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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소하 Aug 15. 2024

나가는 글

어쩌면 배웅하는 글 아니면 약속하는 글

    당신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다. 여행은 즐거웠는지, 떠오른 것이 있는지, 정말 혼자 읽었는지. 이 책을 읽은 누군가는 내가 설명한 작은 세계들은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일 뿐이라며 비웃을 수도 있다. 세계들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증명할 수 있다. 증명을 위한 도구는 살아남기 위해 이성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스치기만 해도 몸서리 치는 것들이다. 사랑이나 다정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나는 세계들을 매우 사랑한다. 그중에서도 작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사랑한다. 계절마다 이불이 바뀌는 나의 침대를 사랑하고 자주 찾는 카페의 창가 자리를 사랑한다. 작기 때문에 특히 다정하게 대해야 한다. 익숙해지되 자주 들여다보고 괜찮은지 확인해 야 한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말끔하게 펴서 정리한 뒤 이불이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창문을 열어야 한다. 카페에 가 운 좋게 창가 자리에 앉게 된다면 작게라도 이야 참 좋다고 중얼거려야 한다. 이런 사소한 행위들이 작은 것들이 오래 머물도록 돕는다. 예전에는 이런 행위를 곱씹고 글로 쓰는 것이 낯간지럽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그런 방해물들은 잠시 잊고 작은 것들을 폐까지 들이마신다. 그렇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만끽한다면 사랑만큼 대가 없이 안락한 게 없다는 사실을 느낀다.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다. 


    사랑만 해서는 부족하다. 작은 세계들은 다정을 품은 사람에게만 보인다. 다정해지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담담하게 같이 있는 것이다. 허용과 금지로 분류하지 않는 것이다. 꼬맹이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아이를 다정하게 보지 못하는 사람은 영원히 자라지 못한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을 바닥에 끌어내리는 큰 것들에 맞선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인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돕는다. 세상이 큰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거짓에 속아 쉽게 냉소하지 않는다. 


    사랑과 다정을 안고 살아가면 저절로 작은 세계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세계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과학과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현상들이 비로소 이해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세 계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고 싶어진다. 이야기는 우리가 지나치지 않고 작은 세계들을 찾아나설 이유가 된다. 살아갈 이유가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사랑과 다정을 중시하는 것은 비효율이 아니다. 둘은 함부로 오글거린다는 진부한 표현을 써서 깎아내릴 존재가 아니다. 사랑과 다정은 모든 생물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생존 방식이다. 둘이 사라지면 사회는 발전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책을 잘 마무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지금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당신에게 닿기까지 아주 다사다난했기 때문에 단순히 손을 흔들며 작별하고 싶지는 않다. 무엇을 적어야 의미가 남을까? 결론으로 끝맺기에는 오만해 보이고 당부로 끊기에는 아무것도 당부하고 싶은 것이 없다. 그러니 부탁하며 당신을 배웅하겠다. 작은 세계들에 귀 기울이는 것을 멈추지 않기를 부탁한다. 작은 세계들은 지금 당신이 읽었던 이야기들처럼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리고 모든 세계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어져 있다. 그 렇기 때문에 당신이 하나의 세계를 사랑한다면 당신은 모든 세계를 사랑하는 것이다. 당신이 그 사랑을 돌려받으리라 약속한다. 


이제 정말로 당신을 보낼 시간이 왔다. 갈 때는 가더라도 작은 세계들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언젠가 사랑과 다정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펼쳐라. 당신을 다정히 사랑하고 있는 세계가 당신을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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