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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구름 Apr 06. 2023

무럭무럭 자라난 우리에게

이렇게 살고 있을 줄이야



평소보다 식사를 못하던 A는 느닷없이 임신을 발표했다. D는 아이를 만날 준비를 하기로 결심했다며 웃는다. Y는 고심 끝에 딩크로 살아가겠노라고 선언했다. 나는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고, 마음이 맞는 이웃들을 만들어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지각쟁이인 A, 늘 향긋한 내음을 풍기는 D, 매번 새로운 모습의 Y, 매일 비슷한 일상을 꾸려나가던 나. 오늘의 생일파티도 별 다를 것 없는 연례행사 중 하나고, 모두 예전과 크게 다름없는 모습이었는데. 문득, 새로운 얼굴들처럼 낯설어진다.      



교복을 입고, 동네 떡볶이를 먹던 우리의 시간 속에서는 30살이 되기 전에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는 것이 당연했었는데. 자녀의 성별이 어찌 될지, 어떤 성향의 배우자가 어울릴지 이야기하거나 할머니가 되면 뽀글 머리를 하고, 자연스럽게 트로트를 좋아하게 되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쪽지, 교환일기, 편지, 문자가 댓글과 카카오톡, ‘좋아요 버튼’으로 바뀌는 동안 주고받는 선물이나 음식들이 꽤 비싸진 것 이외에도 사는 곳, 관심사, 가족의 형태, 삶의 상황, 취미, 직업... 모두 달라졌다. 분명 알고 있었는데, 오늘따라 왜 이리 어색하게 닿아오는 걸까.    



삶에서 반드시 지나야 할 크고 작은 문이 있다면, 지금 꽤나 커다란 문을 닫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새로운 차원의 세상으로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이따금씩 만나 일상의 희노애락을 나눌 것이고, 삶이란 정말 알 수 없는 것이라며 신기해할 것이다. 더러는 부모의 초라한 뒷모습을 서글퍼하고, 우리의 흰머리나 주름 따위에 놀랄 것이며, 때때로 어린 날을 추억하며 같은 이야길 거듭하며 웃을 테지. 자녀에 대해, 배우자에 대해, 자녀 없는 삶에 대해, 배우자 없는 삶에 대해 말하며 미지의 세상을 탐험해 나가리라.



우리, 이제 정말로, 어른이 되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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