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생채기와 에너지의 회복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보통 이런 전화는 받지 않는다. 마케팅이나 사기 전화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주 전에 바가지를 쓰고 산 코트를 소비자보호센터에 신고해 둔 터라, 혹시 그 일과 관련된 연락일지도 몰라 전화를 받았다.
“라비보헴의 샤를롯뜨예요. 코트 환불 관련해 연락드려요.
당연히 환불을 받으셔야죠. 사실 그날 환불해드리지 않은 게 계속 마음에 걸려서, 혹시 다시 오시지 않을까 기다리고 있었어요.”
완전히 달라진 태도였다.
“그런데 제가 지금 발목을 다쳐서 병원에 있어서 당분간 가게에 나가기 힘들어요.
목발이라도 구해서 나갈 수 있을 때 다시 전화드려도 될까요?”
순간 또 의심이 들었다.
혹시 이번에도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 아닐까.
이제는 그 여자의 말이라면 무엇도 쉽게 믿기 어려웠다.
“그러셨군요. 유감이네요. 빨리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가게에 나오시는 날 다시 전화주세요.”
그러고 나흘째 되는 날,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오늘 오후 4시에서 6시 사이에 가게에 오시면 환불해드릴게요.”
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해 가게로 향했다.
나를 보자마자 그녀는 사과했다.
“정말, 정말 죄송해요. (I’m really really sorry.)
최근에 좀 힘든 일들이 많아서, 그날도 저도 모르게 선뜻 환불을 못해드렸네요.
당연히 환불받으셔야죠.
좋으신 분 같은데 이런 민폐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그녀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여러 번 미안하다고 말했다.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리 큰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내 마음에 작은 생채기를 남겨, 조금씩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아, 이미 마음속에서 많은 걸 내려놓은 상태였다.
환불을 받든 못 받든, 이 여자를 용서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었다.
그래서였을까.
아니면 덴마크 소비자 중재센터의 막강한 권력 덕분이었을까.
결국 나는 전액 환불을 받았다.
10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그 일 이후, 이상하게도 꼬여 있던 일들이 하나씩 풀리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그날의 사건은 돈이 아니라 에너지의 정화에 관한 일이었다.
분노와 의심, 억울함으로 뭉친 마음의 매듭을 풀어내자
막혀 있던 흐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용서란 상대를 위해 하는 일이 아니라
결국 나 자신의 에너지를 되돌려주는 행위임을
다시금 배우게 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