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노크라시(Fanocracy)에 대해서 - '팬덤경제학' 을 읽고
NC, K-POP 엔터테인먼트 앱 '유니버스' 내놓는다
유니버스, 위버스, 브이라이브...
소위 요즘 ‘덕질’에 있어 기본으로 장착하는 몇 서비스를 꼽으라면 요 세개는 바로 나올 것 같다. 브이앱은 들어본 것 같은데, 위버스는 뭐고 유니버스는 또 뭐지?
한때 아티스트와 팬들의 커뮤니케이션 창구로 활약했던 ‘팬카페’는 어느덧 과거의 산물이 된 것 같아 보인다. 팬카페, 공카의 자리를 이제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서비스들이 차지한 지 오래. 위의 세 서비스도 아티스트와 팬이 소통하기 위한 대표적인 커뮤니티 서비스다. 도대체 왜, 이곳에 팬들은 모이고 사람들은 주목하는 걸까? 단순히 엔터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했던 이 분야에 플랫폼과 IT의 단어가 들려오는 걸까?
그 이유를 이제는 팬덤 경제학-패노크라시(Fanocracy)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아티스트에서 기업/브랜드로까지 확장되는 ‘팬’의 개념에 대해서, 그리고 단순 고객이 아닌 팬은 무엇이 다른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 팬덤경제학 (팬을 무기로 강력한 브랜드를 만드는 9단계 브랜딩 전략)
우연히 서점 매대에 있는 책을 보고 구매하게 되었다. '팬덤'이라는 단어에 한번 꽂혔고, 책의 표지 '고객은 떠나도 팬은 떠나지 않는다'의 문구에 한번 더 꽂혀 바로 구매해서 읽어보았다. 더불어 요즘 팬덤 시장에서의 비지니스에도 관심이 많았기에 책에서 이야기하는 팬덤으로 구축되는 경제 시스템이 얼마나 대단할지 등도 관심이 생겼다. 읽고 나니, 경제적인 측면보다는 팬덤의 특징이 무엇인지, 고객을 '팬'으로 구축하려면 기업 측면에서 어떤 전략을 사용해야 할지에 대해서 예시 위주로 정리해둔 부분이 커서 개념을 예시에 적용하며 읽어내려갔다. '팬덤'과 '패노크라시'(팬이 통치하는 문화)라는 개념에 대해 더 알고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 아래 내용은 팬덤경제학(데이비드 미어먼 스콧, 레이코 스콧 / 미래의창)에서 발췌/참고하여 정리했습니다.
1) 팬, 관심사를 기반으로 연결된 관계
사람들은 모두 관심사를 가지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기 위해 이를 이용한다. 우리 주위에만 봐도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모임들(책/영화/음반/운동..등)이 존재한다. 친구가 아니더라도 모임을 통해 또다른 관계가 생기고 이어져나간다. 자발적으로. 이처럼 관심사는 서로를 연결해준다. 여기에서 말하는 '관심사로 이어진 관계'란 곧 '팬덤'이다. 이 팬덤은 사람들을 연결한다.
결국 팬(FAN)이 된다는 것은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다른 사람들과 이를 공유하며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에게 자신을 노출시킴으로서 좋아하는 것을 함께 즐기고, 이를 통해 행복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이 일 외에 다른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과 중요한 관계를 맺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p.22)
2) 어디에나 있는 팬덤
흔히들 '팬덤'이라고 하면 아티스트를 맹목적으로 따라다니거나, 콘서트를 보러 가는 수준에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팬덤은 여러 세대에 걸쳐, 흥미나 목적, 구매력 등에 따라서, 사람들을 모여들게 하는 주제에 따라서 다양하게 존재한다. 흔히들 스포츠-야구/축구/농구-에서 비롯된 것도 팬덤이고, 우리가 자발적으로 '앱등이'라고 하며 애플 제품을 추종하는 이들도 하나의 브랜드 팬덤이다. 결국 팬덤은 기업/아티스트/기타 단체들이 성공적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므로 팬덤 자체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1) 정의
'패노크라시(Fanocracy)'는 공동의 노력을 통해 의식적으로 사람들을 결속시키는 행위를 일컫는다.
Fan이라는 단어에 그리스어에서 온 접미사 '-cracy'를 더한 합성어로, '-cracy'는 특정 종류의 사람들이나 특정한 원칙에 따라 운영되는 통치 체계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팬에 의해 통치되는 문화를 패노크라시라고 정의할 수 있다.
앞서도 말했듯,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하고, 이는 유대감을 형성하게 한다. 그리고 그 유대감은 인간관계를 맺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이제 조직이나 개인이 팬을 존중하고 그들 사이의 관계를 의식적으로 키워나가도록 도와줄 수 있다. 그래서 비즈니스 전략에도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 되었다.
2) 비즈니스에서의 패노크라시
모든 종료의 비즈니스는 고객들과 개별적인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패노크라시를 만들 수 있다. 이에 기반이 되는 고객과의 유대감은 어떻게 형성하는 걸까? 결국 그들이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관계를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것은 모든 산업 분야에서 핵심적인 성공 전략이 될 수 있다.
예)
오픈 하우스 파티 -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경쟁하게 된 라디오 산업 분야에서 중요한 것은 청취자가 아닌 '팬'을 끌어들이고자 하는 다양한 행사를 제공한다.
브루클린 북스미스 - 책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한 하나의 지역 공동체 허브, 커뮤니티역할을 하는 서점의 이야기. 여기에서 하는 저자 초청 행사는 작가의 활동을 통해 이 서점의 존재를 알게 된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9단계 전략'을 아래 이미지로 나타내보았다.
각각의 내용이 알차고 브랜드 성향에 맞게 참고하여 활용할 수 있겠지만, 이 중 인상적이었던 몇가지만 꼽아서 아래에 정리해 보았다.
1) 평소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라 (★)
- 물리적 근접성에 기반한 전략
사람이 관계맺는 방식 4가지(에드드 홀 박사)
: 공공 거리(4미터 이상) > 사회적 거리(지인 간, 1~4미터) > 개인적 거리(친구나 가족 간, 0.5미터) > 친밀한 거리(그 이상 가까움)
이처럼 인간은 근접성에 따라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가장 의미있는 상호작용은 사회적/개인적 공간에서 발생함
근접성의 영향력은 편의성이나 유용성의 문제가 아님, 교환하는 모든 것의 감정적 영향력을 포함
팬도 역시 계산적이고 지적인 결정 때문이 아니라 '열정/감정/즐거움'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
친숙한 환경에서 취향이 비슷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기회를 만들어야 함
- 두뇌의 무의식성에 기반한 전략
미러링= 소셜미디어/영화/스크린/먼 무대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거울 신경세포를 통해 자신의 경험인 것처럼 받아들임
이 효과 때문에 당신(기업/아티스트/브랜드)이 어떤 고객과 소통하는 것을 보면 다른 고객들 또한 당신과 소통하는 것처럼 느낀다
또한 몇몇 관객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주변에 있는 사람들 / 멀리 있는 관객들에게도 하나가 된 느낌을 줄 수 있음
★ 근접성이라는 것이 단순히 물리적 근접성이 아닌, 감정적인 부분도 포함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SNS나 여러가지 매체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팬과 아티스트/브랜드 간 교류가 콘텐츠-댓글이지만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은 심리학적으로는 미러링 효과에 기인한다는 점도 아하 모먼트였다.
(당연히 직접 대면하는 것보다는 친밀도는 낮겠지만) 언제나 고객과 브랜드는 늘 대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므로 떨어져있어도 소통을 잘 할 수 있도록 잘 지원하고 서포트해주는 플랫폼이 뜰 수밖에 없다는 것에 다시 한번 납득할 수 있었다. 팬끼리 더 공고해질 수 있으려면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서로의 감정과 열정을 공유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겠다는 생각.
2) 당신의 창작물을 놓아버려라 (★)
팬이 작품의 일부를 소유, 재창작하는 행위 → 사람들을 더 끌어들인다
창조자로부터 권력을 뺏어오는 것이 아님. 오히려 이해의 단계를 변형시키고 추가함으로써 원작의 범위를 확대해 더 나아가게 하고,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음
작가가 만든 세계를 자유롭게 소유할 수 있는 팬들은 작가가 결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영역으로 작품을 확대해간다 (p.111)
실체가 있는 형태의 브랜드도 동일하다. (cf. 랜드로버)
곧 원재료가 되는 품목과 상호 작용하는 방법을 팬들이 이해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핵심인 셈
그러므로 기업은 전시형 팬덤뿐만 아니라 개조형 팬덤 (제작과 변형을 하는-팬픽션/아트/비디오/패러디 곡 등) 도 환영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함
당신이 예술 작품, 상품, 서비스를 세상에 내어놓는 순간 그것은 이제 온전히 당신 것이 아니다 (p.118)
해석적 커뮤니티 - 독자의 주관적 경험과 영향이 궁극적으로 글의 해석을 이끈다
독자들은 각자의 경험에 따라 여러 커뮤니티에 동시에 참여할 수 있으며, 이런 커뮤니티들은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 정리하면 패노크라시는 생산자 단 한명의 상상력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의 경험을 기반으로 확대되고 재생산되는 것이다. 이번 장에서 느낀 건 요즘의 '유튜브'를 통한 다양한 역주행 콘텐츠, 그리고 하나의 콘텐츠가 다양한 영상 플랫폼(유튜브/톡톡)을 통해 공유되고 변형되며 밈을 만들고 트렌드가 되는 것이 이런 구조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에 기업 입장에서는 저작권 등의 복잡한 이익구조가 담겨있을 수도 있지만, 단순히 저작권이라는 눈앞의 매출 구조만 보고 팬들의 다양한 참여를 막는 것은 결국 팬의 형성을 막는 일이 될 수도 있어 선을 지키고 받아들이는 것이 전략적인 접근이 되어야 한다. 이 가운데서 커뮤니티는 콘텐츠를 향한 독자들의 다양한 해석과 경험 공유의 확대 측면에서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그래서 윈-윈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서로를 받아들이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6) 장벽을 허물어라 (★)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저지르는 중대한 실수는 그들이 오로지 제품과 서비스만을 제공한다고 믿는 것이다.
사람들이 조직/사람/상품/서비스의 팬이 되는 이유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경험'
회사 내부로 팬을 받아들이면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장벽은 사라진다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직접 팬들과 대면하기 어려운 아티스트와 기업이 팬들을 제작 과정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방법
: 콜드플레이 -자이로밴드 / 요즘의 응원봉? 같은 개념 > 결국 팬들이 공연의 일부로 참여함
: 하모니 - 좋아하는 노래에 투표, 팬들이 공연 목록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됨 > 공연 기획의 일부 & 아티스트와 개인적 관계를 맺은 것처럼 친밀감을 느낌
기업이 하는 일에 대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 : 사람들을 그 세계로 들어오게 하는 것
고객이 자신의 경험을 만들고 기업이 하는 일의 중요한 일부가 되게 하는 것.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기업이 되기
★ 요즘엔 콘서트의 너무 당연한 필수품이 된 '응원봉'이나, 한창 인기있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의 투표에 참여하는 과정- 이런 것들이 떠올랐다. 단순이 관람객 1의 차원이 아니라 내가 직접 '투표한' 멤버가 가수가 되고(제작 과정에 참여), 내가 흔드는 응원봉이 콘서트의 한 장면이 되는 것 .. 경험과 참여의 관점에서 왜 인기있을 수밖에 없나 하는 것을 다시 되새기게 되었다. 결국 개인이 서비스나 공연에 기여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그만한 책임감, 열정을 지닌 팬이 된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결국, 요약하면 팬덤은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서로를 연결할 때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면 기업은 팬들의 기저에 깔린 공통의 관심사를 어떻게 발견할 수 있게 해줄 것인가를 브랜드나 전략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연결'이라는 측면에서 어떻게 서포트 해줄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고객과 다른 '팬'은 열정, 관심, 공유, 연결.. 이런 감정적 키워드가 기반이 된 관계가 아닐까 싶다. 브랜드와, 아티스트와 감정적인 유대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관심에서 벗어나면 금방 떠나는 고객과는 달리 기다릴 수 있고 응원할 수 있고, 직접 참여하고 도와줄 수 있는 서로가 돕는 관계인 것이다. 그래서 '팬'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고객 유치 방법, 고객을 끌어들이는 방법이 아닌 팬덤의 관점에서 서비스를 바라보고 고민할 수 있는 책이었다. 팬덤에 대해 한판 정리하고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