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자답

언택트 시대 예술 디알로그 No. 0

by 엘로디 옹그

인터뷰이(홍희진)와 인터뷰어가 동일한 상황에서 작성한 내용입니다.




질문 1> 어떤 일을 하고 계시고, 포스트코로나 시대 이후 어떻게 예술을 보여주고 계신가요?

답변 1>

감각을 전시라는 기제 안에서 풀어보고 탐구하고 있습니다. 전시가 등장한 15세기와 동시대 예술전시 역사와 방법론을 공부했고 어떻게 예술이 노출될 수 있는지 전시 형태에 관심이 많습니다. 근현대미술관에서 보여지는 전시방식은 공간부터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혹은 작품을 수용하기 위해 특화된 흰 벽을 배경으로 작품을 보여주죠. 저는 환경적인 맥락이나 변경된 프레임 속에서 보여지는 예술의 개입방식에 재미를 느낍니다.


전문임기제 공무원을 육아휴직의 연장선에서 그만두고 바로 코로나를 맞이해서인지 일상생활 속에 일 년 남짓 갇혀버린 느낌, 혹은 다른 시간계가 등장한 묘한 기분이 있어요.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하던 시기에 코로나가 등장한 것이죠. 이러한 개인적인 상황 속에서 큐레토리얼 실천이 무엇인지 혼자 고민하다가 예술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고, 소속이 없는 자유로움으로 내 취향을 들여다보게 됐죠. 그 취향대로 알고 지내던 예술가들을 섭외하여 <문학카바레>를 기획하게 됐어요. 시각 효과도 화면을 통해야 보여질 수 밖에 없는 마당에 예술가가 직접 낭독하는 음성이 그나마 현장성을 띄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에서 시작했어요. 전쟁통에 <카바레 볼테르>에서 시인이고 배우, 피아니스트 등등 모여 괴상한 다다 예술을 하잖아요. 그때처럼 사회풍경에 반해 예술은 뭔가 자유로운 속성을 뽐내며 느슨하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어요. 코로나 이래 현장에서 예술을 못 보니 당장 예술을 그리워한 건 저였던 것 같아요. 온라인 실시간 스트리밍 형태로 낭독퍼포먼스를 송출했어요. 평소 글쓰기를 하는 예술가들과 음성공간을 만들어 음성 본연의 성질에 대해 생각하게 됐죠.


행위예술 하시는 분도 그림 그리시는 분도 노래 부르는 시인도 모두 즐긴 무대였어요. 예술을 일반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상 예술사각지대에 놓이는 예술계 종사자들도 많아요. 참여한 예술가들이 재미있어하는 무대가 제일 좋은 무대인 것 같아요.


2020년 준비되지 못한 채 당황스럽게 맞은 코로나는 비대면시대로 인간을 등떠밀었죠. 미래사회에 로보틱스, IOT기술, 모빌리티 등의 일상생활 속 서비스 분야가 급성장할 것이라고 예견은 했지만 이렇게 하루 아침에 실물의 세상이 온라인과 병행될 줄은 몰랐어요. 전쟁과 역병의 힘이 참 대단하다고 새삼 생각하게 됐죠. 코로나가 종식된 2-3년 후 어떤 철학이 나올지 기대하고 있어요.


코로나 중 가을부터 오래된 인연인 사회적기업 안테나에서 아트디렉터로서 일을 시작했어요. 관객을 초대하지 못한다면 잠재 관객에게 다가가려는 마음으로 주거 속에 예술전시를 시도해보려고요. 참여한 예술가들도 얼떨떨하고 당장 관객을 만나기란 힘들겠지만 분명 이걸로 또 다른 형태로서 얻을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시간보다는 공간이 내비치는 힘을 믿어요.


문 2> 현재 하고 계신 일로 제일 힘들거나 곤란한 점은 무엇인가요?

답변 2>

당장 현실에 있어서는 시도해보려는 전시가 코로나 단계가 격상되면서 일정 연기를 해야하는 것들이 곤란하죠. 참여예술가들도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전시라는 것이 만남이라서 약속장소와 약속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 지점들이 불투명한 순간들이 있어서요. 자꾸 약속을 어기는 인상이 있어서 스스로가 좀 불편한 심정을 갖게 되죠.

그리고 평소 어려운 점은 예술이 오해를 갖을 때 어디서부터 개념을 설명해가면서 보여줘야할지 여전히 예술 문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요. 국공립기관에서 계속 일해서인지 전시를 풀어나갈때도 친절해야한다라는 생각이 있지만 예술과 관련된 글도 쉽게 씌여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령 전시 서문이나 평론을 쓸 경우가 생기는데 그럴 때는 예술계의 어려운 생리나 작품 제작에 있어 개념적으로 복잡한 사고를 차근차근 쉽게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하게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훈련을 하고 있어요.


질문 3> 언택트 시대가 되어 예술 측면에서 나아진 점이나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요?

답변 3>

이동 시간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에 적응이 되었고, 이 시스템으로 지역간 거리를 넘어선 뭔가를 더 해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어요. 예술 작품의 현장성은 잃었지만, 정말 전시를 보고 싶은 관객만 오게 된 것 나아진 점이라고 생각해요. 코로나 중에도 전시를 볼 사람들은 다 본다는 것이죠. 시간대별 관람객 명수 제한의 예약시스템이라는 불편한 절차를 거쳐 ‘약속’이라는 개념도 부각된 것이죠. 이상적인 생각을 해보자면, 좀 더 소수의 관람문화가 지속되었으면 좋겠어요. 작품 관람이라는 것이 아는 만큼 보이기도 하여 충분히 전시공간에서 정보를 취하고 집중해서 감상할 수 있도록 환경을 유지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신체가 쉴 수도 있고 습득할 수도 있는 환경 말이죠.

언택트 시대가 되어 온라인미술관은 필수와 같이 운영되지만 아직 실험단계라 그렇게 와닿지는 않죠. 현장에서 작품 보는 것과는 비교대상이 안되고 그냥 정보 수준으로만 접하는 형태라 다른 형태의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대면 감상은 까다롭고 불편한 절차를 감수하더라도 일부 병행되어 지속적으로 운영이 되어야겠죠.


질문 4> 코로나 이전부터 우리는 예술 측면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을까요?

답변 4>

대형비엔날레를 속도전이라고 하죠. 세계적으로 기획력 좋은 예술감독의 지휘 아래 최고의 기술진들이 모여 대형 미술행사를 만들죠. 담론을 생산하고 열심히 예술은 작동해왔지만 그 가운데 예술이 뒤돌아볼 혹은 현재 예술이 어떻게 내면이 변형되는지 못 돌아본 것 같아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해서이기도 하죠. 5년제, 10년제는 고사하고 2년제 비엔날레나 3년제 트리에날레 미술제 조차 혹은 동시대성이라는 것이 한해가 지나면 마치 유효하지 않은 것처럼 작동 시스템과 함께 굉장한 가속화를 불러일으켰죠.


모든 분야가 시간을 단축하려고 미래에 더 다가서려고 너나할 것 없이 혈안이다가 본연의 목적을 잃은 느낌이 있어요. 세상이 팬데믹에 처한 지금 본질이라는 단어를 꺼내봅니다. 그리고 예술 측면만은 아닌 것 같긴 한데 서로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인상을 갖고 있어요. 저 예술가가 평소에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작품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 등 작품 배후를 들여다 볼 틈 없이 작품의 결과물이 어느 무대에 누구와 함께 등장하는지에 사람들은 더 관심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SNS가 대중화되면서 예술에 끼친 영향이라고도 생각해요. 앞서 말했지만 이런 지점 때문에 예술 현장에 가야만 하죠. 마치 온라인 상에서 밝혀지지 않는 작품의 진실을 현장에서 발견하기 위해서 말이죠.


질문 5> 아쉽게 실현하지 못한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답변 5>

‘융복합’이라는 용어가 예술에 등장을 하면서 뉴미디어에서 수많은 시도가 있어왔는데 이것을 생물학에서 분류하는 지점부터 다시 시작해서 프로젝트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어쩌면 우리에게 괴물감을 주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괴물을 정의해가는 고찰일 수도 있어요. 카테고리한다. 구분 짓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 칸막이에 얼마나 많은 다양함이 압축되어 평면화되었는지 당당하게 동물, 식물로 나뉘어있는 것 말고 가령 신화 혹은 후기구조주의 철학자들이 말하는 뼈의 상동성에 의한 분류 같은 것이 있죠. 실제 현대과학과 이어 증명해보이거나 추적하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요. 예술보다 오히려 자연 속에 상상이 현존한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죠.


질문 6> 지금의 위치에 있기까지 영향을 받은 예술가나 인물이 있나요?

답변 6>

사춘기이래 영향받은 신해철이라는 뮤지션이 바로 떠오르고 전반적으로 세계관을 정립해나가는데는 미술이 가장 큰 영향을 주긴 했죠. 색상을 사랑해요. 여전히 색상을 보기만해도 위로를 받죠. 그리고 작가의 생각과 그것이 발현되어진 작품을 보면서 사고를 정정하죠. 사람으로 생각을 해보자면 당장 두 명의 예술감독님 얼굴이 떠오릅니다. 프랑스 유학시절 알게 되어 지금까지도 연락을 주고 받는 선생님과 광주에서 강도 높게 밤낮 뵈었던 선생님. 지금은 두 분 다 60세가 훌쩍 넘으신 선생님들이신데 간단한 문장을 툭툭 던져주셨어요. 인생을 대하는 자세라든지 예술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말씀인데 여전히 제 머릿속에 살아있어요.


예술계 종사자들이 예술을 대하는 모습에 깨달음이 있거나 사람들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을 보면서 영향을 많이 받아요. 기획자로서 롤 모델은 한스울리히 오브리스트나 니꼴라 부리오가 아닌 텔레비젼 속 백종원과 유재석이에요. 풍성한 레퍼런스와 네트워크를 기본으로 굉장히 진지하지만 유연한 분위기 속에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지점에서 그들이 진정한 전문가의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해요.


질문 7> 예술가의 사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답변 7>

예술가로서 늙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술가로서 십년 이상의 길을 살고 있다면 ‘당신은 누구십니까?’ 라는 스스로의 질문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끈기, 성실함과 그에 따르는 숱한 노력이 한결같다면 예술가로서 늙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 한결같음이 굉장히 어렵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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