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잘 쉬고 있니
그 때가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2019년 4월, 오송역 카페에서 몇 년 만에 마주쳤던 그 때가. 일본 기자와 식약처 취재를 마치고 올라가는 길에, 동기는 동료직원과 출장을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는 차였다. 동기는 유창한 일본어로 내 동료 기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몇 마디 나누고 기차시간 때문에 헤어지며 "다음에 차 한 잔 하자"는 말이 동기가 나에게 한 마지막 말이 되어버렸다. 그해 12월, 동기는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린 뒤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 올해 3월, 동기의 아내분을 만났다. 경찰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단 이야기에 무작정 연락해 만나자고 했었다. 아내분이 보여준 카톡과 메신저 대화 속에는 일에 치여 죽어가는 동기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지나칠 정도로 착하고 책임감이 강했던 내 동기는, 무책임하고 비겁한 동료직원들이 떠넘긴 과중한 업무에 압사당하고 있었다. . 엊그제 인사혁신처에서 동기의 죽음을 순직으로 처리했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루종일 멍하니 싸이월드를 뒤져 동기와 나눴던 댓글 대화들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살갑고 장난기 어린, 10년 전 그의 모습이 되살아나 나를 향해 뚜벅뚜벅 다가왔다. . 마지막이 되어버린 작년 4월에 내가 먼저 밥을 먹자고 약속을 잡았더라면. 그깟 경찰청 따위 나와보면 별거 아니라고, 힘들면 대들고 싸우라는 말을 내가 해줬더라면 동기가 지금도 살아있었을까. 정말 미안하단 말을 하고 싶은데, 너무 늦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