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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구름 Mar 24. 2022

어른들은 좀 이상해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 내 이름은 꾸제트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무니, <내 이름은 꾸제트>의 꾸제트와 친구들은 모두 부모라는 통로를 통해 이 세상으로 온 아이들이다. ‘통로’라는 말을 사용한 이유는 부모가 아이들을 세상에 내어놓았으나 충분히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니 엄마는 아이와 마냥 즐겁게 놀이하듯 살아간다. 그러나 스스로를 책임지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아이도 거듭 위험 속으로 내몰게 된다. 친구 엄마에게 “저랑 있으면 안전해요.”라고 말하는 모습이 아이러니하지만, 사실 무니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쓰러진 나무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것을.       




(좌) 엄마와의 즐거운 시간 (우) 자신과 놀면 안전하다고 친구 엄마에게 어필하는 무니
"있잖아, 내가 왜 이 나무를 제일 좋아하는지 알아? 쓰러졌는데도 계속 자라서."



결국 학대 신고로 분리되어야 하는 상황이 되니, 아이도 엄마도 저항한다. 양질의 환경을 제공하지는 못했지만 정서적 연결은 끈끈하고, 아이는 나름대로 친구들과 즐거움을 나누며 살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루살이와 같은 위태로운 생존의 날들이지만, 그들에게는 일상이고 삶인데, 우리가 감히 이들을 깨트릴 자격이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있잖아, 넌 내 단짝인데 다신 못 볼지도 몰라. 말을 못 하겠어. 잘 있어."



<내 이름은 꾸제트>에서는 분리 이후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몽에 의하면 자신의 부모님은 무책임하고, 베아의 부모님은 불법체류자라 아이가 학교 간 사이에 추방되었단다. 주주베는 엄마의 정신과적 문제가 심각한 듯하고, 아메드의 아빠는 절도를 했으며, 알리스의 아빠는 아이를 학대하여 감옥에 갔다. 까미유는 가정폭력이 심한 환경 속 아이이고, 꾸제트는 알코올 문제와 우울감이 상당했던 엄마가 사망하여 이곳에 오게 되었다. 조금씩 다른 이유로 이곳에 왔으므로, 부모와의 애착관계나 그들에 대한 감정이 모두 다르다. 엄마를 기다리고, 부모님의 편지가 오지 않으면 실망도 하며, 혹시 새로운 가족은 없을까 기대와 절망을 오간다.      



어른들은 왜 싸우는 거야? 어른들은 좀 이상해. 남자는 별 것 아닌 것에 화를 내지. 그럼 여자도 화를 내 거든? 그러다 폭발하는 거야. 그러고 나면 남잔 금세 사과해. ‘아~그만하자!’ 하고. 여잔 어떻게 돼? 분이 풀릴 때까지 계속 짜증을 내. 이렇게 ‘악!’



아무도 우릴 사랑하지 않는다는 시몽(주황 머리)



엄마와의 분리가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무니에게 충격과 상처로 남을 테고 이후 시설에서도 얼마간은 적응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와의 세상, 그 주변의 일상들이 전부였던 아이가 ‘안전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진정으로 체감할 수만 있다면, 이후의 삶이 조금은 달라지리라. 현실의 모든 시설들이 이와 같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꾸제트와 친구들이 있는 이곳이라면 분명 엄마를 있는 그대로 바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가끔 내가 커서도 엄마와 사는 꿈을 꿔. 엄마는 맥주를 마시며 혼잣말을 하고 나도 술을 많이 마셔. 그런 일이 안 생기게 돼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여기 오지 않았다면 널 못 만났을 거야.     



엄마와 사는 꿈은 그리움일까 악몽일까



내가 살았던 곳이 안전한 곳이 아니었구나, 이상하지 않은 어른도 있구나, 아이가 어떤 짓을 해도 버리지 않는 어른이 있구나, 술을 마시지 않는 어른도 있구나, 경찰이 우리 아빠를 잡아가서 밉지만 사실 아빠가 다른 사람의 것을 훔친 것은 잘못한 것이 맞구나, 우리 엄마가 나를 사랑하긴 했지만 매춘을 한 것은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구나.



살아갈 날들이 많고 감내할 것이 산더미이므로, 아이들은 적어도 모든 어른이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 자신이 경험한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내 부모가 어떤 사람들인지를 바로 알 수 있어야만 자신을 망가트리지 않고 잘 자라날 수 있다.      



새로운 가정을 찾은 까미유와 꾸제트,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그러므로 우리가 이 아이들의 가정을 깨트릴 자격은 없을지라도, 무니와 친구들이 꾸제트와 까미유처럼, 기쁠 때도 눈물이 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안전한 세상의 경험을 제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시몽에게.  우리 같은 애들을 사랑해 줄 사람은 없다고 했지?  네가 틀렸어. 우린 네가 그리워. 다른 친구들도 모두."




플로리다 프로젝트(The Florida Project, 2018) / 영화 / 미국 / Sean Baker
내 이름은 꾸제트(My Life As a Courgette, 2017) / 애니메이션 / 프랑스, 스위스 / Claude Barr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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