 가세요> 프로젝트는 관객들이 음식 재료를 가져오면 제가 그 음식 재료를 그림으로 그려 그림과 식자재를 교환하고, 교환된 재료를 사용하여 밥 지어 함께 먹는 프로젝트인데, 저도 참여자도 재밌어했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 만남들이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요즘 궁극적으로는 예술 경험을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이 시대를 기점으로 ‘잠시 떠남’을 준비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미대를 나오고 계속 작업을 했던 사람인데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여러 갈등 상황을 목격하고, 너무 가까웠던 이 나라와 잠시 이별을 하고자 합니다. 어떤 사회적 사건이 있으면 굉장히 몰입하거든요. 감정적으로 몰입하고 힘들어하는데, 그래서 이곳과 거리가 필요한 것 같아요. 예술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거리 두기를 통해 저 자신을 돌아보려 해요. ‘한국 미술계와 거리 두기’로서 이민, 이주라는 것도 제게 ‘쉼표’인 것이죠.
질문 2> 현재 하고 계신 일로 제일 힘들거나 곤란한 점은 무엇인가요?
답변 2>
사람들과 함께 하는 방식이 제 작업의 방법의 주요한 지점인데, 코로나가 심각해져 2단계, 2.5단계로 격상되었을 때는 모이는 것조차 힘들어졌어요. 사람과 사람 관계에서 에너지가 나와 작업으로 만들어지는데 그들 간의 만남이 드물어진 것이죠. 이런 상황들이 아쉽기도 하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어 물리적으로 만나지 못하는 것에 대한 한계점에 대해서 더욱 고민하기도 해요.
질문 3> 언택트 시대가 되어 예술 측면에서 나아진 점이나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요?
답변 3>
확실히 콘텐츠로의 접근은 용이 해졌다고 생각해요. 강연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요. 하지만 정보가 더 많아져서 선택이 힘들어진 부분들이 있죠. 온라인 콘퍼런스에 가지 않아도 전시든 이미지든 강연이든 영상이든 액세스가 더 쉬워졌다는 지점은 있지만, 그럼에도 제 기질이 비대면 성향은 아니라서 이 상황이 유쾌하지는 않죠.
그래도 인간 활동이 줄어들면서 자연이 더 좋아진 현상, 사람 중심이 아닌 다른 가능성을 보게 되는 계기는 되었다는 것은 좋은 점 같아요. 사람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달라진 환경의 이야기들이라든지 가만히 있게 되면서 드러나는 현상. 예술뿐만 아니라 삶에서 혹은 사회적으로 ‘쉼표’를 갖게 되는 것이죠. 본질적인 것을 보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되었죠.
질문 4> 코로나 이전부터 우리는 예술 측면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을까요?
답변 4>
한국 예술 생태계가 과연 건강한가요? 그전부터 연약했고 제대로 구성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죠. 미술 시장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대부분 기금에 의존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예술가들이 연초에 지원금을 받아 10월이나 11월 가을 시즌에 급하게 결과를 내는 제도와 환경들이 아쉽게 느껴져요.
그리고 미술을 향유하는 사람들의 부재가 하나의 원인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렇기에 시장과 사적 자본 없이 기금 중심적으로 돌아가죠. 미술 교육이나 전반적인 미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쌓아져 있지 않다는 것 또한 놓치고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려면, 예술가뿐만 아니라 모두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하고, 그것의 하나의 해결책이 미술 교육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요.
질문 5> 아쉽게 실현하지 못한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답변 5>
아주 오랫동안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어요. 워크숍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보통의 국가들>이라는 프로젝트인데, 시간을 길게 보고 과정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고민하고 있어요. 2010년대 최근 정치 사회 심지어 미술계 사건들을 목격하고 우리들이 살기 좋은 국가는 어떤 국가일까 라는 개인의 고민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이고 특정 그룹과의 워크숍을 통해서 이상적인 국가를 만들어보는 프로젝트이죠.
프로젝트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워크숍 첫 번째 시간에는 모든 참여자가 개인이 생각하는 좋은 상상의 국가를 건설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시간에 제가 질문을 해요. 예를 들어 당신의 국가에 아름다운 산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산 때문에 사람들이 통행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당신의 국가에서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산을 파괴하고 터널을 만드나요? 아니면 사람들이 불편해도 그 산을 보존하나요? 와 같은 질문이요. 연이어 이민, 교육, 경제 등 다양한 질문을 던졌죠. 그 후 가장 비슷한 대답을 한 참여자들이 하나의 팀을 이뤄요. 마치 정당처럼요. 그리고 토론을 통해 모든 참여자가 합의할 수 있는 가상의 국가와 국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입니다. 개인이 제시했던 이상적인 국가 시스템이 토론과 합의의 과정을 통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국가시스템으로 발전되는 것이죠.
지금까지 다양한 그룹과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한국 청소년들 2팀(인천, 선일여자중학교 인권동아리), 오스트리아에 사는 한국 2세, 미국 미네르바 대학 학생들이었어요. 그야말로 ‘상상의 국가’가 제시되었었죠. 선일여자중학교 학생들과의 워크숍에서는 국공립기관에서 채식을 권장하는 나라, 동식물권 얘기가 많이 나왔어요. 미네르바 대학 학생들과의 워크숍에서는 지방분권적이어서 한 동네에 300명만 살고 직접 토론을 통해서 모든 것을 정하는 방식이 나왔어요. 각 특정 그룹에서 나온 국가 성격도 다 다르고 초점을 맞췄던 부분도 다 다르게 나왔죠.
저는 이것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국가에 대한 말랑말랑한 대안이 될 수도 있고, 다른 가치관들을 이해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 또한 내 생각과 다른 사람들이 너무 많고 어떤 국가가 더 좋은 국가일까, 어떤 국가가 우리 모두에게 좋은 국가일까 고민하고 있거든요. 장기간 천천히 진행하고 있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인 연극적 방법 혹은 시각적 구현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작년에 워크숍에서 나온 텍스트를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했었는데, 더 다른 방식이었으면 해요. 다음 주에는 이와 같은 워크숍을 위해 북한 새터민 친구들도 만나보려고 해요. 중국이나 베트남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하고요. 다듬어져서 나오는 성인들과의 워크숍보다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고 자라온 아이들의 언어와 생각에 귀 기울이기 위해 청소년 대상으로 진행하는 편이에요. 이 프로젝트는 아쉽게 실현하지 못한 프로젝트라기보다는 다른 표현 방법을 찾아 관객들에게 보여주면서 앞으로도 계속 진행할 미완의 프로젝트입니다.
질문 6> 지금의 위치에 있기까지 영향을 받은 예술가나 인물이 있나요?
답변 6>
저는 작업이라는 것이 자기 발언을 시각 언어로서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본인의 이야기를 작업으로써 저렇게 멋지게 하다니! 정말 대단하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주변에 정말 많이 있어요. 그래서 많은 예술가를 좋아하고 영향도 받습니다.
또한, 제 주변의 사람에게도 영향을 많이 받아요. 내 주변에서 관계 맺고 만나는 사람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만난 사람들도 있죠. 작업 특성상 환경에 빠르게 반응해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이 많아서 심지어 관객까지도 일정 부분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요. 그것이 저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죠.
질문 7> 예술가의 사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답변 7>
아직도 고민하고 있어요. 이십 대에는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사이 체념과 좌절이 있었던 것 같아, 지금은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는 못하지만, 그런데도 예술이 새로운 시선 혹은 다른 시선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술 작품을 본 누군가는 일상을 삶을 살아가다 플래시 백처럼 작품을 기억하고, 그를 통해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리고 저 또한 예술가로서 누군가에게는 작품을 통해 제가 생각해 온 것을 전하고 그것을 통해 어떤 힘을 미세하게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