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출판사 창업과 첫 책 발간까지의 이야기[2]
책 제작이 완료되면 완료와 동시에 바로 창고에 책을 넣어야 한다는 건 일단 알겠다. 집에 쌓아둘 수는 없을 테니. 그래서 미리 물류창고를 알아봤다. 알아보면서도 계속 머리 속에 떠오른, 개념이 이해가 잘 안 가는 단어들은 바로 '배본사'와 '총판'이라는 단어였다.
아니, 물류창고와 배본사는 무슨 차이이지? 찾아보면 도서 물류창고 업을 하는 회사들은 그와 동시에 책을 여기저기 배송하는 일명 배본(?)을 당연히 겸하고 있던데 이런 회사와 배본사란 다른 것인가? 무슨 차이인가 싶었다. 게다가 총판이란 단어도 뭘 총 판매한다는 건지 와닿지 않고.
좌충우돌 우왕좌왕하면서 익힌 것이라 부정확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그냥 물류창고(배본업 같이 하는)가 곧 '배본사'라는 결론이다. 그리고 규모 큰 영업망, 배급망을 갖춘 도매상을 일명 '총판'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한국출판협동조합과 북센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겠다. 동네책방 영업망을 구축한 인디펍 또한 동네책방 전문 총판이라고 볼 수 있겠다.
배본(配本)이라 함은 말그대로 책을 배포하는 것이다. 누구를 대상으로 배포하느냐에 따라 현장에선 다소 혼동되어 임의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서 도매상인 '북센'을 배본사라고 부르는 사람도 봤다.
계약하기 나름이겠지만 책은 대략 아래와 같은 흐름으로 유통이 된다.
1. 물류창고 -> 인터넷 서점 3대장 -> 독자
2. 물류창고 -> 도매상(한국출판협동조합, 북센, 인디펍) -> 전곡 오프라인 서점, 도서관 등 -> 독자
3. 물류창고 -> 기타 개별 출고 요청(동네책방 직거래 같은) -> 독자
1의 경우 나는 인터넷 3대장과 직접 계약을 했으니 서점에서 출고 요청이 들어오면 물류창고 업체에 발주를 넣어 인터넷 서점으로 책을 보낸다. 대게 하루 정도면 책이 인터넷 서점에 입고가 된다. 이렇게 책을 '배본'한다.
3의 경우 역시 직접 연락 받은 동네책방과 직거래를 통해 책을 '배본'했다.
문제는 2의 경우이다. 배본사에 대한 혼선은 이 경우에 생긴다.
우선 2의 경우에 해당하는 한국출판협동조합, 북센과 인디펍의 기능을 알아야한다. 이들은 자체 영업망을 통해 오프라인 서점, 도서관 등에 책을 유통하는 업체 즉 도매상이다. 솔직히 이런 업체들이 따로 존재하는 것도 잘 몰랐다.
오프라인 서점이 사라지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도 전국에는 수많은 오프라인 서점, 동네 책방 그리고 크고 작은 도서관들이 존재한다. 제 아무리 출판사가 물류창고를 끼고 있다 해도 이런 전국의 수 많은 오프라인 서점, 도서관과 직접 거래할 수는 없다. 이런 곳들을 대상으로 판매 일괄 대행 즉, 총 판매를 하는 곳을 '총판'이라 부르며 앞서 소개한 업체들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서점, 도서관들을 대상으로 출판사를 대신해 책을 '배본'해준다. 물론 그 전에 출판사는 이들 업체와 계약을 하고 책을 미리 보내 놓아야 한다. 해서 나는 초도 물량으로 북센에 100권 인디펍에 20권의 책을 물류창고 업체(나는 런닝북과 계약을 했다)를 통해 이 업체들에 '배본'했다. 초도물량으로 들어간 책들은 솔직히 어떻게 영업이 되는지 잘 모르겠으나 북센과 인디펍의 인프라를 통해 서점이나 도서관에 입고가 될 것이다.
이렇게 전국의 중소서점, 동네서점, 도서관등에 출판사를 대신해 책을 배포하는 커다란(?) 일을 이런 업체들이 대행하다 보니 어떤 이들은 이 업체들을 '배본사'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 같다. 굳이 보자면 오프라인 서점이나 도서관의 입장에서는 저런 도매상들과 거래를 하다 보니 당사자들 입장에선 이들이 배본사라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건 서점, 도서관의 관점이고 출판사의 관점에서는 북센이나 인디펍 같은 업체는 도매상이며 판매 일괄 대행 총판이다.
북센과 계약하며 담당자와 통화하는데 담당자가 되묻는다. "배본사는 어딘가요?"라고. 당시만 해도 아니 당신들이 배본사 아닌가요?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난 혼란스러웠다. 어버버하다가 "물류창고를 말하는 건가요? 저는 런닝북과 계약을 했습니다만"이라고 답하니 "아 런닝북이군요"하며 수긍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던 기억이 난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배본사란 '물류창고를 갖추고 책을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업체'라는 것이다. 근래엔 이런 배본사들이 자체 영업망을 갖추고 북센이나 인디펍 같은 도매상의 역할도 어느 정도 하고 있고 심지어 교보문고 같은 경우는 전국 서점을 대상으로 한 유통망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혼동이 더해지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그리고 총판이란 이 단어에 어울릴만큼 큰 영업망을 갖춘 도매상을 이르는 것이다.
그냥 저 1,2,3 유통의 흐름과 책의 원활한 유통을 위해서는 도매상 즉, 총판 역시 필요하다는 것만 이해해 두면 될 것 같다.
책을 제작하고 유통을 시키다 보니 흡사 노가다 판 같다는 감상도 설핏 든다. 제작과정 동안에는 처음 듣는, 노가다 현장 용어 같은 일본어를 접하게 되곤 한다. 유통 과정에 필요한 주요 용어들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 없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뻬다란 용어, 도무송이란 용어가 그랬고 배본사란 용어도, 총판도 그랬다.
이해를 돕는 설명 보다는 마치 다들 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양 쉽게쉽게 넘어가는 모양새가 마치 노가다 현장의 숙련가들이 일 배우는 초보자들 다루는 듯 하다는 감상도 든다.
앞으로의 글들 역시 이런 좌충우돌의 내용으로 이어질 것이다. 창업과 출간기까지의 과정을 계속해서 적어 나가긴 하겠지만 다소 두서 없을 것이고 순차적이지도 않을 것이다. 두서는 없겠지만 구멍 난 부분, 이해가 영 가지 않고 헤맸던 부분을 채우는 심정으로, 누군가는 나 보다는 덜 헤매길 바라는 마음으로 업데이트를 종종 이어갈 예정이다.
ps. 포스팅 이후 알게 된 내용을 덧붙인다.
동네 도서관 사서를 만날 일이 있어 직접 물어봤다. 책 정보는 어떻게 구하며 도서를 구매하는 특정 거래처가 있냐고. 사서들이 사용하는 특정 채널이 있고, 주 거래처 즉 일명 총판이 있는가 싶었다.
우리 동네 도서관에 한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스스로 신간을 찾거나 이메일로 수신되는 신간 홍보 메일을 주로 참고한다고 하더라. 딱히 정해진 채널이 없다는 것이다. '총판'도 마찬가지다. 따로 정해진 것 없고 분기별로 입찰을 통해 새로운 도매 업체와 계약을 한다고 한다. '총판'이란 단어도 이젠 옛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