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은 그래서 오늘도 야근
내가 무엇으로 밥 벌어먹고 사는지 설명하자면 복잡해진다. 간단하게 소개할 땐 에디터라고 해버린다. 길게 소개할 일은 없지만 적어보자면 말과 글과 생각으로 먹고사는 직업.
작가도 아니고 기자도 아니고 학자도 아니다. 이것저것 잡다하게 하는데 읽고 듣고 생각하고 말하고 쓰는 일, 정리하고 설득하고 조직하고 다듬은 걸 전달하는 일. 남들이 빛날 수 있게 무대 장막 뒤에서 지원해 주는 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서로 소개하고 연결하고 협업하는 일. 궁극적으론 나 혼자 잘 살고 잘되자는 일이 아니라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
세상에 넘쳐나는 고통은 손에 잡힐 정도로 구체적인 데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든다는 목표는 지나치게 추상적이다. 손에 잡히지 않는 목표점, 지도에 표시할 수 없는 좌표. 내가 바라는 세상이 남들에게도 좋은 세상인가, 나만 좋은 세상인가. 지금 이 순간의 세상은 누구에게만 좋은 세상인가. 모두가 좀 더 행복한 세상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걸까.
일하다 뇌가 지치면 생각이 자꾸 길을 잃고 표류한다. 직업과 업종과 생활의 터전이 극적으로 바뀐 20대 중후반과 30대 초중반.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조금이나마 세상을 좋게 변화시키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은 경찰이었을 때도 기자였을 때도 지금도 변함없다. 진심으로.
그렇지만 인생은 진심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너무나 잘 알기에.
결론은 그래서 오늘도 야근.
진심에서 우러나온 야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