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출판사 창업과 첫 책 발간까지의 이야기[3]
소제목에도 적었듯 도서출판 <언더그라인드>는 1인 출판사이다. 근데 굳이 1인 출판사라든가 독립출판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하고 싶지는 않다. 혼자하든 백명이 하든 출판사면 출판사지 따로 구분지을 건 또 뭔가. 1인 출판사란 단어가 유통(?)되고 있으니 그저 검색이라든가 이해를 돕기 위해 소제목도 저렇게 뽑았을 뿐이고, 그럼 2인이면 2인 출판사고 3인이면 3인 출판사인가? 독립출판도 마찬가지이다. 그냥 하면 하는 거지 출판사를 끼고 출판했든 그냥 했든 구분 지을 건 또 뭔가.
물론 '1인 출판사', '독립출판'의 맥락을 모르고 하는 소리는 아니다. 분명 흐름을, 변화를 반영한 단어이고 에너지를 담아낸 명명이다. 허나, 그럴리는 없겠지만 흐름이 다하고 변화의 에너지가 잦아들면 저 단어들 마저 힘을 잃을까 우려감을 갖게 되고 유행처럼 소모될까 지레 거리감을 두게 된다.
출판사면 '출판사'고 출판이면 '출판'이다. 굳이 상정된 무언가에 대한 대척점 또는 대안점에 스스로를 위치시켜 좌표를 한정 짓고 자신을 규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1인이든 2인이든 출판사는 '출판사'고, 출판사를 통해 책을 만들든 자체적으로 DIY해서 책을 만들든 출판은 '출판'이다. 명명보다는 본질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비슷한 예로 락 음악 씬에는 '인디'란 단어가 있다. 본래 인디란 독립(Independent)을 의미하는 단어로 80년대 말, 90년대 초 즈음 밴드들이 대형 레이블(음반사, 유통사)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제작, 유통, 홍보까지 직접 담당하며 독립적으로 앨범을 유통하는 방식을 취하면서부터 유래된 단어이다. 창의성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었고 대형 음반사를 통해서만 앨범을 낼 수 있다는 편견을 깬 방식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본래부터 뭔가 시스템에 대한 대단한 저항의식을 갖고, 큰 의미를 두고 시작된 방식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즈음 저가의 녹음장비가 보급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뮤지션들이 직접 녹음하고 앨범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고 그게 흐름이 생기면서 거기 뒤이어 '거대자본에 대한 반발' 같은 의미가 부여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했던 '인디'란 단어가 요즘은 이런 독립적인 방식을 대표하는 단어가 아니라 그저 락 음악의 장르 중 하나로 이해되고 있는 상황이다. 스트리밍 어플이나 음원 서비스 사이트의 카테고리에는 심지어 '인디'란 장르(?)가 존재한다.
말뜻, 의미란 변하기도 하는 것이니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 어딘가 알맹이는 사라지고 이미지만 남은 감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러니 단어보다는 본질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크게 보아 사실 뭐라 불려도 상관은 없는 것이다. 그저 '출판사'를 하고 있고 '출판'을 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