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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로디 옹그 Jan 27. 2021

밤이 되어도 아직 낮을 산다.

시차가 생략된 어지러움증

전 직장 상사를 만났다.


왜 그랬는지 어쩌면 심적으로 다급했는지 지인을 떠올리다가 주저 없이 전 상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 직장에서 옆 과라서 많은 스킨십은 없었지만 피신 혹은 귀향 와 있는 듯한 다른 공무원들과 달리 진짜 일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늘 주던 프로 상사였다.


프리랜서로서 명확하지 않은 장래에 혼선마저 일으키는 자잘하지만 근간을 흔드는 질문들이 산재해있는 내 개인적인 현안에 왠지 그 상사는 묘책을 줄 것 같았다. 아주 막연하고 무턱대고 이상한 믿음으로서 이 모든 상황이 작동됐다.


삼 년 만에 설레는 통화 한 번으로 선뜻 현재 일을 하고 있는 곳으로 와주었다. 하지만 꿈과 같이 내가 하고 싶었던 질문은 던지지도 못하고 무엇을 기다리듯 함께 참여한 사람들에게 시간을 내어주었다. 나조차 기다리든 내 말소리를 내뱉을 때는 원하지 않았던, 솔직하게 상관없는 주제에 내 얕은 생각을 힘주어 설명을 하고 있는 내 목소리를 들었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점점 어지러워졌다. 빨리 정리하고 본론으로 넘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모인 사람들과의 대화가 만나려는 의도와 달리 산으로 가는 것을 깨달았지만 내 입은 계속 그가 던진 주제에 의견을 나열하려고 동사들을 찾고 있었다. 이 지점에 여전히 머물러있다. 정책 근황은 들었으나 정보성 측면에서 별다른 얘기가 아니었고 별다른 얘기를 할리 만무했다. 예술의 진로 그리고 개인 기획자로서의 고충은 일절 데스크로 나오지 못했다. 사실 이 주제는 내 환상 속에서 만든 장면인 것이다. 아무도 이 주제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만남에 시간제한이 있었고 그 운영에 실패하여 시간을 무익하게 썼다는 실망감이 팽배하다. 무엇을 기대했는가. 당연한 스토리인데 왜 그러한 거품을 만들어 공중에 버블을 띄웠는가.


푸념과 버무려 이 상황을 분석하느라 밤이 되었지만 아직 그 낮시간에 머물러있다. 나에 대한 실망감과 다 아는 얘기를 서로 체크한 수준의 대화, 상대방이 오해했다고 생각되는 중요하지 않은 의견들이 오늘 낮과 밤의 시차를 생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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