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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선 Dec 23. 2022

하루에 하나씩만, 버릴 것을 찾아서

깨끗한 공간에 깨끗한 마음

 버리지 못하는 습성에 대해 고백한 바 있지만 그렇다고 뭐든지 쌓아만 두는 사람은 아니다.

 물건을 모으길 즐기는 사람일수록 그 사이의 먼지를 닦아내고 테트리스 게임을 하듯이 차곡차곡 정리하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청소는 오히려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또 나름의 즐거움으로 삼기도 해서 때로는 집 안의 어디 한 군데를 정해 꼼꼼히 대청소를 한다. 주방 조리대일 때도 있고, 거실 수납장일 때도 있다.


 청소를 하는 것은 마음에 쌓인 스트레스를 덜어내는 방법이기도 하다. 지금은 안 계신 은사님을 찾아뵙고 함께 식사를 하거나 술을 한 잔 하는 날이면 항상 그릇을 정리하려는 나를 만류하셨었다.

 내 손에서 가져간 그릇들을 설거지를 하시며 '설거지를 하면서 마음도 같이 깨끗하게 하는거다' 하시던 것이 기억난다.


 그때는 그것이 뒷정리는 직접 해도 된다고 완곡하게 사양하는 말씀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잔뜩 때가 낀 마음으로 집안을 청소를 하고 더러움을 닦아내다 보면 마음이 정말 깨끗해지는 것을 느낀다.


 반대로 내 주변에 군더더기가 쌓일 수록 마음에도 군살이 찐다. 바쁜 일상에 치이다보면 시간을 내 공간을 정돈할 여유가 없어지고 마음의 여유공간도 금새 차올라 언제든 넘쳐 흐를 아슬아슬한 수위를 유지한다.


 요즘은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만큼 그런 군더더기들을 싫어하는 마음이 더 강해져 ‘하루에 하나씩 청소하기’를 목표로 정해 실행하고 있다. 매일 서랍 한 칸 정도의 양만 정해서 청소한다. 청소기나 세탁기를 돌리는 날은 그날의 청소를 한 것으로 갈음하기도 하고 쓰지도 않으면서 모아 둔 종이가방 버리기나 책장의 책 위에 쌓인 먼지 털기 등도 하루치로 정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절대로 욕심을 부리면 안된다. 오늘의 분량으로 정한 만큼만 딱 청소한 다음에 그 깨끗해진 곳만 뿌듯하게 바라보면서 샤워를 하러 가야한다.

 다음엔 어디를 또 치워야 할까 괜히 눈을 돌리면 지저분한 곳이 다 태산같은 과업이 되어버린다. 정말 즐거운 일은 아껴서 해야 한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너무나 많다. 때를 놓쳐 너무 길어버린 발톱이나 넷플릭스에 찜해 놓고 한번도 재생해보지 않은 채 쌓인 드라마도 눈에 밟히는 때가 온다.

 그런 것들을 매일 조금씩 비우고 털어내면서 마음의 결을 정돈한다. 집안이 더러우면 아무리 예쁘고 좋은 물건이라도 들일 자리가 없어 짐이 되듯이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아름답고 좋은 것을 보아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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