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겨울은 길다. 일 년의 절반이 겨울인 것만 같다. 덴마크 사람들은 한 해를 여름 반년(sommerhalvåret)과 겨울 반년(vinterhalvåret)으로 나눈다고 하지만, 체감으로는 겨울 반년이 훨씬 더 길게 느껴진다. 덴마크의 겨울은 춥고, 어둡고, 무엇보다 길다. 그래서 3월이나 4월쯤이 되면 어느새 추위에 지쳐버린다.
기온 자체는 한국만큼 낮아지지는 않는다. 기후 변화 이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살며 경험한 가장 낮은 기온은 영하 7~8도 정도였던 것 같다. 그러나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라 바람이 세고 잦아 체감 온도는 훨씬 더 낮게 느껴진다.
이제야 여기저기 피어난 꽃들을 보며,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낮기온이 10도를 넘는 것이 아직 낯설지만 말이다.
코펜하겐에서 내 인생 두 번째 휴식을 맞이하며, 나는 나를 돌아보고 또 새롭게 발견한다. 이 도시와 나의 인연이 문득 신기하게 느껴진다. 이곳의 어떤 에너지가 나에게는 늘 색다른 방식으로 스며든다. 이곳에서 나는 하나의 섬이 된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모순적이다.
누군가의 관심은 부담스럽다가도,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으면 그 관심을 갈망하게 된다.
혼자 있고 싶다가도, 막상 혼자가 되면 외로움을 느낀다.
자유를 원하면서도, 아무 제약이 없으면 나를 붙잡아 줄 무언가를 찾게 된다.
직장에 다닐 때는 벗어나고 싶어 안달이 나고, 막상 그곳을 떠나면 그 시절이 그나마 괜찮았던 것처럼 느껴진다. (“직장 안이 전쟁터라면 직장 밖은 지옥이다”라는 문장이 문득 떠오른다.)
한국과의 관계도 비슷하다. 그 안에 있을 때는 벗어나고 싶다가도, 떠나고 나면 견딜 수 없이 그리운 나의 일부가 된다. 아무리 멀리 와 있어도 내 일부를 방치할 수는 없다. 방치된 부분은 결국 아프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