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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로디 옹그 Aug 08. 2019

형태학적 유사성, 그 닮음의 전시

미술사를 둘러싼 소소한 이야기 N.5

[이미지 출처] 웜의 호기심 캐비닛  Musei Wormiani Historia (1655)의 정면 내부 이미지@위키백과사전


특이하여 희소성이 높거나 진귀함을 가진 사물들-오브제 objet-을 수집하여 모아놓은 대형 캐비닛의 형태 전시인 '호기심 캐비닛'이 박물관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한 개인이 예술성을 넘어서서 자연에서 발견한 희한한 광물이나 화석, 거북이 등껍질 같은 박제나 기괴한 해조류 등을 취향으로 모으고 과학기기나 이국적인 식물도 수집하여 진열해둔다. 자연과학에 있어서 이 전시형태는 식물표본, 동물 표본을 비롯하여 향후 인간을 더욱 건강하게 하기 위한 연구에 필요한 크고 작은 표본들이 대거 집합, 나열되면서 특정 연구소에서 이러한 개인 소장품을 구매하여 기초 자료로 사용된 경우도 1600년대 영국 왕립학회나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무엇이 전시를 생산해내는지 초지일관 고민하는 우리가 주목할 지점은 '이를 어떻게 나열하여 보여주었는가'라는 전시 방법론과 '예술과 어떤 동반관계를 가져왔으며 오늘날 어떤 유효성이 있는지'이다.  오브제 개별마다의 맥락을 맞추어 놓기(Mettre) 이전에 자연스럽게 보기 좋은 방식으로서 크기별 모양별 형태학적으로 어우러지게 유사한 것들을 이웃시켜 진열한다. -가령, 경제적인 가치로 산정할 수 없이 예쁘고 희귀한 광물과 보물인 메달이 비슷한 크기로 함께, 해골과 지구본이 동글하다고 하여 함께 놓아질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정물 회화에서도 종종 이웃하여 등장한다.- 보았을 때 기이하여 감탄을 자아내는 자연물들을 모방하여 삽화로 남기는 예술적 기록을 한 것이다. 전시 카탈로그의 등장이다. 카탈로그와 실물 컬렉션들을 통하여 학술연구가 시작되어 식물학, 동물학이 발달하는데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르네상스 시대에 미의 개념이 널리 확산이 되지 않았고 그만큼 그에 대한 공감도 얻어낼 필요가 없는 정황으로 볼 때 이 개인의 수집 열은 지극히 맹목적이다. 프랑스 위키피디아에서는 철학자 데카르트의 <정신 지도를 위한 규칙들>(1628) 속 문장을 등장시키며 이를 강조한다. 아래 문구는 교육이 견고하게 설계된 학교가 설립되어야 한다는 맥락에서 나온 문장이긴 하지만, 인간 마음의 흐름에 관한 행동에 대해 적절하게 비유되어있다. 마치 어디 있는지 모르는 값비싼 보석을 획득하기 위해 끊임없이 냇가 흙을 체에 씻어 내리고 어두운 광산의 수많은 돌을 깨는 격이다.

 

"남자들은 너무나 맹목적인 호기심에 이끌리는데, 그들은 종종 근거 없는 희망 없이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지시하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만 시도한다. 보물을 발견하는 무의미한 열렬한 태도로 여행자가 보물을 남겼는지 확인하기 위해 매년 모든 곳을 가로지르는 사람과 거의 같습니다..."


이러한 맹목적성이 솔직하고 개인적인 취향을 세상 밖으로 표출시킨다. 세계 진리를 알고자 하는 야욕을 갖고 배경지식을 알 수 없는 오브제들을 모아 담아 내 작은 방을 꾸민다. 그것을 마치 장난감과 같이 진열해두고 키덜트처럼 흡족해하며 충분히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유사성에 입각하여 소장하기 편리한 자연스러운 방법대로 위치시켜놓은 이 형태학적 방식은 오히려 각자의 생생함 그대로 다원성을 인정한 현상의 모집이다. 다양한 현상과 오브제들을 있는 그대로 놓고 의도치 않게 단절되어있는 맥락 혹은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전시 방법론으로서 '세계의 폴리그래프*'인 것이다.

*Polygraph -뇌파(腦波)·맥박·호흡·피부 전기 반사 등, 여러 종류의 생체 현상을 동시에 측정·기록하는 장치. 거짓말 탐지기는 이것의 일종임.(출처:구글 사전)


세계의 진리를 알기 위한 호기심이 발동되어 '진행 중인 고고학적 탐사'(Archaeology in action)와 같이 발견해내고 있다. 사실 연대기적 Chronological 전시방법보다 훨씬 동시대 예술을 담아내기 적합한 전시 방법이기도 하다. 산만함과 모더니티와 상반되는 비개인성, 출처 없음, 결론 내리기를 거부함, 다장르의 산재, 새롭거나 특이한 형식을 추구함, 완성의 모호함, 예기치않은 기억의 소환 등등 수많은 현상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등장하는 동시대 예술-동시대 예술 실습들-의 특성들이라는 것에 동의한다는 전제 아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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