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출판사 창업과 첫 책 발간까지의 이야기[4]
출판사를 창업하기 전에 나는 '한겨례출판편집스쿨'을 2개월 가량 다녔다. (24년 3~4월 / 91기)
이에 앞서 퇴사즈음, 문득 눈에 들어온 게 '편집자'라는 일이었고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순간' 나는 이 일에 강한 끌림을 느꼈다. 직전까지는 편집자란 직업도 잘 몰랐고, 몰랐으니 무슨 일을 하는 건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 이끌리듯 여기저기 검색해보고 한두 권 책도 읽어보고 나서야 편집자란 일에 대한 감을 대충은 잡을 수 있었고 이윽고 편집 일을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에까지 미친다. 찾아보니 편집자를 양성하는 과정은 전국에 달랑 딱 두 개 존재했다. '한겨례출판편집스쿨'과 'SBI(서울출판예비학교)'라고 하는 과정이 바로 그 유이한 과정들이다.
한겨례출판편집스쿨은 등록 허들이 낮다. 그냥 선착순 지원이다. 하지만 인원이 30여명 정도로 제한되어 있다.
허들이 낮다고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 공고 나고 30초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정원이 모두 차버린다. 편집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가 싶을 정도로 경쟁률이 치열하다. 내 경우도 두 번째 시도만에 겨우 등록할 수 있었다. (대략 매 2개월에 한 번씩 '한겨례 교육' 사이트에 다음 기수 모집 공고가 난다.)
경쟁이 원체 치열한데 팁을 하나 주자면, 정해진 시간 딱 정시에 칼 같이 공고가 잠시 뜨는데 공고를 클릭하면 구글폼에 '이름', '이메일', '연락처'를 입력하도록 되어 있다. 선착순이니 이걸 일일이 타이핑하다가는 버스는 광속으로 떠나버린다. Ctrl+C. Ctrl+V를 잘 활용해야 한다. (등록 전에 미리 '한겨례 교육'https://www.hanter21.co.kr 회원 가입을 먼저 해둬야한다. 이때 등록한 이메일 주소와 등록폼의 이메일 주소는 동일해야한다.)
두 달 과정의 한겨례출판편집스쿨과 달리 SBI는 6개월 동안 진행되는 과정이다. 순수 자부담인 한겨례와 달리 SBI는 극소량(?)의 정부 지원금도 나온다. 그래서인지 선발 과정이 한겨례출판편집스쿨 보다는 까다롭다. 자기 소개서를 비롯한 지원 서류도 여럿 필요하고 면접도 이뤄진다. 내 경우 6개월이란 긴 과정이 좀 부담스럽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국비지원이 있는 탓인지 겸업을 금하고 있어서, 과정 틈틈이 일을 겸할 요량이었던 나는 한겨례출판편집스쿨을 선택하게 됐다.
한겨례출판편집스쿨, 두 달이라는 짧은 과정이지만 '편집자'의 시각으로 책 한 권을 만드는 과정 전반을 경험하고 조망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교육 외에도 많은 책을 사모으고 읽어 봤다. 모르는 것 투성이이니 검색도 무수하게 해야했다. 당연한 과정이다. 1인 출판사 창업에 관련된 책들, 출판 마케팅 도서들, 교정/교열, 편집의 기술적인 부분을 다룬 책들뿐 아니라 편집자들의 애환(?), 태도, 마음가짐을 다룬 책들도 여럿 사 읽었다. 책 제작과 제작 과정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실수들을 다룬 도서들과 북디자이너들이 출간한 디자인 책들도 사서 읽어 보며 부족한 경험치를 간접적으로나마 채우려고 애썼다.
읽었던 책들 중에는 후학들에게 어떻게든 자신들의 노하우를 전수하려는, 경험의 정수가 꾹꾹 담긴 책들도 많았지만 1인 출판사의 붐(?)을 틈타 이를 이용해 수익을 올리려는 형편없고 질 낮은 책들도 적지 않았다. 가이드를 제공하고 노하우를 공개한다면서 실상은 깊이 없고, 고민 없는 얄팍한 내용으로 후학들의 불안감을 이용하는 책들이었다. 자신들도 걸었던 그길, 손 내미는 척하면서 뒤따르는 이들, 동료들의 등에 빨대를 꽂아 연명하는 것이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의도한 쪽은 질이 안 좋은 것이고 의도하지 않은 쪽은 게으른 것이다.
실상 이런 작태는 비단 여기뿐 아닐 것이다. 둘러보면 제법 비슷한 패턴들이 눈에 들어온다(내 경우 대학원도 그랬고). 어디든 풀(Pool)이 좁고 앞은 안 보이는 비슷한 상황, 일단 연명하려니 그렇게라도 해야지라는 그 결심이 일면 서글프다.
책은 일단 열어봐야 내용을 알 수 있으니 쉬 걸러낼 수 없겠지만, 읽었던 책들 중 내게 특히나 도움이 되었던 책들 몇 권을 소개하려 한다. 지극히 주관적인 선정이지만 적어도 빨대 꼽히는 일은 없을 것이라 본다.
1. <편집자란 무엇인가> (김학원, 후마니타스) : 많이들 추천하는 책이다. 출판의 핵심은 편집이라 생각한다. 제목 그대로다. 편집자란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일러주는 교과서 같은 책이다.
2. <내 작은 출판사 시작하기> (이승훈, 북스페이스) : 출판사 창업 과정 전반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실제적으로 가장 도움이 됐던 책이다.
3. <책으로 세상을 편집하다>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 절판이라 구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나 역시 중고로 구해 읽었다. 20년 전에 나온 책이라 시차가 있긴 하나 다양한 편집자들의 '출판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고 마케팅연구소에서 나온 책 답게 잘 팔리는 책은 어떻게 탄생했는가하는 과정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있다.
4. <편집자 되는 법> (이옥란, 유유) : 140 페이지도 안 되는 얇은 책이나 꽤 인상 깊게 읽은 책이다. <편집자란 무엇인가>가 편집자의 외적 하드웨어를 구성한다면 이 책은 내적 소프트웨어를 구성한다 보면 되겠다.
5. <날마다 출판> (박지혜, 싱긋) : 부제가 '작은 출판사를 꾸리면서 거지 되지 않는 법'이다. 200 페이지가 안되는 얇은 책이나 1년여간 홀로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말 그대로 거지 되지 않기 위해 버텨온 경험담과 노하우를 진솔하게 풀고 있다. 저자의 이야기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여러모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6. <출판하는 마음> (은유, 제철소) : 편집자뿐 아니라 저자, 번역가, 북디자이너, 제작자, 마케터, MD, 서점인, 1인 출판사 대표까지 책을 만들고 다루는 다방면의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각각의 입장을 조망할 수 있는 책이다.
7.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니시야마 마사코, 유유) : 시야를 한곳에만 두면 매몰되기 쉽다. 일본에도 당연히 1인 출판사, 작은 출판사들이 존재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1인 출판사의 존재 방식의 다양성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이다.
꼽자면 더 있을 것 같긴 하나 하두 여러 책 읽어댔더니 내용이 생각이 잘 안나고 감상이 어땠는지도 잊었다. 위 책들은 나름 인상 깊게 읽은 책들이라 감히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