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워커스'를 읽고
야, 모TV 봤어?
- 나 : 그게 뭔데?
- 친구: 라인프렌즈 다니던 사람들이 나와서 만든 브랜드 이야긴데 재밌더라구
- 나 : 그래? 그럼 일단 구독.
지난 연휴, 친구들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유튜브 채널 이야기가 나왔다. 그 중 한명이 '모TV'라는 걸 추천하는 거다. 그렇게 난 뭔지도 모르고 모TV의 구독자가 되어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선물받은 '프리워커스'. 부담없이 넘기기 시작한 책은,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수많은 형광펜의 향연이 되어 있었다.
거창한 걸 느끼거나 대단한 걸 다짐하게 만든 건 아니었다. 그저 이들이 지난 1년간 촘촘히 쌓아올린 브랜딩의 이야기일 뿐인데 왠지 모르게 내게 자그마한 위로의 말들을 건네고 있었다. 일이란 게 거창한 게 아니라고, 그렇다고 일과 삶을 분리할 정도로 인생에서 독립적인 것도 아니라고. 그저 실패도 경험도 모두 모여 지금 내가 하는 일들을 만들어내고 있을 뿐이라고 .. 그러니 그저 하면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다만 좀 더 내 감정에 좋아하는 것에 주체적으로, 주도적으로-
... 절을 바꾸려 망치도 들어보고 톱도 들어보면서 얻은 귀한 감각이 하나 있다. '이렇게 일할 때 일할 맛이 난다'라는 감각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일은 재미있어진다는 것. 모두가 무의미하다고 말할 때 스스로 맞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서 얻는 성취감은 무엇보다 컸다. 그리고 결과는 성에 차지 않을지언정 무엇이든지 '하는' 사람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얻지 못하는 값진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이 깨달음은 우리가 일을 하는 태도에 큰 영향을 줬다. - p.37
일은 나에게 어떤 의미냐고 물으면 성장의 원천,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 자아 실현 도구 .. 이런 느낌이었다.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 할 수 있을까? , 더 좋은 PM이 되는 방법'을 탐색하기를 즐겨했다. 내가 집중할 곳과 나아가야 할 지점은 '더(MORE)'였던 것이다.
모빌스 그룹 사람들의 업무 태도를 보고 즐거운 일을 찾는 감각에 대해 알게 됐다. 지금까지 느껴왔던 성장과 발전의 결 안에서의 즐거움도 물론 있다! 있지만, 먼저 즐거운 일을 찾아서 하면서 즐거워질수도 있었다.
내 방식대로의 일과 주체적으로 삶을 대하는 태도와 세계관 (p.41)에 대해 내가 즐거워하는 일은 뭘까?를 고민하게 됐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지겨워지는 순간이 되면 내가 즐거워하는 일을 모색하며 고민해온 게 분명 큰 금괴가 되어 올 거다.
"기록을 하는 편이 낫다고 나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가끔은 이런 낙서를 누가 읽을까 싶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것으로 작은 금괴를 만들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버지니아 울프, 소설가
종종 사람들이 ‘소호님은 왜 화면에 안 나오세요?’라고 묻는다.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잘 못하기 때문이고, 잘하는 사람이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기 싫은 일을 애써 하기보다는 잘할 수 있는 일을 더 찾아서 하려고 한다. 못하는 일을 발라내고 잘하는 일에 더 집중하다 보면 능력치가 좋은 쪽으로 뚜렷해진다. - p.159
각자의 스탯은 모두 어느 한 방향으로 일그러져 있다. 하지만 우리의 스탯을 모아 포개면 육각형의 모양이 달라진다. 정육면체에 가까운 모양이 된다. 이것이 우리가 함께 일하는 이유다. - p.157
자기객관화와 메타인지. 둘 다 한 개인의 발전을 위해 너무나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스스로가 가진 능력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잘하는 것과 덜 잘하는 것(못하는 것과 별개로)을 분명히 구분지어 인식해내는 능력. 이걸 알면 내가 어느 자리에서 어떻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그것을 알게 된다.
나는 이상하게 자존감이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isfj라서일까...? 괜히 MBTI핑계를 대본다. (자존감도 여러 부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외모 이런것보다는 실력의 측면이나, 완벽주의 뭐 이런 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쨌든 썩 당당하거나 잘난 편은 아니다.) 그래서 내가 못하는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다보니 "이것도 잘해야하는데.. 아 난 이걸 못하네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지?'에 늘 초점을 맞춰왔다. 이렇게 가졌던 생각은 직장인 8년차가 되어서야, 얼마 전 동료들과 같이 협업과제를 하면서 느꼈다.
각자 가진 능력치와 재능이 다르다. 어떤 이는 아이데이션, 어떤 이는 비주얼라이징, 어떤 이는 논리성, 어떤 이는 정리.. 책의 문장처럼 육각형의 스탯으로 나누어지면 양 극단에 위치하는 이들일텐데 합쳐놓으니 정육면체에 이르는 마법을 경험한 거다. 이래서 팀 구성원이 얼마나 조화가 잘 되는지를 기준으로 멤버를 구성하고, 함께 협업하면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거라는 걸 느꼈다. 그 자리에서 나는 내가 잘 하는 일에 집중하면 됐다. 나의 부족한 부분은 옆자리의 동료가 채워줄 수 있다.
1. 유튜브의 기록은 우리가 갖고 있는 자산 중 가장 큰 자산이다. 내부 구성원들이 같은 지향점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떻게 시작해서 흘러왔고, 문제를 만났을 때 무슨 수로 극복했으며, 중요한 순간에 어떤 결정을 했는지를 알면 우리 자신을 파악할 수 있다. ‘맥락’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마치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듯 우리의 기록들이 모여 팀 전체의 맥락을 이룬다. 우리는 나무를 많이 심을수록 숲이 더 짙은 빛을 낸다고 믿는다. 기록이 쌓일수록 우리는 더 선명해진다. 우리가 선명한 빛을 내면 사람들도 하나둘 모인다.
2. 자유란 단지 속박으로부터의 해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보다 적극적으로, 주체적으로 자기 방식을 찾아 나설 때 얻을 수 있는 가치다.
3. 보랏빛 수영장 이야기. 바다 대신 수영장을 찾자. 무리해서 바다를 물들이려고 하지 말고, 하나의 수영장을 보랏빛으로 만들고, 또 다른 수영장 혹은 더 큰 수영장으로 넓혀가라는 것이다. .. 세상의 모든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는 없다. 바다를 물들일 수는 없는 것이다.
4. 우리는 ‘어떤 걸 만들어서 보여줄까?’보다 ‘어떻게 하면 같이 재미있게 놀까?’를 생각한다. ... 우리는 사용자와 생산자 사이를 허물고 일과 놀이의 경계도 허물면서, 함께 놀듯이 일하고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다.
5. 의견을 주고받다 보면 작업물의 빈틈이 적나라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 빈틈을 보는 건 마치 내 단점을 마주하는 일처럼 어렵다.... 별로인 아이디어에는 "우웩! 별로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까일 때는 조금 아프지만 확실히 굳은 살은 박힌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