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를 둘러싼 소소한 이야기 N.4
[이미지 설명] 고대 알렉산드리아 무세이온 삽화
출처 : https://www.bibalex.org/SCIplanet/en/Article/Details?id=13521
세 살이 된 아기가 장난감 자동차를 모아둔다. 주머니에 넣기도 하고 기억하고 다음날 그 자동차를 찾아와 애착을 보이며 가지고 논다. 색상을 맞춰 블록을 쌓기도 하고 장난감 악기들은 다른 장난감과 별도로 구분 지어 놓는다. 이는 취향에 맞게 선택하여(select) 수집하고(collect) 소장하며 기억하고(recollect) 구분 지어(classify) 나열한다(exhibit)는 것이다. - 전시의 일련 과정이다.-
이러한 유희적인 수집욕은 동물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프랑스 미술사가이자 수필가인 뤽 브노아(Luc Benoist)는 박물관학(Museology)의 측면에서 동물 역시 생존 차원이 아닌 다른 욕구에 의해 금, 보석과 같은 반짝이는 물건에 집착하거나, 조개나 깃털 등으로 자신들의 보금자리 혹은 정원을 장식한다고 파타고니아 설치류, 원숭이, 올빼미, 까치, 까마귀, 오스트리아나 뉴기니아 새 등을 언급한다.
인간에게는 생리적 욕구와 인격적 욕구가 있는데 전시의 기원은 후자의 욕구로서 성취욕과 애정욕,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아 권위를 획득하려는 욕망. 다시 말해 보물을 모아서 노출시켜 알리고 이를 통해 결국 추종자를 늘리려는 욕망 가운데 전시의 역사는 시작된다.
전시사는 소장품과 그 등장을 함께 하지만 박물관학에서 다루는 박물관의 역사이기도 하다. 박물관의 효시에서도 인간의 욕망은 드러난다.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로스 1세의 장군이던 프톨레마이오스가 고대 이집트의 제32 왕조를 새롭게 개창하면서 제국의 권위를 견고히 하고 문화적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하여 앞으로 견줄 대상이 없도록 단연 최고로 만든 대규모 학술연구기관, 마치 '고대 싱크탱크 밸리'라고 부를 수 있는 '무세이온 Mouseion or Musaeum'이 박물관 Museum의 효시이다. -지금도 현존하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뮤세이온의 일부분 일 뿐이다.
당시 플라톤의 아카데미아와 아리스토텔레스의 리케이온 학당은 이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세상 모든 지식의 저장고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연구를 위한 동물 관찰 우리와 천문 설비까지 있었던 무세이온을 실습까지 겸비한 학술기관으로서 수용하였을까? 김흥식 출판편집인이 쓴 <세상의 모든 지식>에 따르면, 무세이온은 고대 그리스의 학문과 예술의 아홉 여신 '뮤즈 muse'의 복수형 무사이의 신전이라는 뜻으로서 모든 학문과 예술은 하나라는 의미로 여신들이 손을 잡은 형태로 종종 작품 속에서 등장한다며 예술가 안드레아 만테냐 Andrea Mantegna의 '파르나소스 Parnassus'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현대 박물관의 유사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르네상스 시대에 '미 beauty'가 곧, 과학이고 정보이자 권력으로까지 이어졌던 시대 관념과 상통한다.
르네상스 시대로 들어서면서 무세이온에 이어 박물관의 계보를 잇는 '경이로운 방(혹은 호기심 캐비닛)'-독일권에서는 '분더캄머 Wunderkammer', 불어권에서는 '까비넷 드 뀌리오지떼 Cabinet de curiosité'라고 불린다.- 과 같은 진열 공간들이 탄생하면서 예술과 함께 번성한다. 고대에는 귀가 밝은 사람이 신의 소리를 듣고 전달한다고 하여 신성하게 여겨졌지만 중세에는 미를 알아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 귀한 존재가 된다. 진열 공간들에 따른 철학과 진열 순서, 예술 전문가, 예술 후원자가 등장한 것이다. 예술 애호가이자 권위를 가진 종교지도자, 부르주아, 귀족, 왕의 사적 취향으로 수집된 소장품들이 사적인 공간에서 질서체계를 구성하며 세계관을 드러내고 이를 기억하는 기술 방식이 발전한 것이다.
형태학적 유사성에 기반한 15세기 전시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메모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