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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닝 Oct 11. 2021

브런치를 하다 보니까

기획자에게 브런치는 어떤 도움이 되는가, 브런치가 내게 준 기회들

'아무튼 출근'이라는 프로를 가끔 보는데 우연히 거기 나온 출연자 분의 유튜브를 보게 됐다. (알고리즘의 힘!) 무빙워터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계시는, 이동수님이라는 분이다.

다양한 주제의 재밌는 영상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나를 사로잡았던 영상이 하나 있었다. 이분이 대기업에 취업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하는 콘텐츠. 거기서 이런 말이 나온다.

꾸준히 하다 보니까 내가 원하는 곳까지는 아직 못 갔지만, 결과가 남았더라 (성취가 있더라)
그리고 유튜브로 인해서, 새로운 일들이 새롭게 생겨나고 가능성들이 생기더라
그리고 그게 내 무기가 되더라!

- 무빙워터 채널, '난, 어떻게 대기업에 취업 했을까?' - https://youtu.be/XASLmKxAeGQ


굳이 이 이야기를 왜 했냐면, 유튜브 운영이 이분에게 아무튼 출근이라는 경험, 세바시 강연, 그리고 그 이후를 단단히 지탱해줄 수 있는 무기가 되었던 것처럼, 브런치도 나에게 또다른 일과 가능성을 가져다주는 하나의 통로가 된 것 같다는.. 요상하고 비슷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


나는 작년 7월 말, 이직을 결심하고부터 브런치를 시작하게 됐다.  글쓰기에 취미가 있다거나, 책을 내고 싶다거나 그런 거창한 목표가 이유가 됐던 건 절대 아니었다. 크게는 두 가지 생각이었다.


하나, 배움과 생각의 휘발을 막고 싶었다. 기획자로 업무를 하면서 배우고 생각하는 것들이 참 많은데, 그 순간만 기억하고 메모장에 적어 두는 것에서 그치는 게 문득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업과 이직을 하면서 배웠던 것, 업무를 하면서 느낀 점들을 기록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일 수 있다면 남겨두고 공유하면 의미있는 일이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둘, 기록의 꾸준함이라는 걸 실천하고 싶었다. 일전에 배민다움이라는 책에서 읽은 김봉진 대표의 말이 나에겐 큰 도전이 됐었다. 그는 네이버 오픈캐스트에 디자인 관련 사이트나 콘텐츠를 매일 올리기로 결심하고 2년 동안 이것을 계속 해왔다고 한다. 이것이 결국 그만의 '꾸준함'을 증명하는 일이 됐었다고 하니, 나도 나만의 꾸준함을 보일 수 있는 것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무엇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기록' & '나의 업' 이 두가지로 좁혀졌다. 만약에 면접을 보게 된다거나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할 때 '저는 꾸준한 사람이에요' 라는 백마디 말보다 내가 기록한 브런치 하나를 보여주는 게 더 명확한 증거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결국 기록이다.

나는 매일 할 수 없으니 월마다 하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최소 월에 2개 이상은 올려보자. 생각이든 배운 것이든 기록으로 남겨보기로 했다. 그렇게 16개월 간 브런치를 운영해오고 있고, 발행한 글은 벌써 46개가 넘었다. 월 2건 남기기로 한 목표는 계속 실천해오고 있는 셈이다. 뿌듯 !!


꾸준히 기록하는 힘






 

그런데 브런치를 해보니까


그런데 막상 브런치를 해보니까, '예상대로만 흘러가는 게 아니더라'라는 걸 알았다. (좋은 의미에서) 그냥 꾸준히 콘텐츠를 발행하고 하다 보면 구독자 수도 늘 거고, 나중에 포트폴리오에 브런치 한 줄 적어야지..하는 소박한 목표에서 시작했을 뿐이었는데 이상하게 예상치 못한 제안들이 들어왔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게 됐다. 어떤 경험들이었냐면 -



1. 직무 콘텐츠 만들기

브런치에 처음 발행했던 글은 어떻게 비전공자로서 IT필드에 와서 기획자가 됐는지에 대한 경험을 써내려간 글이었다. 이 콘텐츠를 본 플랫폼 담당자분의 연락을 받았다.


그곳은 ‘오직'(https://www.ozic.com)이라는 지식 공유 플랫폼이었다. 라디오 개념의 새로운 방식으로 오디오 콘텐츠를 발행하는 것이 컨셉이었다. 도메인/직무 분야별로 멘토들이 있고, 그들이 직무 일상과 경험담에 대해서 문항별로 내용을 정리하면 그걸 토대로 녹음까지 진행된다. 그렇게 최종 콘텐츠가 완성되는 것.

항목별로 누군가에게 설명하듯 정리된 말로 적어 내려가는 것이 쉽진 않았다. 하지만 에디터분이 정말 잘 편집해주셔서 처음과는 다른, 더욱 완성도있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 그저 글만 썼을 뿐인데... 타 플랫폼으로까지 확장해서 콘텐츠를 발행할 수 있는 경험이 주어지게 된 것이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이 과정을 통해 내가 하고 있는 '서비스 기획이라는 업무가 무엇인지, 어떻게 일하는지, 연차별 커리어패스는 무엇인지' 등을 적어 내려가다 보니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던 지식들이 정리된 말로 쌓이는 또다른 배움이 있었다.




2. 멘토링

2분기 회고 기록에도 남긴 적이 있었지만 언더패스(지금은 레디미)라는 온라인 커리어 코칭 플랫폼 서비스에서 멘토링을 하고 있다. 멘토링이라고 하면 보통 단순 직무 상담을 떠올리기 십상인데, 이곳은 조금 달랐다. 플랫폼 자체에서 커리큘럼과 그에 맞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고, 이 내용을 기준으로 개개인별 과제를 피드백해주는 방식이다. 온라인 혹은 1:1 미팅을 통해. (시국이 시국인지라 오프라인으론 하지 않았다) 과제 검토와 더불어 추가적으로 멘티에게 질문을 받아 Q&A를 진행하기도 한다.


기획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진짜 많구나 (그것도 이십대 초반부터..) 라는 사실에 새삼 놀랬고,

더더군다나 멘토링에 있어 가장 도움이 되었던 지점은 앞서 적은 1번의 경험, 직무 콘텐츠를 만들고 정리해봤던 데에 있었다. 무턱대고 질문에 대한 피드백을 하라고 했다면 많이 버벅였을텐데, 직무 콘텐츠를 만들고 정리하면서 나름대로 생각의 프레임이 잡혔던 것 같다. 이 과정에서 기획자를 준비하는 취준생이나 신입들이 궁금해할만한 주요 포인트에 대해서도 배경지식을 갖출 수 있던 계기가 된 것도 같고!


가장 원동력이 되었던 건 나의 사소한 피드백임에도 불구하고 도움이 되었다는 답변을 받았을 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멘토링 과정에 대해서도 글을 남기고 싶은 목표가 있음!)





3. 퍼블리 콘텐츠 발행

그리고 지난 달에는 퍼블리에 콘텐츠도 발행했다!  

https://publy.co/set/1574?referrer=01gppv


직무보다는 업무 방식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인데, 규모있는 플랫폼에서 콘텐츠 기획부터 발행까지의 사이클을 경험했다는 게 정말 의미있었다.

그저 브런치작가1로 활동하던 사람이 오피셜한 플랫폼에 콘텐츠를 발행하는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글을 쓸 때에는 어떤 점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 방향성은 어떻게 세워야 할지, 글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등의 세세한 과정들을 배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PM & 편집 담당자분들의 의견을 들어가면서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었다는 게 무척 값진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독자분들의 피드백을 댓글을 통해 받는 것도 두렵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하고 :) 앞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하고 작성해 보아야 겠다는 동기부여도 물씬 들었다.



큼지막한 건 이 정도고, 그 외에도 자잘자잘한 연락들을 받았다.

취업 제안을 받기도 하고 (커리어를 쌓아 나가고 싶은 필드와 달라서 따로 피드백은 못 드렸지만.. 좋게 봐주셔서 감사했다)

취업 관련 인터뷰이로 참석 요청을 받기도 하고 (당시 인터뷰는 너무 부담스러워서 거절했다..)

서비스 베타테스터로 제안을 받기도 하고..

다 브런치를 하지 않았더라면 겪지 못했을 경험들이다.





회사에 종속된 자아가 아니라, 나 스스로를 위한 경험치


원래는 3분기 회고 글을 쓰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갑자기 브런치를 하면서 내가 얻고 배운 것들을 쭈욱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돼서 주제를 급선회했다. 그런데 사실 브런치를 하면서 이런 기회도 오고, 저런 기회도 오고... 구구절절 적었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크게 느낀 점은 '회사에 종속된 자아가 아닌 나 스스로를 위한 경험치를 쌓을' 수 있다는 게 가장 많이 얻은 결과이지 않나 싶다. 회사에 속해서 얻을 수 있는 커리어 외에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이 이런거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던 것. 부담으로 시작하는 일이 아닌, 두근거림을 베이스로 일을 할 수 있다는 감정의 결도 느끼고.

준비들이 쌓여 기회가 됨을 여실히 느꼈다


작은 기록에서 시작했을 뿐인데 또다른 기회가 오고, 그게 또 새로운 경험의 원동력이 되고.. 이 과정들이 나만의 '무기'가 되는 것 같아 든든한 마음이다. 앞으로도 나의 경험치를 든든하게 지탱해줄 수 있는 다양한 재료를 꾸준히 쌓아나갈 테다. 꾸준히가 중요하다. 꾸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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