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프로젝트는 미학적 입장 그 이상으로 만들어진 한 독립 큐레이터의 주장이다. 전시는 예술 작품(곧 예술가), 큐레이터, 이를 보는 관객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동시대 현대 예술 전시는 제도권과 비제도권을 넘나들며 자유와 자율성을 지닌 듯 예술 담론과 미학적 해석을 내세우며 펼치지만 사실 전시 그 자체가 하나의 구성체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예술가들과 큐레이터 그 이상의 커뮤니케이션 풍경이 일어나야 가능한 일이다. 어쩌면 큐레토리얼 실천은 담론과 해석을 장착하고 여정을 떠나는 일이다. 일반 관객을 기본 대상으로 예술과 무관하지만 일말의 이해를 득해야 하는 관계되는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풍경을 배경으로 전시는 펼쳐진다.
공간과 작품과의 궁합을 기대하고 공간으로부터 마치 로또와 같은 영감까지 받기도 하는 전시 구성체는 이미 어떤 스펙트럼을 지니고 다니는 제도이다. 참여예술가가 한 명일 때도 이 제도는 유효하다. 그렇다면 대형 전시는 왜 탄생했는가 많은 관객들이 더 드넓은 공간에서 아주 많은 작품들을 북적이며 발 빠르게 보아야 성공적으로 대형이라는 규모의 스펙트럼이 완성되는가.
스펙트럼이 규모로부터 기인하는지 숙고해 볼 일이다. 본 프로젝트는 이러한 큐레토리얼 스펙트럼에 대한 문제제기와 예술과 기술이 결별하지 않았음을 기획의 출발점으로, 예술가에게 각각 다르게 무대를 제시한 큐레토리얼 입장을 실현한 동시대 현대예술 전시이다. 서울 도심 속 상대적으로 드넓은 공간에서 다섯 명 예술가들의 감각에 심층적으로 빠져들어 천천히 느껴볼 수 있는 전시이다. 서울문화재단의 멘토링과 수차례 예산 평가 시스템을 통한 창작금 후원, 그리고 이랜드 그룹의 공간 후원으로 지금 이 시지각의 풍경은 성사되고 있다.
<중간계>는 동시대 현대미술 큐레이터로서 현실계의 장소(Site)가 디지털 혼종화로 인한 미디어 밈(meme) 현상을 일으키며 수많은 공간(Space) 생성으로 이동함을 주목하며, 예술에서 말하는 오브제(Objet)에서 사물(Thing) 그 자체로 ‘드러남(unveil)의 세계’, ‘의미론에서 존재론을 취하는 예술’, ‘세상의 깨어남과 동시에 네트워크 혁명’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중간계/미들어스’라는 용어는 중간의 땅이라는 뜻으로서 J.R.R. 톨킨의 작품 세계에서 등장하는, 인간과 환상적 존재들이 함께 거주하는 상상의 공간이자 모든 창조의 원천이 작동하는 땅이다. 정체불명의 존재들과 인간이 공존하는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지만 존재하고 있는 이 ‘중간계’는 예술가가 숨 쉬는 영감의 공간과 닮아있다. 아감벤과 아리스토텔레스 용어인 ‘생-산(Pro-duzione)’을 중간계 단어와 나란히 이웃시켜 하나의 사물이 현존의 형태로 스스로 진입하여 존재가 되는 곳, 바로 예술이 운명 지어지는 시공간이자 창조의 메커니즘으로서 적용하여 장인 기술의 ‘테크네(techne)’, 오늘날의 ‘프로덕션(production)’ 개념과 다르게 예술가의 독창성에 집중한 실천들을 통해 ‘감각’ 그 자체의 존재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예술과 기술은 결별하지 않았다. 만나게 하려고 주선하지 않아도 이미 이 두 개념은 인간 활동과 함께 수많은 세월을 사물로 태어나 영감과 같이 무한성을 갖는 재생 가능한 것인 예술과 패러다임 속에서 복제 가능한 기술로서 존재한다. 함께 등장하였으나 존재가 달라지듯 그 한 끗의 차이로 각자의 존재와 위상을 취해오며 공존하고 있다. 당신은 세상의 깨어남으로 공간을 열어주는 현대음악 ‘남상봉’ 작곡가의 음악부터 테크놀로지와 이미지, 움직임, 사운드를 통해 작품성의 고도를 높이는 ‘요한한’, ‘이원우’, ‘정성진’의 심연의 장 그리고 20년차 배테랑 미술인 ‘양아치’가 노련하게 내비친 감각의 장면들을 보고 있다.
예술-사회-기업 사이 미세한 흙을 내어 동시대 현대 예술의 씨앗을 뿌리는 심정을 실어 당신이 서 있는 이 공간의 후원을 받게 되었고, 40년전 이랜드 그룹 구사옥이던 이 건축물에 들어와 동시대 현대예술을 처음 접하거나 낯설어하는 당신을, 이 곳에서 일하며 꿈을 꾸었던 당신을, 지금 이 곳에 살고 있거나 매일 출퇴근하는 당신을, 그리고 예술가를 응원하러 이 곳까지 찾아오신 당신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환영하고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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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내용은 서문에서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기존 작품의 새로운 구성이나 신작이 대부분이니 전시장을 걸으며 직접 감상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